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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 1위, 호주

학원 뺑뺑이 돌던 병약한 아이 광활한 자연 속에 뛰고 또 뛰며 럭비선수 꿈꿔

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 1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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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가 해외 거주 근로자들 사이에서 ‘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 1위에 꼽혔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눈부신 햇살, 여유로운 경제. 이런 호주에서 자녀 키우기란 어떨까? 23년 전 호주로 이민 간 호주 전문 저널리스트가 다섯 살 아들을 변호사로 키우기까지의 이야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 1위, 호주
Sunburnt Country, and Outdoor People(햇볕에 그을린 나라, 그리고 야외의 사람들). 지구 남반부의 섬 대륙, 호주와 호주 사람들이 이렇게 불리는 건 호주의 자연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호주 사람들이 ‘태양과 맥주, 그리고 섹스를 즐기는 이들’로 소문난 것도 천혜의 자연에 순응하는 생활 방식 덕분이다.

그래서였을까. 1920년대에 호주를 방문한 영국 작가 D. H. 로렌스는 소설 ‘캥거루’에 ‘잠 못 이루며 고뇌할 일도 없고, 삶의 근원을 알아볼 필요도 없으며, 죽음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해볼 필요가 없는 나라가 호주’라고 썼다. 특히 아열대성 기후 덕에 나무들이 사시사철 녹색 잎사귀를 매달고 있는 시드니는 항상 멜랑콜리한 런던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활기차다. 그리고 아름답다.

“시드니 항구의 아름다움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나는 포기한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쓴 여행기 ‘바셋서 연대기(The Barsetshire Chron ide)’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앤서니 트롤럽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편’에 이 유명한 대목을 남겼다.

이 축복받은 자연을 누리는 건 유학생, 이민자 등 ‘외지인’도 마찬가지다. 대문을 나서면 드넓은 잔디공원과 텅 빈 해변이 수없이 많은 나라다보니 자연 집 안에서 TV를 시청하기보다는 럭비나 수영을 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야외 바비큐를 즐기는 것도 피하려야 피할 수가 없다.

햇볕에 그을린 나라, 호주



지난 3월 영국계 은행 HSBC가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에 거주하는 1000여 명의 해외 파견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호주가 1위를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463쪽 상자기사 참조).

호주에 파견된 직원들 중 83%는 “자녀가 새 친구들을 사귀는 데 잘 적응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63%는 “자녀의 사회 적응도가 고국에서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응답자의 78%가 “자녀가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낸다”고 밝히면서 “TV 시청시간도 30% 줄었다”고 답했다. “자녀의 정크푸드 섭취가 줄었다”는 응답도 53%를 기록했다.

나는 1987년 화가인 아내와 다섯 살짜리 아들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왔다. 아들은 어느덧 성장해 변호사가 되었다. 호주는 내게도 자녀 키우기 좋은 나라였던가? 아들이 호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때와 HSBC의 설문조사 시점에 적지 않은 시차가 있지만, 나름대로 공통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4월 첫째 주말, 가족끼리 떠난 부활절 휴가지에서 아들과 와인 잔을 기울이며 지난 20년 세월을 되돌아보며 대화도 나눴다.

아들의 이름은 윤영식(尹泳植). 올해 27세의 변호사다.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아이는 서울에서 영재학원, 미술학원, 영어학원, 피아노학원을 시간을 쪼개 옮겨 다녔다. 아이의 아빠는 시인이었고, 엄마는 화가였다. 아빠는 시조(時調)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아이를 영재학원에 보냈고, 엄마는 그림 공부만큼은 빼놓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이는 건강한 편이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감기를 앓았다. 건선(乾癬) 피부 때문에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니는 게 중요한 일과였다. 태권도와 수영까지 배웠지만 건강은 갈수록 더 나빠졌다. 그런 아이가 이민 온 지 얼마 안 돼 “난 럭비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당시 시드니에는 영재학원,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같은 건 없었다. 있다 해도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서울과는 달리 오후 시간이 넉넉해져 심심해진 아이는 집 주변 잔디공원에 나가 혼자 럭비공을 차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아이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공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주로 럭비공과 축구공을 갖고 놀았다. 길쭉한 럭비공, 둥그런 축구공만큼이나 서로 다른 외모를 가졌지만 아이들에게 그건 별 대수가 아니었다. 부활절 대화에서 아들은 “외국에서 온 어린이가 호주에 쉽게 적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스포츠 활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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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시인·호주 전문 저널리스트 phillipsd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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