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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전도사 ‘오사마 빈 라덴’

죽음의 전도사 ‘오사마 빈 라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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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22살에 이슬람 근본주의 전사가 된 빈 라덴. 1987년 미국과 부패한 이슬람 정권들을 향해 ‘글로벌 성전(聖戰)’을 선포한다. 세계 최대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리더. 뛰어난 지략과 압도적 카리스마로 서방세계에 타협 없는 전쟁을 선포한 그는 누구인가.
20세기를 통틀어 대표적인 테러리스트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본명이 일리치 라미레스 산체스(Illich Ramirez Sanchez)인 소위 카를로스 ‘자칼’일 것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이면서 1970~1980년대 주로 유럽무대에서 활동한 그는, 1994년 8월 수단에서 체포될 때까지 국제테러 수배자 제1호로 악명을 떨친 전설적 테러리스트였다.

‘21세기의 자칼’은 최근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항공기 자살테러의 배후자로 지목되고 있는 라덴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면서 1990년대 직·간접적으로 반(反)사우디 및 반미 테러를 재정 후원해 왔고, 미 FBI 지명수배 제1호로 지목돼 현재 아프간에 망명중이다.

라덴이 세계적 테러리스트로 악명을 떨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최초의 사건은 1998년 8월 아프리카 케냐 및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에 대한 폭탄테러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FBI는 그의 체포에 결정적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FBI 역사상 최대액수인 5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보복공습에서 미국이 그를 사살하거나 체포하지 못하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현상금은 1000만 달러 이상으로 폭등할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막대한 현상금에 눈 먼 일부 테러조직이나 범죄조직이 그의 목을 노리면서 추적할는지.

21세기의 ‘자칼





도대체 라덴은 어떤 인물인가. 누가 그를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에 무차별 살상을 자행하는 극단적 반미주의자로 만들었는가. 그리고 현재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면서 그를 보호하고 있는 아프간의 탈레반은 또 어떤 조직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과거로의 탐구여행이 필요하다.

FBI 자료에 의하면 라덴은 1957년 사우디아라비아 대부호의 집에서 출생했다. 1m93cm~1m98cm 사이의 신장과 73kg 정도의 몸무게,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깔은 갈색이며 피부는 올리브색이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아랍어로 ‘베이스(The Base; 근원지)’라는 뜻을 지닌 테러 조직 ‘알-카에다(Al-Qaeda)’를 이끌고 있다.

적게 먹고 적게 자며, 대화할 때는 조용하고 공손하게 경청하는 편이나, 일단 입을 열면 유창하게 열변을 토한다고 전해진다. 그는 또한 많은 별명(Usama Bin Muhammad Bin Ladin, Shaykh Usama Bin Ladin, the Prince, the Emir, Abu Abdallah, Mujahid Shaykh, Haji, the Director)을 가지고 있다.

라덴은 1998년 테러사건 이후 가족과 함께 사우디 정부로부터 추방당해 무국적 상태의 망명자가 됐다. 라덴의 성장 과정과, 그가 왜 백만장자 후계자로서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극단적 이슬람 전사로 다시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슬람 율법이자 토지를 신성시하는 ‘샤리아(sharia)’에 대한 극단적 해석이 그를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몰아갔으리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아마도 20대 초반시절 청년 라덴의 눈에는 이슬람의 발상지이며 신성한 영토인 조국 사우디에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또한 신성한 토지로부터 생산되는 원유를 외국에 파는 세속적이고 부패한 사우디 왕조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또한 사우디 왕조가 외국 세력과의 유대를 통해 부패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자기 가족의 부(富) 또한 부패한 왕조와 유착한 결과라는 판단에 그는 참담함을 느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방황하던 22세 청년 라덴에게 1979년 이슬람 국가인 아프간에 대한 소련군의 무력 침공은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그의 인생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한 것이다. 막대한 가족의 부를 배경으로 그는 아랍용병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이들 아랍용병은 라덴의 철저한 이슬람 근본주의 교육을 받은 후 아프간 전장에 투입됐다. 라덴은 이들에게 “죽음은 곧 끝이 아니요 천국으로 가는 길”임을 주입하였다.

‘죽음 = 천국’의 이야기는 이슬람 역사에서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암살자(assassin)를 위한 ‘천국같은 하룻밤’에서 유래한다. 암살자는 환각제인 해시시(hashish)를 흡입하며 명령자가 제공하는 화려한 궁전에서 미녀와 꿈 같은 하룻밤을 보낸다. 임무 수행 후 죽더라도 천국에서 다시 그처럼 화려한 생활을 영유할 수 있다는 것이 구전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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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진민 < 자유기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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