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호

與野 다른 방식으로 은행 때리기

[금융 인사이드] 국힘 ‘상생금융’ vs 민주 ‘횡재세’

  • 나원식 비즈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3-12-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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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과도 이익 환수’ 방침은 與野 동일

    • 與 “횡재세는 거위 배 가르기…총선 겨냥한 포퓰리즘”

    • 野 “상생금융, 힘 센 사람이 자릿세 뜯어가는 것”

    • 은행업계 “정부가 할 일 사기업에 떠넘겨서야…”

    [Gettyimage, 각 당, 각 사]

    [Gettyimage, 각 당, 각 사]

    “갑자기 거위 배를 가르자는 논의가 나온 것 같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자는, 이른바 ‘횡재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23년 11월 23일 한 행사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횡재세 법안에 대해 “개별 금융기관 사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일률적이고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겠다는 내용이 주된 틀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현 정부에서 은행을 가장 압박해 온 인물로 여겨진다. 2022년 6월 취임 직후 “은행이 지나치게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가 하면 2023년 초엔 금융사들의 과한 성과급을 꼬집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돈 잔치, 갑질, 종노릇 등 강한 말을 써가며 은행을 압박해 이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금융 당국은 ‘상생금융’ 방침을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상생금융이나 횡재세나 은행 부담은 비슷

    이 원장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건 아니다. 은행의 과도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관점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횡재세에 대해서 반대할 뿐이다. 그는 자신이 추진하는 상생금융과 횡재세가 다르다는 취지로 “(횡재세 법안은) 마을에 수십 년 만에 기근이 들어 다들 어려운 상황에 거위 알을 한 알씩 슬기롭게 나눠서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거위 배를 가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1월 14일 민주당은 김성주 의원을 대표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는 금융사가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넘는 순이자수익을 거뒀을 경우 이를 초과 이익으로 보고 최대 40%를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은 불확실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생금융은 금융 당국과 금융사가 세부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데 반해 횡재세와 같은 법으로 규정한다면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에도 횡재세를 추진하는 명분은 있다. 이재명 대표는 상생금융에 대해 “똑같은 자리에서 영업하는데 힘센 사람이 대가라 치고 뜯어가는 자릿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횡재세에 대해선 “혜택 일부를 모두를 위해 쓰자고 합의를 거쳐 제도를 만들면 그게 바로 세금”이라며 “횡재세는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야가 추진하는 부담 방식은 다르지만 은행이 내야 하는 돈의 규모는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횡재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은행들이 추가로 내야 할 금액은 약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주 의원은 이에 대해 “(횡재세) 기금 출연 규모가 2023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된다면, 상반기 이자순수익을 고려했을 때 은행권 기준으로 약 1조9000억 원의 기여금이 모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2023년 11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상생금융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뉴스1]

    2023년 11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상생금융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뉴스1]

    여권이 말하는 상생금융의 규모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논의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상생금융 규모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규모와 체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참고하자면 횡재세에 대한 법안이 나와 있다. 국회와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금융지주들도) 감안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생금융 규모가 야당이 제안한 횡재세 수준에 비해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은행을 압박한 셈이다.

    은행권에선 이익 환수를 법으로 정하는 횡재세보다 일회성 성격이 강한 상생금융이 더 낫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이미 횡재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2년 9월 보고서 ‘횡재세, 국내도 도입될까?’를 통해 손실 보전 없이 이익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 훼손이라며 투자 심리 저하,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 등 부작용을 줄줄이 제시했다.

    “사회 환원 많이 해왔는데…”

    상생금융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대규모 사회 환원 방안을 내놓는다고 해서 압박이 완전히 끝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은행들이 진행한 사회공헌 규모가 작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1조2380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5%를 차지했다.

    은행의 사회공헌액은 2006년 첫 집계 당시 3514억 원이었다가 2019년 1조1359억 원으로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줄곧 1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1조 원이 많거나 적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한국경제인엽합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사회공헌) 당기순이익 대비 3~4%, 글로벌 기업은 1% 수준이다. 국내 은행의 공헌액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사회공헌액 증가와 별개로 은행의 실적이 좋아지거나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은행 때리기가 이어져 왔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조 원가량의 상생금융을 실행할 경우 앞으로는 이보다 더 큰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 나온다.

    앞으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19조5000억 원이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8.2% 늘어난 규모다. 이 중 이자이익은 44조2000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2022년에 이미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2023년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3분기만 놓고 보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조4000억 원가량으로 2분기보다 24% 가까이 급감했다. 이자이익은 증가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및 매매 손실 등으로 비이자이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순이자마진(NIM)도 3분기 연속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2023년 11월 초 금융연구원이 ‘2023년 금융동향과 2024년 전망’ 세미나에서 “이자이익이 정체하는 가운데 대손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2023년의 21조6000억 원보다 소폭 감소한 19조6000억 원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이미 은행들은 고금리로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을 연장해 주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사실은 외면하고 여야가 너도나도 정치적 목적으로 눈에 보이는 금액을 내놓으라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이런 종류의 지원은 재정정책으로 하는 게 상식적인데, 여론몰이로 사기업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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