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명곤(金明坤·54)씨는 영화 ‘서편제’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본업’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연기 잘하는 소리꾼 같기도 하고, 판소리 실력이 좋은 배우인 듯도 하다. 영화배우인지, 연극배우인지는 더욱 알쏭달쏭하다.
대학시절 우연히 연극 연습을 구경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연극배우가 됐다. 병을 얻어 휴학중에 판소리를 배웠다. ‘뿌리깊은 나무’ 기자를 했고, 배화여고에서 독어를 가르쳤다. 2년 남짓한 짧은 교사 생활이었지만, 훗날 아내가 된 제자를 만났다. 그에겐 광대의 피가 흐르는 모양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10여 년 무명 배우로 떠돌았다. 1987년 마침내 극단 ‘아리랑’을 창단, 대학로에서 한국 전통 요소와 연극을 결합한 민족극을 공연해왔다. 영화판에서도 신명나게 놀았다. ‘서편제’ ‘태백산맥’ ‘그곳에 가고 싶다’ ‘바보선언’…. ‘춘향뎐’ 시나리오도 썼다.
2000년 국립극장장에 발탁돼서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6년을 재직하면서 국립극장을 정부 산하 책임운영기관 중 A등급에 올려놓고, 그 업적을 인정받아 임기 마지막해인 지난해 대통령, 국무총리에 이어 공무원 연봉순위 3위에 올랐다.
그는 광대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넓고 큰 영혼으로 세계의 불화와 고통에 정면으로 맞서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의 광대론이다. 갖가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문화계 난제들을 ‘광대정신’으로 신명나게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