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매력 처음 알려준 나훈아 ‘홍시’
꿈을 크게 갖자, 후회하지 말고 도전하자!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소망도 실현
올해는 꼭 ‘단독’ 콘서트 열고파
가수 박지현. [박해윤 기자]
웃는 표정이 자연스러운 ‘웃상’에 배우 혹은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신체 비율의 소유자다. 무대 위에서는 ‘활어보이스’라는 애칭처럼 팔딱거리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자석의 N극이 S극을 당기듯 보는 이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도회적 분위기를 풍기는 동시에 시골 청년처럼 순박하고 털털한 듯하면서도 세심한 반전 매력까지 갖췄다. 요즘 ‘차세대 트로트 스타’로 첫손에 꼽히는 가수 박지현을 두고 하는 얘기다.
[박해윤 기자]
이런 그가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을 찾았다. 그의 꾸밈없는 솔직함과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가 대화를 하면 할수록 호감을 더했다. 팬덤 ‘엔돌핀’이 왜 그토록 박지현을 열렬히 응원하는지 알 만하다.
꿈은 이루어진다
[박해윤 기자]
“어머니는 노래와 춤을 업이 아닌 취미로 하길 바랐어요. 가수보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공무원이 됐으면 하셨죠. 아버지는 이른바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서 특수부대에 들어가길 원하셨고요.”
부모의 영향으로 그의 장래 희망은 한동안 해양경찰이었다. 그러나 군복무로 경험한 해양경찰은 “좋은 직업이지만 적성에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후 그는 잊고 있던 가수의 꿈을 다시 떠올린다. “나도 꿈이 있었지! 후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 보자”며 출연한 프로그램이 바로 ‘노래가 좋아’다. 그는 여기서 4연승의 영예를 안은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스스로 확인하고자 더 큰 경연 무대에 도전장을 낸다. ‘미스터트롯2’에 대학부로 나가 예선에서 1위를 한다. 마스터 예선전에서 그는 진성의 ‘못난 놈’으로 최단시간 올하트를 받는 진기록을 세운다. 그때 많은 시청자가 그를 이미 강력한 우승(진) 후보로 점찍었다. 그에게 “진을 기대하지 않았느냐?”는 우문(愚問)을 던지자 이내 현답(賢答)이 돌아온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진이 되는 것보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더 멋진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저한테는 더 중요하고 다급한 과제였거든요. 그렇게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최종 7위 안에는 들 거라고 생각했죠.”
박지현은 지난해 3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에서 최종 선을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미스터트롯2 공식 홈페이지 ]
자랑스러운 ‘재산목록 1호’ 엔돌핀
그는 최종 순위에서 선(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현재 팬덤 규모는 ‘미스터트롯2’ 출연자 가운데 가장 크다. 팬층은 10대부터 중장년까지 폭넓고, 팬카페도 여러 개다. 팬덤 엔돌핀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박지현 네이버 팬카페’(회원수 약 3만5000명), 소속사 티엔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운영하는 ‘가수 박지현 공식 팬카페’(회원수 약 2만2000명), 다음에 개설된 ‘트로트가수 박지현 팬카페’(회원수 약 2600명), 디시인사이드의 박지현 갤러리 등이 있다(4월 16일 기준). 박지현의 팬들은 “그를 보고만 있어도 엔도르핀이 나오고, 감성이 풍부한 그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의 상처가 저절로 아무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지현도 “팬들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며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엔돌핀”이라고 표현했다.어떤 각도에서든 화보 같은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 박지현. 미스터로또 인스타그램, [박지현 인스타그램]
그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으로 얻은 생애 최고의 선물로 팬덤 엔돌핀을 첫손에 꼽았다. 그리고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됐다는 점 또한 뜻깊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체형은 어머니, 생김새는 아버지
“어머니가 여장부 스타일이세요. 좋은 일이 있어도,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크게 내색하시지 않아요. 제가 ‘노래가 좋아’에서 4연승을 했을 때도 담담한 반응을 보이셨어요. 그런데 ‘미스터트롯2’에서 준우승을 했을 땐 제 실력을 칭찬하며 무척 기뻐하셨어요. 참 뿌듯한 순간이었죠.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아버지도 저를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세요. 두 분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라요. 계속 자랑할 만한 아들이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한때 아이돌 가수를 꿈꾸던 그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으로 데뷔 기회를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릴 때 그는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와 ‘허니(Honey)’, 비의 ‘태양을 피하는 법’과 ‘아이두(I Do)’ 같은 신나는 댄스곡도 좋아했지만 트로트 가요도 또래보다 많이 알았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트로트곡을 즐겨 들어 제게는 아주 친숙한 장르였죠. 가장 처음 들은 노래도 나훈아 선생님의 ‘홍시’고요.”
박지현의 다부지고 넓은 어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아버지의 권유로 배운 복싱 덕이다. [박해윤 기자]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장사하느라 바빠서 친척집을 오가며 보살핌을 받았어요. 저를 돌봐줄 사람이 많이 없으니까 아버지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며 복싱을 배우게 하셨어요. 처음엔 되게 무서웠는데 저녁에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체력 단련과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됐어요. 요즘은 생활이 불규칙해 운동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게 좀 아쉬워요.”
[박해윤 기자]
“꿈을 크게 가져야 깨져도 조각이 크니까 그런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요. 그리고 이 말을 해도 될까 안 해도 될까 고민이 된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화수분 같은 매력 속으로
박지현은 ‘활어보이스’라는 애칭처럼 무대에만 오르면 항상 팔딱거리는 에너지를 내뿜으며 열창의 감동을 선사한다. [뉴스1]
“왼쪽 얼굴이 오른쪽 얼굴보다 좋은 인상을 풍긴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왼쪽 얼굴이 보이도록 앉은 거예요.”
박지현은 “왼쪽 얼굴이 오른쪽 얼굴보다 좋은 인상을 풍긴다”며 활짝 웃었다. [박해윤 기자]
박지현이 사람으로서 닮고 싶어 하는 롤 모델은 평생 성실한 모습으로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어머니·아버지·할머니고, 가수로서 닮기를 바라는 롤 모델은 남진이다.
“남진 선생님은 후배들에게 권위적이지 않고 항상 겸손하셔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아요. 저도 그렇게 멋진 모습으로 롱런하고 싶어요. 젊은 트로트 가수가 활동하기 좋은 토대를 선구적으로 일궈낸 장윤정 선배님도 닮고 싶은 분이에요.”
4월 초 그는 엔돌핀이 오래 전부터 고대한 팬미팅을 진행했다. 팬들에게 특별한 볼거리와 감동을 안기고자 노력한 결실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 나온다. 4월 말에는 ‘미스터트롯2’의 진 안성훈, 미 진해성과 함께 ‘톱3 콘서트’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그는 “팬들과 그동안 밀린 시시콜콜한 소통을 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올해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망도 엔돌핀을 위한 것이다.
3월 8일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털털한 반전 매력을 보여준 박지현. [박지현 인스타그램]
팬들이 선사한 여러 애칭 가운데서도 ‘활어보이스’가 가장 좋다는 그는 앞으로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따라다니길 바라느냐는 질문도 가벼이 넘기지 않고 신중하게 답을 내놨다. 매사 최선을 다하는 그의 인성과 매너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재다능한 박지현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러니 꼭 지켜봐주세요. 제가 가진 재주와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드릴 겁니다.”
[박해윤 기자]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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