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5년간 WHO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전통의학(한의학) 자문관을 지낸 최승훈(52) 경희대 한의대 학장은 국제기구에 몸담으며 한의학계 발전이라는 오랜 꿈에 한발 다가섰다.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국제전통의학 표준용어를 제정해 출판하고, 각 나라의 전문가들과 4년간 11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경혈(經穴) 부위 명칭 4분의 1을 통일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가 다시금 꿈을 향해 도약하고 있다. 영어 강의를 도입하는 것도 그래서다. 한의학 자체를 세계에 전달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파악해 정리하자는 것. 학생들에게 600권에 달하는 고전 강독을 권하는 것도 한의학을 세계로 이끌어나갈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최 학장도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며 학문의 방향을 찾았다고 했다.
“국내 한의계가 어렵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변화에 좀 더 적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개혁 내용들은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국내외 명문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들은 생각은 했으나 실행하기 어려워 미뤄뒀던 것들을 천천히 관철해나갈 뿐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