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10년 내 유니콘 기업 100개 목표 ‘K-스타트업 국가론’이 뜬다

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24-04-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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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들에게 ‘부모 찬스’ 말고 ‘국가 찬스’를

    • 내 집 마련 대신 스타트업에 ‘영끌’하라

    • 일생에 한 번은 창업하기 프로젝트

    • 10년 내 유니콘 기업 100개 배출 전략

    • ‘돈맥경화’ 막고 소상공인 살리는 K-스프링클러

    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컴퓨터공학 박사(1993~1996),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소장(2010~2014),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방문학자(2018~2919),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2020~2023), 
서울시 서울AI발전협의회 위원(2019~2021).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한국공학한림원 컴퓨팅분과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컴퓨터공학 박사(1993~1996),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소장(2010~2014),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방문학자(2018~2919),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2020~2023), 서울시 서울AI발전협의회 위원(2019~2021).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한국공학한림원 컴퓨팅분과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대한민국 청년의 문제는 취업, 주택, 결혼, 출산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4가지 문제는 각각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소위 ‘1타 4피’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바로 ‘청년저축장려금’ 제도다.”

    김태완(62)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가 2년 전 설계한 ‘청년저축장려금’ 제도를 살펴보자. 남성은 군 복무와 대학을 마치면 평균 26세, 여성은 대학을 마치면 평균 24세다. 이들이 취업해서 월평균 100만 원씩 저축하면 정부 재원으로 8%(8만 원)씩 지원해 주는 것이다. 1970년대 월급쟁이들의 최고 재테크 상품이었던 재형저축을 생각하면 된다. 그때도 정부가 이자를 보조해 줬다. 연도별 월급 차이를 감안해 첫해에는 60만 원으로 시작해 매년 10만 원씩 저축액을 늘려 5년째는 100만 원, 9년째에는 140만 원을 저축한다. 여기에 정부의 저축장려금과 복리이자를 감안하면 9년 뒤 약 1억5000만 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즈음 남자는 35세, 여자는 33세가 된다.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현금 3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직장인 대출, 신혼부부 대출 등을 합치면 6억 원가량이 돼 결혼과 동시에 주택 구입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는 데 들어가는 정부 예산은 청년 한 명당 연평균 96만 원, 9년간 864만 원에 불과하다.

    이 아이디어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의 공약 ‘청년도약계좌’로 이어졌다. 실제로는 매달 70만 원 납입 시 5년간 최대 5000만 원을 모으는 상품으로 만들어졌지만 개인 저축액에 따라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기본 개념은 그대로다. 2023년 6월 ‘청년도약계좌’가 도입된 이래 231만 명이 가입 신청을 했고, 100만 명 이상이 계좌를 개설했다. 청년 정책 가운데 최고의 히트작이다.

    “‘부모 찬스’도 없는 대다수 청년에게는 ‘국가 찬스’를 만들어줘야 한다. 청년의 영혼이 내 집 마련에 몽땅 소진되는 국가에 무슨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다. 청년은 내 집 마련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각자의 꿈에 ‘영끌’해야 하지 않겠는가.”(매일경제 2022년 1월 10일자 칼럼 ‘3억 원 목돈의 청년 희망’)

    서비스업은 3차산업, 스타트업은 N차산업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묘소를 찾은 김태완 교수. 그는 막스 베버가 노동 문제의 합리적 해법을 찾고자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묘비에는 “모든 것은 비유에 불과하다”와 “그에 필적할 사람을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두 개의 비문이 새겨져 있다. [김태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묘소를 찾은 김태완 교수. 그는 막스 베버가 노동 문제의 합리적 해법을 찾고자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묘비에는 “모든 것은 비유에 불과하다”와 “그에 필적할 사람을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두 개의 비문이 새겨져 있다. [김태완]

    김태완 교수가 말한 내 집 마련보다 더 소중하고 진정 청년들이 ‘영끌’해야 할 대상은 무엇일까. 그는 ‘스타트업’을 꼽는다.



    “아널드 토인비가 ‘역사의 연구’(1934~1961)에서 도전과 응전의 법칙을 얘기할 때 대상은 ‘자연’이었다. 오늘날 인류에게 도전과 응전의 대상은 ‘과학기술’이다. 세계는 지금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에 의한 문명 대전환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인재와 기술 우위의 국가인 대한민국엔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 앞에 두 가지 길이 있다. 기존의 주력산업을 살릴 것인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것인가. 이를 위해 추진해야 할 것은 개혁과 혁신이다. 개혁은 기존의 비효율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아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개혁과 혁신 모두 절실하지만 지금은 혁신이 먼저다.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청년들이 언제까지 공무원 시험, 대기업 공채에 매달릴 것인가. 기업들이 경력자 위주로 채용하면서 사회 초년생들이 갈 곳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창업을 해야 한다. 그냥 창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기업가정신부터 배워야 한다. 향후 ‘1인 일생 한 번 창업 경험 쌓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주력산업 기업이 신생 스타트업을 활발히 인수해 인재와 기술이 선순환하는 생태계의 형성을 정부와 기업은 시대정신으로 실행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실질적 성장동력이 되려면 국가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스타트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존 1차, 2차, 3차 산업처럼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를 N(New의 첫 글자)차산업으로 인식하면 국가 차원의 총체적 산업 발전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소벤처기업부에 별도 ‘스타트업혁신청’을 두면 예비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전략적 지원을 할 수 있다.”

    10년 내 유니콘 기업 100개를 배출하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실현 가능한가.

    “정부와 민간이 매년 유니콘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 1000개를 발굴해 투자하면 10년 동안 1만 개가 확보된다. 미국에서 유니콘 배출 성공률은 약 1%다. 1만 개 스타트업 중 1%가 성공하면 100개다. 스타트업 개수와 함께 유니콘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스타트업에 소액 지원으로 수요 검증 미션을 줘야 한다. 전 세계 100명의 잠재 고객을 스스로 찾아 인터뷰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투자자(또는 기관)에 제출하는 것이다. 수요 검증 평가 후 정식으로 지원해 주자. 연구개발이 아니라 시장조사를 하라니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시험을 잘 보려면 출제자의 의도부터 파악하라고 하지 않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산업 발전의 4요소는 인재, 기술, 자본, 시장이다. 지금까지는 기술을 개발하면 팔린다는 가정 아래 출발하기 때문에 실패하기 쉽다. 순서를 바꿔야 한다. 시장, 즉 수요 검증에서 출발하자는 얘기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분야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먹힐지 잠재 수요를 찾아 시장조사를 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과 투자 유치에 들어가는 것이다.”

    기술 패권 전쟁에선 속도전이 중요하다. 어떤 전략 변화가 필요한가.

    “과거 기업들이 최고의 전문가를 채용해 신제품을 출시하기까지 10년쯤 걸렸다. 제아무리 미국 명문대학 박사를 뽑아도 마찬가지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데 성공하기까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장기적으로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연구도 해야 하지만, 당장은 있는 기술과 인재를 놀리지 말고 찾아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구글’이 세계를 선도하는 전략을 바꿨다. 자체 연구소 대신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기능과 성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미국의 대기업들은 이것을 산다. 100억 원짜리 기술이라면 10배의 가치를 쳐서 1000억 원에 산다. 바보여서 비싸게 주고 사는 게 아니다. 핵심은 ‘속도’다. 여기에 재빨리 부가 기능을 넣으면 시장에선 0이 하나 더 붙는다. 1조 원짜리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기업들은 간혹 100억 원짜리를 10억 원에 사려 한다. 이런 행태부터 고쳐야 한다. 가치를 몇 배로 쳐서 인수해 스타트업 기업가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멀리 보면 대기업에 우수 기술을 제공하는 토대가 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 기술 패권 전쟁에서 승산이 있나.

    “유니콘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창업 10년 이내 비상장 스타트업) 배출 현황은 2024년 4월 ‘Hurun Research Institute’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1453개 중 미국은 703개로 1위, 중국은 340개로 2위, 한국은 18개로 브라질과 공동 9위, 일본 9개로 12위에 있다. 한국은 강대국 미국, 중국과 사실상 어려운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쟁에서 우리의 승리 전략은 무엇인가. 에베레스트로 가보자. 8848m 정상에 오르기 위해 등산가들은 해발 0m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5000m 부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출발 지점이 정상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과학기술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다. 국가 지도자는 한국의 베이스캠프가 현재 어느 높이에 있는지 진단하고 가급적 정상 가까이 올려놓아야 한다. 물론 한국은 인재와 자본에서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열세인 만큼 이들과의 ‘기술동맹’은 불가피하다. 덩샤오핑의 전략대로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린다)’ 하며 힘을 키워 때를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말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후폭풍이 거세자 총선 국면에서 여야가 모두 내년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람직한가.

    “우리나라 전체 R&D(정부+민간) 투자는 2022년 102조 원으로 100조 원 시대가 열렸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4.96%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럼에도 투자 효과가 크지 않은 점은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시장성 없는 특허를 위한 특허, 특허의 수에 집착하는 일은 더는 필요 없다.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 지원 체계 마련, 고위험을 배제한 추격형 기술개발 대신 글로벌 혁신을 주도할 추월형 기술개발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근본적 혁신(Drastic Innovation)에 도전해야 한다. 한국은 ‘규제 공화국’이라는 말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본질인 연구보다 행정 업무에 쓰는 시간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보스턴의 지하철에 ‘Time is Money’라는 말이 곳곳에 있다. 연구자들에게 시간을 빼앗지 말라는 의미다. 연구자를 믿고 그들이 연구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종이 기록에 머무는 정부의 연구비 감사 규정을 대폭 간소화하고 연구자들에게 자율성을 충분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경쟁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감사 규정을 벤치마킹해 한국의 현황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서울대 캠퍼스타운 88개 창업기업 육성, 투자유치액 1243억 원

    김태완 교수는 2020년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4년간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으로 재직했다.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은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청년 창업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서울시 프로젝트로, ‘종합형’과 ‘단위형’에 따라 사업 내용과 지원 규모가 달라진다. 종합형은 청년 창업을 중심으로 주거 상권 지역협력의 종합적 활력 증진을 위한 사업을 하며 대학별로 4년간 최대 80억~100억 원을 지원한다. 단위형은 대학별 특성 역량을 바탕으로 청년 활동 증진 사업을 하며 3년간 최대 15억 원을 지원한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2020년 종합형 조성사업에 선정된 이래 88개 창업기업 육성, 투자유치액 1243억 원, 매출액 405억 원, 정부재정사업 선정 462억 원, 고용 인원 1796명이라는 성과를 냈다. 4년 만에 창업 불모지였던 서울 관악구 일대에 창업기업 수와 매출액이 각각 12배, 25배로 급성장했다.

    서울대 캠퍼스타운 입주 기업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와 고체 탄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에이피그린(대표 박태윤), 전국 장례식장과 장지 정보를 데이터화해 장례 준비부터 사후 행정 절차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하는 고이장례연구소(대표 송슬옹), 유전자 검사를 바탕으로 반려동물에게 맞춤형 건강관리 가이드를 하는 피터페터(대표 박준호), 세계 최초로 동형암호 상용화에 성공한 크립토랩(대표 천정희), 음식 생산을 자동화하는 로봇 키친을 개발하는 에니아이(대표 황건필) 등이 있다. 특히 최근 상승한 인건비 부담 때문에 무인 기술을 적용한 ‘외식테크’가 각광을 받으면서 햄버거 조리 로봇을 개발한 에니아이는 프리 시리즈A(투자의 4단계 중 시드머니 다음 본격적 시장 진입 직전 단계)로부터 1200만 달러(약 161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500대 공급 계약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입주 기업 대표도 20대 초반 대학생부터 60대 후반의 서울대 명예교수까지 다양하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캠퍼스타운 단장이 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전국 벤처캐피털의 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투자 유치다. 투자를 받으려면 투자할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소와 e메일을 확보한 뒤 직접 e메일을 써서 보내며 설득했다. 우리의 목표가 혁신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유니콘 기업을 양성하는 것인데 입주 신청 기업이 첫해 167개, 경쟁률 8대 1이었다. 내부적으로 기업 분석 자료를 만든 뒤 최종 판단은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에게 맡겼다. 그들이야말로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가장 잘 파악하는 전문가 아닌가.”

    유니콘 기업 되려면 글로벌 시장 조사부터

    막스 베버의 집무실에서. 현재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국제협력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태완]

    막스 베버의 집무실에서. 현재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국제협력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태완]

    입주 기업에 대해 맞춤형 멘토링부터 투자 유치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인 자금 문제 해소를 위해 IR전략 교육 및 피칭 컨설팅, 80여 명의 투자자 대상 온·오프라인 동시 데모데이 진행, 후속 지원 등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결과적으로 피터페터, 고이장례연구소, 온아웃, 지니얼로지, 에니아이, 펫나우 등 21개 입주 기업이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서울대 캠퍼스타운 입주 기업의 투자유치액은 서울시 지원 총 28개 대학 캠퍼스타운 전체 투자유치액의 47%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영어 홍보영상 및 책자 제작 등으로 입주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 결과 펫나우, 공공, 아이디어오션이 CES최고혁신상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어떻게 기여했나.

    “미국 MIT 파견근무 때 본 ‘MIT Racecar(자율주행 경주)’ 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서울대 로봇 AI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 중·고생을 대상으로 로봇공학 및 인공지능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12건 148명). 또 서울대 컨설팅 동아리 ‘티움’과 협력해 관악구 지역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경영, 마케팅, 시설 개선 등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제공(64건)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아카데미를 운영(55회 1150명)해 지역 기반 창업 문화를 선도하고자 했다. 지난 4년 동안 매주 관악구청과 캠퍼스타운 사업단이 공정회의를 통해 업무를 조율하고 체계적으로 성과를 관리해 온 것도 향후 캠퍼스타운 운영에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교육개혁에 대한 방안은?

    “전국에 영어마을을 시작한 지 20년 됐지만 서울대 후문 쪽에 있던 영어마을도 사라졌다. 이것을 ‘로봇AI 마을’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관악구 학생 및 학부모의 로봇AI 수요가 폭발적이다. 고1 때까지 로봇에 흥미를 갖다가 고2가 되면 대학입시 때문에 중단한다. 막힌 길을 뚫어주어야 한다. 한국 교육개혁의 핵심은 대학입시다. 4년 후 입시에 컴퓨터 과목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4년 동안 초·중·고교 컴퓨터 교사를 전국에 1만 명 양성하자. 초1 때부터 시작하면 12년을 앞당겨 컴퓨터를 배울 수 있다. 이것이 기술 패권 전쟁의 속도전에서 미국와 중국을 이기기 위해 베이스캠프를 올리는 국가전략이다.”

    대학이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공간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신축하는 대신 글로벌 협력기관과 네트워킹 시스템을 만드는 소프트웨어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인재, 자본, 시장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 전문가다. 이른바 ‘창업 파트너 찾기’ 네트워킹인데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로 몰리는 것도 그곳에선 투자자를 찾기 쉽기 때문이다. 기술 패권 전쟁에서는 속도와 네트워크가 중요한 전술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주 수요일 저녁 전국의 바이오 관련 연구자들이 대면·비대면으로 신기술을 발표하는 바이오포럼을 만든다. 그 포럼에 기술의 수요자와 투자자가 참여한다면 그것이 곧 창업 생태계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은 4개 건물에 분산돼 있고, 한 곳만 관악구 소유고 나머지 3개는 임차임에도 4년 만에 87개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1237억 원을 유치했다. 새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했다면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 아직도 부지 터를 닦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학입시가 통합 수능으로 바뀐 후 서울대 인문대 합격생 절반 이상이 ‘이과’ 출신으로 채워지는 등 ‘문과 침공’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문과 출신들이 소외되는 것 아닌가.

    “기업가정신은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는다. 인문계 내에서도 어문계열이 가장 위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들에게 기회가 있다고 본다. 언어, 세계 문화를 전공한 학생들이 글로벌 마케팅에 더 유리하다. 과거 대기업 종합상사가 해온 일을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트 스타트업이 대신하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언어로 홍보물을 제작하고 영상을 만드는 일 외에도 제품 개발에서부터 브랜딩, 광고 마케팅까지 지원해서 소상공인들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기업으로 탈바꿈하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신시장개발위원회’ 설립을 제안한다. 새로운 글로벌 시장의 출현을 발 빠르게 포착하고, 이 시장에 속도감 있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내수 위주의 전통적 개념의 시장에서 벗어나 아마존 같은 온라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케팅 에이전트 스타트업에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금을 준다. 마케팅 에이전트가 소상공인의 매출 성과의 기여도에 비례해 지원금 규모를 정하면 된다. 어문계열 중심의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을 키우는 새로운 주체가 되게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주제를 바꿀 때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김태완 교수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한 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고, 세종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과 딥러닝 분야를 강의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공학한림원 컴퓨팅분과 정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시장개발위원회, K-스프링클러 프로젝트, 아이디어 화수분

    요즘 김 교수가 꽂힌 것은 경제의 선순환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수출이 얼마고 수익이 얼마라고 해봤자 국민들은 별로 관심도 없다.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한다. 600만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매출이 늘게 해야 한다. 경기가 나쁘다고 아우성치면 정부는 빚을 탕감하거나 돈을 뿌릴 생각부터 한다. 현금 지원이나 탕감은 아편이며 한두 번으로 끝나야 한다. 그보다는 매출을 올려주고 그 돈이 사용돼 돌고 돌게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소상공인은 빚을 스스로 갚을 수 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기업의 복리후생비, 회식비, 접대비 지출을 늘리고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으로 묶인 접대 상한선도 늘릴 필요가 있다. 가족 외식하기 캠페인, 외식에 대한 연말 카드 공제 및 현금 공제 혜택 확대, 공공기관과 기업체들의 주변 식당 살리기 점심 식사, 회식비 한도 증가 등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영수증 처리 규정도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 위의 정책은 국민, 기업이 소비 증진 기여도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해 주기 때문에 누수가 적은 정교한 세금 사용 정책이다. 초기 외식업자 살리기 운동은 소비산업으로 확산돼 민생을 살리는 큰 바다로 흘러간다.”

    김 교수는 이 아이디어를 ‘K-스프링클러’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작동해 조기 진압하고 효과가 분수처럼 널리 퍼지는 정책이라는 의미다. 단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자네들은 대기업에 입사해 연봉 100억 원 받는 것을 인생 목표로 하지 말고, 직원 100명에게 연봉 1억 원씩 나누어주는 창업자의 길에 도전하지 않겠는가. 기회는 그것을 잡으려는 사람에게는 늘 새로운 것이다. 역경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실패는 우리를 더 지혜롭게 한다. 자신에게 진실하면 삶은 위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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