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호

한국 경제개발 노하우, 중동 나라들을 몸 달게 하다

[이세형의 더 가까이 중동]

  • 이세형 채널A 기자·前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입력2024-01-0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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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왕세자 “韓국방과학연구소 더 알아보라”

    • “서울에 대한 중동의 관심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 “韓처럼 무기 국산화하고 싶다”

    • 韓 기업 중동 생산기지 건설 중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2022년 11월 20일 카타르 알코르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 ‘드러머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2022년 11월 20일 카타르 알코르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 ‘드러머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2023년 11월 6~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9차 한-중동 협력포럼.’ 행사 장소인 리츠칼튼 호텔의 알묵타사르볼룸은 현지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로 외교부, 통상자원부, 에너지부 같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었다. 젊은 세대인 ‘2040 공무원’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여성 공무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일부 행사 참석자들 중에는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했다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스스로를 ‘K콘텐츠 팬’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에서 중동 관련 보도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카타르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지에 대해 묻는 이들도 있었다.

    2023년 10월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및 카타르 국빈 방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 한국 정부에 따르면 사우디와 카타르에서 각각 156억 달러와 46억 달러 총 202억 달러(약 27조2200억 원)의 수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주한 카타르대사관에서도 근무했던 누프 알 샤마리 카타르 외교부 서기관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문화와 의료 분야에서도 한국의 역량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알 하이키 전 주한 카타르 대사는 “한국을 직접 방문하려는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에서 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공을 들인 업무 중 하나가 서울-도하 간 항공편을 늘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중동 협력포럼은 2003년 시작된 행사다. 한국과 주요 아랍 국가의 외교부와 연구소들이 참여하고 있다. 제19차 한-중동 협력포럼은 한국과 카타르 외교부가 후원했고,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제주평화연구원(JPI), 카타르 외교연구원, 카타르 국제중동위원회, 카타르대 이븐칼둔연구소가 공동주최했다.

    김창모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전 카타르, 알제리 대사)은 “과거에는 많은 중동 나라가 한국의 제품과 기술을 구입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장기적 파트너십을 토대로 함께 기업과 투자 활동을 하고 문화와 인적 교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한 중동의 관심이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 교역 아닌 ‘장기투자와 협력’

    2023년 10월 2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직접 운전하는 벤츠 승용차 옆자리에 동승했다. [동아DB]

    2023년 10월 2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직접 운전하는 벤츠 승용차 옆자리에 동승했다. [동아DB]

    최근 한국과 중동 나라들 간의 경제협력을 보면 ‘공동투자(개발)’ 혹은 ‘협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키워드다. 과거에는 한국 건설사들이 중동 정부가 발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혹은 한국 기업들은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중동에서 판매하고, 한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 사이에선 이제 단순한 거래가 아닌 장기적 투자와 기업활동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교역을 넘어 한국 등 해외 자본이 현지에서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의 협력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런 협력의 경우 중동 국가들로서는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들이 부족한 기술과 기업 경영 관련 노하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윤 대통령의 2023년 10월 사우디 국빈 방문 때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졌다. 당시 현대자동차 그룹(현대차)과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는 4억 달러(약 5400억 원) 규모의 합작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사우디 킹압둘라 경제 단지에 전기자동차(전기차) 생산 공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현대차 최초의 중동 전기차 생산 공장이다. 현대차는 2024년부터 이 공장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를 연간 5만여 대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윤 대통령을 자신의 벤츠 승용차에 태운 뒤 “다음번에 오시면 사우디에서 생산한 현대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디 안팎에선 무함마드 왕세자가 현지 자동차 생산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발언으로 여겨졌다.

    현대차 외에도 당시 사우디 정부 혹은 현지 기업과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공동투자 혹은 생산 성격의 계약을 맺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함께 사우디 내 조선소(IMI)를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이 조선소는 연간 40척 정도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대형 독 3개와 골리앗 크레인 4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투자부와 함께 네옴시티 내 모듈러 주택 관련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합작법인을 통해 네옴시티 내 첨단 산업단지인 ‘옥사곤’ 내 세워질 주택을 모듈러 방식으로 만들 예정이다.

    삼성전자 사우디 법인장과 KOTRA 리야드 무역관장을 지낸 윤여봉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원장은 “이제 한국 기업들은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주요국 진출 때 ‘프로젝트만 수주한다’ ‘물건만 판다’는 식의 전략은 버려야 한다”며 “중동 국가들의 공동투자와 현지 기업활동을 강조하는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개발 노하우’에 목말라

    압둘아지즈 알 호르 카타르 외교연구원장이 2023년 11월 6일 카타르 도하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제19차 한-중동 협력포럼’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압둘아지즈 알 호르 카타르 외교연구원장이 2023년 11월 6일 카타르 도하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제19차 한-중동 협력포럼’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많은 나라가 한국에 관심을 갖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제개발 경험과 노하우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된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첨단산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배경에 관심이 많다.

    산업 다각화를 위해 ‘탈석유화 전략’을 추진 중인 사우디 같은 중동 나라에 한국만큼 좋은 ‘벤치마킹 모델’도 없는 것.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자동차, 정보기술(IT), 스마트팜, 보건의료 같은 분야에 중동 나라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도 더욱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배경이다.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지낸 최희남 SC제일은행 이사회 의장은 KIC 재직 시절 중동 산유국 국부펀드와 다양한 교류를 했다. 최 의장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동 나라들이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한국이 개발도상국을 막 벗어나던 1980년대부터 선진국으로 진입한 2010년대까지 경제관료로 활동했다는 점 때문에 과거 경제개발 정책,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극복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인사를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제19차 한-중동 협력포럼에서 ‘중동의 미래 전망과 한-중동 협력’ 세션에서 발표를 한 나세르 사이디 전 레바논 경제산업부 장관도 아랍 국가들의 경제 다각화와 경제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랍권은 인구와 자원 등을 감안할 때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특히 경제개발과 우수한 인력 양성을 위한 노하우를 이전받으려면 한국 같은 나라와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관련 컨설팅업체인 ESAI에너지의 모한나드 알 수와이단 중동팀장은 ‘녹색 전환 시대의 한-중동 경제협력 증진’ 세션 발표 뒤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이 새로운 성장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이미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 허브의 기능을 포기하지 않듯 중동 산유국들도 에너지산업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 다각화와 기술력 증진은 꼭 필요한 전략이고 한국은 다양한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셰이크칼리파 전문병원 한국 의료진과 직원들의 모습. 이 병원은 2014년부터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곳으로, 외국의 대형 3차 의료기관을 한국이 위탁 운영하는 첫 사례다. [동아DB]

    셰이크칼리파 전문병원 한국 의료진과 직원들의 모습. 이 병원은 2014년부터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곳으로, 외국의 대형 3차 의료기관을 한국이 위탁 운영하는 첫 사례다. [동아DB]

    경제개발 못지않게 보건의료 부문에서도 한국의 역량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과 협력하는 데 적극적이다. UAE에서는 2014년부터 서울대병원이 셰이크칼리파 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또 서울아산병원이 2026년 개원을 목표로 소화기 전문병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들은 한국과의 보건의료 협력에서 자국 환자 치료는 물론이고 다양한 인력 부문의 협력을 기대한다”며 “한국이 자체적으로 국제 수준의 의료진을 양성하고 대형 병원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방산 강국’ 대한민국

    2022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예정된 국내 개발 대(對) 탄도탄 요격체계 천궁 II. [뉴스1]

    2022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예정된 국내 개발 대(對) 탄도탄 요격체계 천궁 II. [뉴스1]

    국가 간 협력에서 다소 민감한 분야로 꼽히는 국방 부문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한국은 중동 나라들, 특히 ‘오일머니’ 덕분에 재정적으로 넉넉한 사우디와 UAE 같은 산유국들이 눈여겨보는 ‘방산 강국’이다.

    2023년 10월 윤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때도 정부 안팎에서는 “사우디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 2022년 1월에는 약 35억 달러(약 4조7390억 원) 규모로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2’ 수출 계약을 UAE와 맺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방산업 특성상 공개가 어려워서 그렇지 중동 산유국들과 협상하고 협력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 관련해서도 중동 국가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부분은 ‘자체 개발’이다. 2019년 6월 무함마드 왕세자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직접 방문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는 ADD가 개발한 다양한 무기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고, 무기 국산화 전략에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한 소식통은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는 동행한 사우디 관계자들에게 ‘ADD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라’는 지시도 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자국의 안보 전략을 새롭게 구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 특히 그동안 미국에 사실상 의존해 온 군사력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이 과거보다 중동에 개입을 줄이고 있고,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대 전략 같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여봉 원장은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 입장에서 군복부터 미사일과 전투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역량을 가진 한국은 방산과 관련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나라”라며 “향후 방산과 관련된 중동 국가들의 협력 의지는 계속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 산업 투자도 활발

    최근 10여 년간 한국이 급성장을 보여온 콘텐츠 산업에서도 한국과 중동 나라들 간 협력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PIF의 경우 한국 유명 콘텐츠 기업의 주요 주주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2023년 PIF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약 6000억 원을 투자했다. 2022년에는 게임 기업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각각 약 2조3000억 원, 약 1조1000억 원을 투자했다. 사우디는 일본 닌텐도, 미국 일렉트로닉아츠, 중국 VSPO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제19차 한-중동 협력포럼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해외 수출과 중동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소개하는 발표가 반응이 좋았다. ‘오징어 게임’은 카타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린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방탄소년단(BST) 멤버인 정국이 개막식에서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다. 그만큼 카타르 현지에서 K콘텐츠의 인기와 영향력이 크다.

    카타르의 경우 ‘중동의 CNN’으로 통하는 알자지라방송을 1996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아랍권의 ESPN’으로 통하는 스포츠 전문채널 비인(beIN), 영화 진흥기관인 도하필름인스티튜트 등을 설립하며 콘텐츠 산업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과 유럽 명문대들의 간판 전공을 유치해 놓은 에듀케이션 시티(국제 교육연구 단지)에는 미국 최고의 미디어 스쿨 중 하나로 꼽히는 노스웨스턴대의 미디어학 캠퍼스도 설치돼 있다.

    ‘중동의 허브’ 혹은 ‘중동의 소프트파워 강국’을 놓고 경쟁 중인 UAE가 금융·물류·관광 등을 앞세워 경쟁력을 키워왔다면 카타르는 미디어·콘텐츠·외교(카타르는 탈레반과 하마스와의 협상 및 중재 외교로 유명함)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왔다. 실제로 카타르 국부펀드(QIA)는 프랑스 리그앙(리그1)의 명문 팀인 파리 생제르맹과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해롯 백화점을 소유하는 등 콘텐츠 산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QIA도 한국 콘텐츠 산업에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할 수 있다. 카타르의 국가브랜드 이미지에도 부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자의 발표에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최근에는 현지 콘텐츠 제작을 통한 투자와 관광에도 UAE 등 중동 나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자국에서 제작할 경우 제작에 필요한 비용과 시설을 제공하고, 제작이 완료되면 해당 장소를 테마파크 같은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은 “K콘텐츠 인기가 높아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중동에서 앞으로 엑스포,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 이벤트가 대거 예정돼 있어 한국 콘텐츠 기업과 협력을 도모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확실한 정책, 정세가 장애물

    중동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평가하지만 현지 진출, 특히 장기적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 기업이나 투자 활동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은 정책 불확실성. 정부의 주요 정책이 쉽게 바뀌고, 정책 결정 과정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장기간 투명하게 논의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인 세제 정책도 중동 나라에서는 갑작스럽게 발표되는 일이 있다”며 “장기적 시장전략을 짜는 게 중동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현지 인적자원의 경쟁력도 장기투자와 기업활동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으로 꼽힌다. 중동 산유국들의 경우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과를 내는 문화가 약하다. 쉽게 말해, 정부의 지원금으로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문화가 여전히 강하고, 그만큼 인력 수준도 높지 않은 것.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선 현지 인력을 일정 수준 채용해야 하는 제도를 가장 큰 규제로 여길 정도다.

    특히 중동 산유국 정부가 육성에 관심을 보이는 제조업에선 오히려 역량이나 경험이 더 부족하다. 아직은 산업 다각화에 필요한 펀더멘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중동 국가 대사를 지낸 한 전직 외교관은 “튀르키예와 이란 정도를 제외하면 중동 나라 중 체계적인 제조업 역량이 축적돼 있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예측 불가능한 중동 정세도 현지에서 장기 투자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사우디, 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의 경우 치안 사정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하지만 2023년 10월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이로 인한 이스라엘의 반격처럼 중동 정세에서는 도저히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너무 많다. 사우디, UAE, 카타르 등의 경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중동 내에서 이런 무력 충돌의 장기화와 긴장 고조는 결국 기업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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