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黃芝雨· 54, 본명 황재우) 시인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제5대 총장에 임명됐다. 문인 출신이 이 학교 총장이 된 것은 처음.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 예술총감독으로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이 선출 배경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식년 휴가를 얻어 몽골 초원으로 떠날 계획이던 그는 ‘군대 두 번 가는 기분’으로 총장직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황 총장에게는 ‘1980년대 권위주의적 시대를 파격적인 언어로 비판한 저항시인’이란 평이 따라다닌다. ‘문학의 은둔’을 주장하던 그가 국립예술학교의 총장이 되면서 제도권으로 진입한 셈이다.
“혹자는 변절한 것이 아니냐고 묻지만, 시대가 달라졌어요. 대항해야 할 대상 자체가 변했다는 거죠. 시인이 총장이 되고 광대가 장관이 된다는 것은 열린 사회로 나아간다는 증거입니다.”
서울대 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한 황 총장은 전방위적 예술가.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비롯한 수백편의 시와 극본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 전시회도 열었다. 자신이 그래왔듯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적 예술인’을 길러내는 게 목표다. “예술 장르 간에 활발한 교류를 시도하는 다학제적 교육풍토를 정착시키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