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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2월 로카쇼무라 핵 재처리공장 시험가동

2011년 핵폭탄 연 1000개 생산 가능, 동북아 ‘제2의 핵 위기’ 우려

일본, 12월 로카쇼무라 핵 재처리공장 시험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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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농축공장과 재처리공장은 핵발전소 연료는 물론 핵무기 재료도 생산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NPT 제4조에 명문화한 원자력에 관한 각국의 ‘빼앗을 수 없는 권리’에 이런 기술의 ‘취득·개발’을 넣을지가 지금 재평가회의의 주요 논의대상에 올라 있다.

조약을 만들 무렵엔 이런 기술개발 능력을 가진 나라가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같은 기술선진국뿐이었다. 핵 확산 방지도 이런 나라들에 한정된 문제였다. 그런데 NPT 발효 이후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 외에 북한, 이란, 리비아 등으로까지 기술이 확산됐다. 또한 그 기술이나 부품을 암시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 기술을 규제할 것이냐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우라늄 농축공장을 전부 없애버리면 경수로 운전을 못하게 되지만, 재처리공장은 전부 없애도 경수로 운전에 문제가 없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이용하려는 발상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에 걸친 산물이다. 당시에는 우라늄 매장량이 적고 핵발전소가 세계적으로 급증하리라 예상했다. 그때문에 우라늄 자원의 고갈을 피하기 위해 고속증식로(爐)라는 특수한 원자로가 개발됐다. 고속증식로는 우라늄 238에서 나온 플루토늄 239를 주연료로 쓰는데, 발전을 하고도 소비한 것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꿈’의 발전시설이다. 단점은 핵분해 과정이 매우 위험하고, 고비용의 발전설비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그 뒤 지구상의 우라늄 매장량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반면 핵 기술은 예상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그 결과 우라늄 값은 급락했고, 구미 각국은 고속증식로 개발을 중지하거나 개발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日, 2003년 말 플루토늄 40.7t 보유



일본이 도카이무라 실험공장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기 시작한 것은 1977년. 당시 미국의 카터 정권은 핵 확산 문제를 중요하게 여겨 재처리 중지 방침을 정한 후 다른 나라에도 같은 정책을 취하도록 설득했다. 그 무렵 일본의 전력회사는 영국과 프랑스의 재처리공장과 협상을 벌여 1982년부터 10년간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계약을 맺었다. 로카쇼 재처리공장과 현지 현촌(縣村)이 협정을 맺은 것은 1985년으로, 재처리 노선이 경제적인 의미를 상실한 후의 일이다.

그리고 1995년 12월 ‘임계(臨界·원자로에서 유효증배율(有效增倍率)이 1인 상태)’에 이른 지 얼마 안 된 ‘몬쥬’ 고속증식로에서 나트륨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운전이 정지됐다. 고속증식로 이용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음이 분명해지자 1997년 일본 정부는 일반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태울 계획을 발표한다. 플루토늄 산화물과 우라늄 산화물을 혼합한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노심에 3분의 1정도 장전해 플루토늄을 태우자는 것이다. 전력회사측은 2010년까지 16~18기의 원자로에 MOX를 이용하기로 계획했다. 이것으로 연간 7~11t의 플루토늄을 소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1997년 12월 일본은 잉여 플루토늄을 갖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런데 플루토늄은 점점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해외 재처리 위탁 결과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 양은 선언 당시 24.1t이던 것이 2003년 말 현재 40.7t에 이르렀다. 해외에 35.2t, 국내에 5.5t을 보관하고 있다. 간사이전력과 도쿄전력의 MOX 이용계획은 MOX 연료를 만든 영국연료 회사(BNFL)의 데이터 날조 사건(1999)으로, 도쿄전력의 핵발전소는 트러블 은폐 발각(2002) 등으로 백지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재 2010년 MOX 이용을 준비하는 것은 규슈전력 겐카이원전 3호기와 시코쿠전력 이카타원전 1호기뿐이다. 가령 MOX 이용이 진행된다고 해도 우선 사용될 연료는 영국과 프랑스에 보관된 플루토늄이다.

본래 MOX 이용은 고속증식로 계획이 좌절되자 쌓여만 가는 플루토늄을 소비하려고 생각해낸 것이다. 하지만 MOX를 이용해 절약할 수 있는 우라늄은 10~20%에 불과하다. 우라늄 값이 그다지 비싸지 않아 경제적 효율성은 높지 않다. 추출한 플루토늄을 공짜로 제공받는다 해도 우라늄 연료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 플루토늄은 방사능이 너무 강해 그걸 가공하기 위해서는 고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스티브 페타 교수는 “MOX 이용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우라늄 가격이 현재의 40배 이상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50년부터 고속증식로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속증식로 계획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우라늄 가격이 한층 비싸져야 한다. 행여 일본이 고속증식로의 ‘꿈’을 실현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고속증식로를 통해 발생한 플루토늄 239가 암거래 시장에서 대량 유통될 것이 뻔한데, 플루토늄 239는 그 어떤 것보다 핵폭탄을 만들기 쉬운 물질이다. 일본의 ‘꿈’은 곧 세계의 악몽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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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쿠보 마사후미 전 일본 원수폭금지국민회의 국제부문 선임연구원 takubomasa@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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