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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없는 反美 전략 없는 親美

‘악의 축’ 이후 한반도 독해법

목표 없는 反美 전략 없는 親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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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미국은 戰時상태다. 미국의 대외정책도 反테러전쟁이라는 큰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새로 구축하려는 세계질서는 냉전시의 東西구도보다 더욱 명쾌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국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反美든 親美든 국익을 기초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 1월2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이후 앞으로의 북·미 관계에 대한 우려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우리 국민의 반미 여론 또한 심상치 않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하여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보도되었고, 시민단체들은 체계적인 반미시위를 펼쳤다.

이들 반미주장의 핵심은 부시 행정부가 무책임하게 한반도 정세를 긴장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미국의 대외정책 차원이 아닌, 엔론게이트의 무마,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F-15 전투기 판매 등 미국의 국내적인 요인들로 인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유일한 강대국으로서 오만함에 휩싸여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을 무시한다는 인식도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에서의 ‘김동성 사건’ 또한 국내여론을 반미 쪽으로 기울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문제는 이러한 반미감정이 부시 행정부의 거시적인 세계관이나 정책노선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기초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 한·미 동맹관계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감정에 치우친 반미운동은 우리의 중·장기적인 국익에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反美선봉




최근의 한 국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어느 나라에 대해 가장 호감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중국이 10% 이상의 차이로 미국에 앞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그 본질적 의도를 막론하고 분명히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또한 솔트레이크에서 김동성 선수가 심판의 부당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하는 장면을 보고 분개하지 않은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반세기를 유지해온 한·미 ‘혈맹관계’를 무시하고 수교한 지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은 중국을 더 지지한다는 일부의 의견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발상이다. 중국이 아직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독재적인 공산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미국상공회의소를 점거하고, ‘악의 축’ 발언을 F-15기 판매와 근거 없이 연계시키는 반미감정은 이해하기 힘든 과잉반응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모든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자본주의 시장과 자유민주주의를 누리는 미국사회에도 분명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성숙한 반미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건전하고 균형 있는 한·미관계를 입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사들의 잇단 범죄로 오키나와 주민의 반미감정이 고조됐지만, 9·11 테러 이후의 미·일 협력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친미와 반미의 이해가 교묘하게 교차되고 있다.

지난해 9·11 테러 발생시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라며 미국 지원에 전폭적으로 나섰던 프랑스가 최근 들어 유럽 내 반미감정을 일으키는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를 포함한 대부분 유럽국가들의 반미 내용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경고이며 이러한 일방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은 제반 현안에 대해 유럽과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의 보수와 진보 진영이 미국에 대한 지지·비판을 놓고 서로 비방하지만 이들이 미국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프랑스·독일·영국은 미국의 의도와 사회적 분위기를 정확하게 읽고 반미, 친미를 막론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과연 우리의 보수·진보 논쟁은 냉철한 분석 위에 기초하고 있는지, 국익을 제대로 추구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의 반미성향이 유럽처럼 목표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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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 jh8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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