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는 수많은 사람에게 유·무선통신망을 서비스한다. 스마트폰, 초고속인터넷, IP TV를 통해 ‘올레 KT’ 브랜드는 시민의 삶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 ‘국민기업’ 성격의 회사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진다는 것은 국민적 관심사로 공적 취재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과 반박하는 쪽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봤다.
위원장 사인만으로 합의
정윤모 위원장 체제의 KT 노조는 지난해 4월 8일 사측의 Mass 영업, 개통A/S, Plaza 분야 업무 폐쇄에 동의했다. 이어 해당 분야 잔류 직원들의 직무전환 교육 후 접점지역 재배치에도 동의했다. 노조는 이어 4월 30일 근속 15년 이상 직원 특별명예퇴직에도 사측과 합의했다. 이들 합의에 따라 직원 8304명이 퇴직했다. 이에 대해 KT 새노조 측 A씨는 “경영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사측이 수월하게 직원들을 내보낼 수 있게 노조가 적극 협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해 4월 8일 사측이 직원의 대학생 및 중·고교생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를 폐지하는 데에도 동의했다. 이후 고교생 자녀 학자금만 연 320만 원 이내에서 지원되도록 했다. 이전까지 대학생 자녀 등록금의 경우 KT 직원은 75%까지, KTF 출신 직원은 50%까지 지원됐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KT 직원 B씨는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제 폐지는 직원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원성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사 합의 내용은 직원들의 신분이나 복지에 큰 영향을 주는 민감한 사안. 그러나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위원장의 사인만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또 다른 KT 직원 C씨는 “직원들은 의사를 개진할 기회도 없이 사측과 정 위원장 측이 합의한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정 위원장 체제의 노조는 직원의 신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직권면직, 비연고지전략재배치, 고가연봉제, 임금피크제(2015년 1월 1일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C씨는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경비절감 자체를 비판하진 않는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노조가 사측을 밀어주는 대신 사측이 노조위원장 연임을 돕는다는 뒷거래 논란이 나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실시된 노조위원장 선거엔 정윤모 후보(기호 1번)와 사측에 비판적인 박철우 후보(기호 2번)가 출마했다. 개표 결과 71% 득표율의 정 후보가 박 후보를 누르고 3년 임기의 위원장에 재선됐다. 그런데 박 후보 측은 기자에게 “사측이 정 위원장에게 표를 찍도록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측 D씨는 “사측은 기호 2번 후보 측이 후보추천 서명 받는 것을 방해했다. 각 KT 사옥에 선거운동원 한 명만 들어가 한 시간 동안만 추천 서명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박 후보와 함께 출마를 결의한 기호 2번 지방본부위원장 후보 10명 중 5명이 추천인 수를 못 채워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이 1번 후보 측에 대해선 수월하게 추천 서명을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D씨의 말이다.
“인증촬영, 구석 찍기, 줄 투표…”
“일부 부서 관리자는 팀원들에게 선거결과에 따라 팀 전체가 최하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사실상 1번 후보를 찍으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선 팀별로 기표용지의 실인(實印) 방향을 살짝 틀었고 구석 찍기를 하도록 해 각 직원이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일부 관리자는 팀원들에게 1번을 찍은 기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인증 촬영하라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