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리소설 ‘어둠의 변호사’(들녘) 시리즈로 1권 ‘붉은 집 살인사건’과 2권 ‘라트라비아타의 초상’을 펴낸 도진기(43)씨는 서울고법 소속으로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 중인 현직 판사다. 도씨는 올 초 한국추리작가협의회 신인상을 받으면서 정식 등단했다. 주로 평일 출퇴근 시간에 다른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읽고 내용을 구상한 뒤 주말 하루 종일 글을 썼다.
“본래 술도 잘 안 하고 골프도 안 치고…. 별다른 취미가 없다보니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가 쉬웠습니다.”
현직 판사가 쓴 추리소설이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만, 100% 창작이다. 그는 “실제 사건은 너무 단순해 추리소설에 쓸 수 없다”며 “그래도 수사 실무를 알기 때문에 과정을 생생하게 쓸 수 있었고 판결을 내릴 때처럼 한 인물의 악의(惡意)를 다방면에서 추리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딱딱하기로 유명한 판결문 문체에 익숙한 도 판사는 의식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외우는 등 유려한 글을 쓰고자 노력했다.
“요즘 판결문을 보면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 다음 심(審)의 재판관을 위해서 쓰는 것 같아요. 판결문의 수요자는 국민이므로 그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써야 합니다.”
벌써 시리즈 4편까지 구상을 마친 도씨는 “추리소설의 본거지 일본보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이 뛰어난데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며 “국내외 독자를 사로잡는 추리소설을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