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熙相<br>● 1945년 경남 거창 출생<br>● 육사 24기, 서울대 외교학과·미국 육군대학 졸업<br>● 노태우 대통령 국방비서관<br>● 수도기계화사단장·수도군단장·1군 부사령관·국방대학교 총장 역임(예비역 육군중장)<br>● (현)노무현 대통령 국방보좌관<br>● 저서 : ‘중동전쟁’ ‘생동하는 군을 위하여’ 등
한국군의 조기 파병은 험난해진 한미관계의 돌파구를 뚫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의 반미 촛불시위에 맞서 미국에서도 반한(反韓)과 혐한(嫌韓) 감정이 높아진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 결정과 노대통령의 ‘노련한 처신’으로 미국내의 반한 파고를 피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김보좌관은 육사 교수 요원이 되려고 임관 후 서울대 외교학과에 편입해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그러다 방향을 바꿔 중령 때부터 야전으로 나가면서 인재가 많았던 육사 24기의 대표적인 전략통이 되었다.
일요일인 지난 6월8일 특이한 군 경력을 가졌고 청와대에서도 특이한 위치에 있는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첫마디는 뜻밖에도 “한반도를 통일할 수 있는 기운이 높아지고 있으니, 참여정부를 포함한 한국 사회는 장대(壯大)한 통일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보좌관께서는 1977년 ‘중동전쟁’이라는 책을 편찬하셨죠. 미군은 작전을 잘할 뿐만 아니라 점령지에서 군정을 펼치는 민사(民事) 분야도 준비가 철저해요.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우리 군도 민사를 펼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사 업무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 동티모르에서 소령 계급의 장교가 민사 업무를 하는 것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동티모르는 여기(한반도)와는 전략환경이나 문화적인 차이가 너무 커서 그곳에서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기자의 말처럼 우리 국민이 그런 큰 꿈(통일)을 꾸고 있다면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신문을 한번 보세요. 큰 꿈을 그리는 기사는 찾아볼 수가 없고 온통 불확실한 의혹과 사회적 갈등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어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큰 꿈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데 말입니다.
2000년 11월말 제대한 후 저는 미국 랜드(RAND)연구소에 갔었어요. 그리고 일본의 방위연구소(NIDS)와 러시아의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중국의 사회과학연구소도 한두 달씩 방문했습니다. 4대 강국의 국제 안보문제연구소를 다 둘러보고 느낀 것은 ‘남과 북이 다 같이 승리자가 되는 윈-윈의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는 유리한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골목대장 있어야 조용해져
-저도 동료 기자들에게 그런 뜻에서 이라크파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군정 업무를 해봐야 통일의 초석을 닦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싫든 좋든 세계화 시대가 열렸고 또 어차피 ‘역사는 승자의 역사’인 측면이 강합니다(웃음). 어느 쪽이 이길지 뻔한 데 공병이나 의무병 같은 인도주의적 병력을 보내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요.”
-그런데 왜 남이 벌이는 침략전쟁에 끼여드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미군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합니다.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미국은 명분 없는 전쟁을 벌였다는 것인데, 그에 대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副)장관은 ‘전쟁 명분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은 후세인 정권에 의해 집단 학살된 이라크인이 묻힌 곳곳의 공동묘지를 보라’고 했습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도 ‘대량살상무기?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라크인들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