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받는 청춘스타 배두나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자신이 돋보이지도, 흥행 가능성이 높지도 않은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한 것이다. 이유는 ‘진짜 연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이후 그는 연극 무대에 오르는 등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그 소녀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여느 연예인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다지 화려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은 시작이었다. 한 의류 브랜드의 카탈로그 모델로 데뷔한 뒤 한동안 패션잡지 모델로 활동했다. 몇 편의 CF에도 출연했지만 그다지 눈에 띄진 않았다.
배두나는 1998년 겨울 공포영화 ‘링’으로 영화계에 들어선 후 활발하게 활동했다. ‘학교’ ‘광끼’와 같은 청춘 드라마는 물론 쇼 프로그램 MC와 라디오 DJ로도 데뷔했고 CF모델 활동도 이어갔다.
한창 주목받기 시작하던 배두나는 자신이 돋보일 만하지도, 흥행 가능성이 높지도 않은 작품을 골랐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였다. 패션 아이콘 같은 이미지를 버리고 구질구질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 역을 자청한 이유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서였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배두나는 이 작품으로 얻은 것이 정말 많다. 무엇보다 당시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은 것, 훗날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배두나를 캐스팅한 정재은 감독의 눈에 띈 것이 큰 수확이다. 지금도 배두나는 그 영화를 택한 것이 배우로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 영화인 ‘청춘’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들의 기억에선 잊혔지만 당시 배두나는 김래원과 과감한 베드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주요 장면에선 대역을 썼다지만 어지간한 용기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여배우의 베드신은 톱스타에게도 ‘평생에 단 한번’이라는 각오 없인 힘들다.
하지만 배두나에게 벗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진 않았다. 작품을 통해 청소년기를 거치며 겪는, 사랑과 성을 둘러싼 방황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영화는 공허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흥행에도 실패했으나 배두나의 노력만큼은 높이 살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