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03년 LG배 세계기왕전과 후지쓰배에서 우승한 후 “앞으로 1년간 열릴 세계 기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 목표에 도달하려면 강호들이 우글거리는 세계대회 본선에서만 20연승 이상을 해야 한다. 때문에 다들 이 9단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말 삼성화재배, 지난 1월 도요타덴소배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한 후에는 2005년 목표를 “승률 80% 이상”이라고 공언했다. 다들 설마 했다. 그의 언행이 워낙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 9단을 두고 ‘건방지다’ ‘오만하다’며 안티 팬까지 생겨났을까.
그런데 이번 후지쓰배 우승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다. 세계 메이저 대회 3연승에 최근 1년간 국제대회 전적 23승3패, 올해 15승2패로 승률이 88%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2년 전 호언한 ‘1년간 세계기전 싹쓸이’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 9단의 태도가 한결 겸손해졌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상대는 동문수학한 후배 최철한 9단. “지금까지 세 차례 치른 후지쓰배 결승전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 올해는 국내 기전에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우승 소감이다. 예전의 치기는 사라졌다. 20대 초반에 벌써 입신의 경지에 오른 것일까. 그의 다음 승부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