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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100년 숙대, ‘섬김 리더십’으로 세상을 바꿉니다”

부드러운 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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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들이 뽑아줘 4선(選) 총장 됐지만, 총장 직선제 폐단 커
  • ‘현모양처’는 구시대 유물 아니다
  • 여학생 귀엽다고 쓰다듬는 것도 성추행
  • 남편이 육아 돕는 문화 정착 안 되면 출산율 못 높여
  • 5共 정치참여, 거절할 분위기 아니었다
  • 사학법은 건전한 학교에까지 분란 일으킬 것
부드러운 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3월초순 여자대학 캠퍼스는 아직 겨울옷을 벗지 않았지만 여학생들의 웃음소리에선 봄 기운이 묻어났다. 교문 앞 게시판엔 신입생 환영회와 개강 총회, 동아리 회원 모집을 알리는 벽보들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었다. 연극반 학생들은 노점상처럼 소리를 지르며 공연티켓을 팔았다. ‘우리가 놓쳐버린 흐르지 않는 정체성을 위하여.’ 제목이 너무 길고 어려워서인지 티켓이 잘 팔리지 않는 것 같았다.

숙명여대는 5월이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학교 건물마다 ‘백년의 숙명여대, 천년의 빛’ ‘부드러운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구호를 적은 플래카드가 드리워져 있었다. 필자가 젊은 시절에 와본 청파골엔 우중충한 건물이 들어차 있었는데 지금은 유럽풍으로 지어진 석조 건물이 캠퍼스를 꾸미고 있었다. 1994년 이경숙(李慶淑·63) 총장이 취임한 이후 19개의 건물을 새로 지었다. 현재 공사 중인 건물은 20번째인 대학원관(館).

제16대 총장 취임식 다음날 숙대 캠퍼스를 찾았다. 이 총장은 4년 임기의 총장을 세 번 지내고 이번에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교수들의 직접선거로 뽑힌 총장으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이 총장은 청색 스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다. 사진기자가 이 총장을 캠퍼스로 끌어내 풋풋한 신입생들과 사진을 찍게 했다. 그녀는 “신입생은 바로 눈에 띄죠. 옷 입은 게 세련되지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어제 취임식에 외부 손님도 많이 왔습니까.



“아니에요. 이번에는 교내 행사로 축소했어요. 외부 초청인사는 어윤대 고려대 총장님이 유일합니다. 네 번째 취임인데다가 100주년 기념식이 5월에 있잖아요. 100주년 때 국내외에서 많은 손님을 초대합니다.

숙명여대와 고려대학은 뿌리가 같고 태동이 비슷합니다. 일제가 침략의 마수를 뻗쳐오니까 조선왕조는 인재를 길러야겠다고 생각했겠죠. 고종황제가 이용익 대감을 불러 고대를 세우게 했고, 청파골에는 엄귀비 이름으로 숙명여대를 세웠습니다. 100년사(史)를 쓰면서 기록을 살펴보니 김성수, 송진우 등 다수 인사가 양쪽 대학에 기부금을 냈더군요.”

숙명은 황실학교로 시작했다. 고종황제는 명성황후가 살해당한 뒤 엄귀비를 순원황비로 책봉했다. 순원황비가 내놓은 황실땅과 거액의 기부금으로 학교를 지었다.

숙명을 경축하는 이름, 慶淑

-고대가 100주년(2005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하더군요. 숙대는 어떻습니까. 1000억원 발전기금 모금은 잘 돼가고 있습니까.

“1994년 제가 처음 취임해 100주년을 향한 비전을 선포했죠. 2006년까지 1000억원을 모으고 리더십 특성화 대학을 만들어 세계의 명문 여대로 거듭나겠다고 했어요. 1000억원을 모으겠다고 했을 때 냉소적인 분위기였죠. 1000억원은 그만두고 10억원만 모아보라는 말까지 나왔어요. 지금까지 928억원을 모았어요. 올 안에 1000억원을 채울 수 있도록 기사를 잘 써주세요.”

이 총장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慶淑. 그러니까 숙명(淑明)여대를 경축(慶祝)하는 이름이다.

“아버님이 지어주셨죠. 두 번째 총장 취임할 때 윤형섭 전 교육부 장관님이 축사를 하면서 숙대를 경사스럽게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기관장이 1차 임기를 채우고 연임하려는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조직 내부의 ‘민란’이 일어난다. 임기 2, 3년 동안 쌓인 구성원들의 불만이 ‘연임’이라는 말에 그만 폭발해 조직적 반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리가 드러나 구속되는 공기업 사장들도 대개 연임을 거부하는 내부의 투서로 ‘횡액(橫厄)’을 당한다.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모 대학 총장을 지낸 이는 “권리의식은 강하고 의무에 소홀한 교수 집단을 끌고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까다로운 교수사회에서 4년 임기의 총장을 네 번씩 하는 것은 한 교수의 표현대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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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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