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력적 역동성’을 주제로 1월 23~27일 열린 다보스포럼.
자본주의, 어떻게 다뤄야?
다보스포럼은 원래 자본주의의 성과를 자축하는 축제로 시작됐지만, 2008년 이후부터는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과 그에 따른 재앙을 걱정하는 모임으로 바뀌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포럼의 테마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포럼에서도 21세기 자본주의가 처한 다양한 리스크를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루느냐가 주된 논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돌이켜보면 2008년 이전의 다보스포럼은 자본주의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는 낙관론이 대세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사뭇 달라 보였다.
상근직원만 300여 명에 달하는 다보스포럼은 산하에 1400여 명의 저명인사가 참여하는 76개 글로벌어젠다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인류가 당면한 핵심 현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 그룹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위원회는 매년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모여 아이디어를 조율하고 1월 다보스에서 열리는 총회의 어젠다 설정에 자문을 해준다.
세계경제포럼은 또 매년 6000여 명의 기업인, 정치인, 교수 등에게 설문지를 보내 글로벌 리스크를 평가한다. 설문조사 결과 역시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로 반영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꼽힌 리스크는 5개로 압축된다. 세계경제 위기, 환경오염, 사회적 위기, 지정학적 위기, 기술적 위기가 그것이다. 특히 경제위기에 서는 국제금융시스템의 실패, 재정위기, 소득불균형 문제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관련해서는 국제 거버넌스의 실패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한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탄력적 역동성(Resilient Dynamism)이다. ‘탄력적’이라는 낱말은 ‘자연재해, 금융위기, 재정적자 등 다양한 형태의 위험에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느냐’와 관련해 도출된 것이다. ‘역동성’이라는 단어는 ‘구조적 어려움, 특히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성장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와 관련해 도출됐다.
“경제, 바닥 쳤다” 낙관론 나와
2012년 다보스포럼은 절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경제의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화두였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시장의 실패(미국발 금융위기), 그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국가의 실패(유럽 재정위기), G20(주요 20개국)의 실패가 연거푸 일어난 직후에 열렸기 때문이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은 지난해 포럼에서 “G20이 아니라 G0(Zero)”라고 말한 바 있다. G-20을 통한 국제공조에도 희망을 걸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