그러나 우리 재정 역사에서 예산이 동결된 때는 1984년이 전무후무하다. 1984년에 예산을 1983년 수준으로 동결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으며,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재정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걸친 거품을 완전히 제거했다. 30년 전의 결단을 적극 재검토할 때다. 세출 동결로 10조~15조 원의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세 부담 증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⑤수익자 부담 확대다.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가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책정돼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공공요금은 물론 복지서비스에서도 수익자 부담 원칙을 확대할 여지가 매우 크다.
세 부담을 증대하는 방법으로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 원상 회복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파생금융상품에 거래세 부과 △조세감면 축소 △탈세 방지 등으로 도합 14조3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주식양도차익 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조정 △파생금융상품 증권거래세 과세 △비과세·감면 정비 △최저한 세율 인상 △법인세 중간구간 신설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파악률 제고 △과세 인프라 개선 및 척결 등으로 추가 세수를 확보한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 양당 모두 추가 세수 확보 방안을 놓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실패한 것 같다. 필자라면 세수 증대를 위해 다음 6가지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첫째, 소득세 면세점 인상의 동결,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사업자의 세 부담 정상화, 자산소득 및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의 전면적 개편 등을 통해 소득세를 강화함으로써 최소 10조 원의 세수를 확보한다. 둘째, 이명박 정부 들어 무력화한 종합부동산세를 원상 회복하고 강화함으로써 약 2조 원의 세수를 증대한다. 셋째, 외부불경제를 유발하는 술 담배 휘발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현 수준보다 50% 더 징수해 10조 원의 세수를 확보한다. 넷째, 부가가치세 세율을 10%에서 12%로 올려 10조 원을 증수한다. 다섯째, 조세지출(조세감면)을 10%만 줄여도 최소 3조 원의 세수 증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다. 여섯째,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약 5조 원의 세수를 늘린다.
⑤수익자 부담 확대와 ⑫민영화 방안을 제외하고도 필자가 제시한 6가지 대안을 모두 택하면 약 40조 원의 재원이 마련되는바, 여기에 세출 동결까지 고려하면 매년 50조~55조 원의 재원이 확보된다.
이런 방안들을 놓고 직면하는 과제는 무엇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느냐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효율성과 형평성을 모두 개선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지출 감소다. 형평성을 강조한다면 조세저항이 큰 소득세 강화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선택할 일이고, 효율성을 강조한다면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작은 개별소비세 증수와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선택할 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재정 규모의 지속적인 확대와 적자 예산 편성에 따른 국가 채무의 지속적인 증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과 ‘참여정부’의 큰 정부 정책 기조, 그리고 최근 세계경제 위기 극복과 관련한 이명박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에 연유해 재정적자가 매년 큰 규모로 발생해왔다. 이에 정부 채무가 급격히 증대해 김영삼 정부 임기 말 GDP 대비 12.9%이던 국가채무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에 각각 18.6%와 30.7%로 크게 증가했다. 2012년엔 34.8%로 추정된다.
‘총량적 재정규율제도’ 검토하라

342조 원 규모의 2013년 예산안은 법정기한(12월 2일)이 한참 지난 1월 1일 새벽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1월 1일 0시 무렵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인사를 나누는 여야 의원들.
외환위기 이전에 우리의 재정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사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복지를 포함한 대선 공약이 모두 이행되고, 2~3%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세제개혁이 미미한 한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측되기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 한 가지 방법이 ‘총량적 재정규율제도’의 도입이다.
이론적인 관점에서는 정책당국자에게 정책수단 선택의 자율성을 갖게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바람직하다. 문제는 정책당국자가 자율성을 악용해 결과적으로 문제를 더욱 그르치는 데 있다. 이론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현실에선 더욱 나쁜 상황의 전개를 막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법률과 제도로 적자예산 편성을 금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까지 채택되거나 논의된 재정 규율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 △세출 규율 △재정적자 규율 △국가채무 혹은 준비금 규율 △차입 규율이다. 이 규율들은 내부 규정, 법안 규정, 헌법 규정 등 그 강제성 정도가 다양하고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입을 검토해야 할 총량적 재정규율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세출 규모 증가를 명목 GDP 성장률 이내로 제한하고(세출 규율), GDP 대비 재정적자를 일정 비율 이하로 유지하게 하고(재정적자 규율), GDP 대비 국가채무를 일정 비율 이하로 유지하게 하는(국가채무 규율) 등이다. 이 3가지 모두 GDP를 기준으로 하기에 GDP 성장을 촉진하는 정부가 재정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유인이 된다.
세출 증가를 억제하기보다는 세입 확대를 통해 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균형재정 달성에 성공한 나라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세출 억제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새 정부 초기에 세출 동결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