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아니라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에너지수요관리+천연가스 잘 조합하면 돼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 수준…“국제적 통계 기준 따라야”
“전력수급기본계획, 미세먼지 저감대책과 어긋남 없는지 살필 것”
![[지호영 기자]](https://dimg.donga.com/a/650/0/90/5/ugc/CDB/SHINDONGA/Article/5a/21/07/a0/5a2107a00ec5d2738de6.jpg)
[지호영 기자]
‘신동아’는 탈원전을 둘러싼 여러 우려에 대해 에너지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환경부의 안병옥(54) 차관에게 물었다. 안 차관은 “나 이전에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학자와 시민단체가 굉장히 많았다”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최초 설계자’라는 세간의 평을 부인했지만, 2012년 그가 주도한 에너지대안포럼의 ‘에너지전환 2030 시나리오’는 그해 야권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세운 탈원전 공약의 기초 자료가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 차관은 국내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전문가다. 서울대 해양학과 및 동 대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에서 응용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뒤스부르크-에센대 생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귀국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시민환경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예상 밖’ 공론화위 결과
11월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 차관은 맨 먼저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기간과 정부 출범 초기 ‘탈원전’이란 용어를 사용했지만, 최근 들어 ‘에너지 전환’으로 용어를 변경했다. 10월 24일 발표된 산업부 보도자료에도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이라고 표기돼 있다.▼ 용어를 왜 바꿨나.
“원전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탈원전인데, 이는 최단 70년 후의 이야기다. 오랜 세월에 걸쳐 대안을 찾아나가면서 원전을 줄여가는 것인데, 탈원전이라고 하면 국민이 원전을 급격하게 축소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또 원전이 에너지의 전부가 아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발전도 함께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이 바른 용어다.”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건설 중단 의사가 40.5%나 돼 놀랐다.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공정률이 30%가량 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분이 많으리라 예상했다. 수조 원의 매몰비용이 예상됨에도 국민 10명 중 4명이 건설중단 의사를 밝힌 것에서 국민이 원전에 대해 갖는 신뢰도가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번 공론화위는 공론화를 통한 정책 결정의 시금석이 됐다고 생각한다. 평소 구성원의 참여가 부족한 행정이 아쉽다고 생각해왔다. 정부 부처들은 중요 자료를 공개하지 않거나, 최종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중간발표를 굉장히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제 정책을 소수가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중대한 정책, 심각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론화위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면 좋겠다.”
▼ 기후변화 전문가로서 원전을 평가한다면.
“원전이 값싼 에너지원으로서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고 위험성, 사용 후 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등 환경 비용까지 포함하면 원전의 경제성에 물음표가 생긴다. 발전단가를 보더라도 원전은 갈수록 비싸지고 재생에너지는 점점 저렴해지는 추세다. 이미 미국의 여러 주(州)와 이탈리아 등에서는 원전의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다. 또한 원전은 전기를 낭비하는 사회를 만든다. 원전으로 대량생산한 전기를 어떻게든 사용하게끔 에너지 정책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안 될 수 없어
마이클 셸렌버거라는 미국의 환경운동가는 원자력발전을 지지한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셸렌버거 등 일부 환경운동가와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전을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여긴다.▼ 원전의 안전성을 높인다면 ‘친환경 원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친환경 원전’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인데, 우리나라에서 크게 각광받아 깜짝 놀랐다. 국제적으로는 원전이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거의 취급되지 않는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2℃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 목표인데, 원전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1000기 이상을 더 지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440여 기 있다. 대다수가 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이다. 원전 하나를 건설하는 데 8~1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성 문제 때문에 원전은 해답이 되지 못한다.”
안 차관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는 ‘카산드라의 예언’, 원전은 ‘다모클레스의 검’에 비유된다고 소개했다. 둘 다 거대한 위험이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는 차원에서의 비유다.
‘폐기물 위주’ 탈피해야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장기적으로는 전기료를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https://dimg.donga.com/a/213/0/90/5/ugc/CDB/SHINDONGA/Article/5a/20/fa/57/5a20fa571fc7d27382db.jpg)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장기적으로는 전기료를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 그래도 대규모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원전은 가치가 있지 않나.
“내가 아는 한 세계의 에너지기구들, 컨설팅 회사들은 미래 원전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안전성 문제,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강화 등으로 원전은 확대될 수가 없다.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철학과 맞닿아 있지만,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필연이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원전을 2017년 24기,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한다. 원전의 빈자리는 재생에너지가 채운다. 정부는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원전 축소로 감소되는 발전량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12월 발표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안 차관은 “설비용량이 아닌 발전량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설비용량 대비 가동률이 원전은 70~80%이고 재생에너지는 이보다 더 낮다. 설비용량이 아닌 발전량이 기준이 됨으로써 더욱 도전적인 과제가 된 것이다.
▼ 재생에너지가 원전과 석탄을 대체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
“우선은 어떤 정부든 에너지 공급을 정책의 최우선에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대규모 정전으로 인한 산업 및 도시의 마비를 방치할 정부는 없다.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공급 부문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를 두고 추진하는 것이다.
나는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수요 관리, 천연가스 활용과 잘 조합된다면 원전과 석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에너지 수요 관리는 중요한 과제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줄여나갈 여지가 굉장히 많다. 또 당장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만한 수준으로 늘어나기 어려우므로 천연가스를 유력한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외식하러 가서 건강이나 맛은 고려하지 않고 매번 싼 메뉴만 주문해 먹는 것과 같았다. 지금 당장 천연가스가 경제성 면에서 불리하다고 대안이 아닌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얼마나 될까? 기준에 따라 편차가 크다. 탈원전 로드맵은 2016년 자가발전까지 포함해 7%라고 명기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1.9%에 불과하다(2015년 기준).
▼ 이런 차이가 왜 발생하나.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만 쓰는 용어이자 기준이어서 그렇다. 신재생에너지는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 등 신에너지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나뉘는데, 세계적으로 신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인정되지 않는다. 폐기물도 생분해성 재생도시폐기물만 재생에너지로 인정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의 60% 이상이 폐기물에서 나오고, 그마저 대부분이 폐타이어 등 비생분해성 산업폐기물 또는 비재생도시폐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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