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 등 강력한 개혁·개방 움직임을 보여주었던 북한은 군 내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개혁작업을 벌였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구체화된 복무기간 단축과 이에 따른 대규모 감군조치(‘신동아’ 5월호 ‘북한 50만 감군설의 진상’ 기사 참조). 이러한 변화에는 인민군 소장파의 지속적인 득세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부 장악력 강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관계기관들의 분석이다.
한편 감군 등의 개혁조치와 맞물려 북한군의 조직과 부대배치 등에도 최근 가시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사일 전력의 일부 재배치와 인민군 내 정치부문 축소다. 이러한 변화 움직임이 당장 남북간의 긴장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관계기관들은 해석하고 있지만, 일단 ‘변화’에 무게가 실린 북한군 내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변화 가운데 전술적인 의미가 가장 큰 것으로는 스커드미사일 전력의 위치변동을 들 수 있다. 인민군 66, 73, 85, 74 포병여단이 보유하고 있던 스커드미사일 전력 중 상당수가 후방으로 이동 배치됐다는 것. 지상에 노출되어 있어 위성으로 판독이 가능한 수십 기는 물론, 지하갱도에 보관되어 있는 수백 기 규모의 스커드미사일 또한 이번 이전배치에 포함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사일 위협 증가” VS “PAC-3 합리화”
이러한 조치는 언뜻 한반도 긴장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지만 관계기관의 분석은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미사일 전력이 후방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의 사거리가 길어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이 설정하고 있는 잠정 타깃은 서울 및 전방지역의 주요 군사시설들이다. 미사일여단의 위치변경은 후방에서도 서울 공격을 자신할 수 있을 만큼의 유효 타격거리가 확보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는 미국의 핵시설 제한폭격에 대응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변에 제한폭격이 이루어지면 북한은 휴전선 이북에 배치되어 있는 240mm 방사포, 170mm 자주포 등 장사정 포대와 미사일 등으로 수도권 및 전방지역을 공격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측은 핵시설에 대한 제한폭격과 동시에 이 지역의 공격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사전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미사일전력이 후방지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미국의 사전공격은 필요한 시간과 위험도가 증가했다는 것이 관계기관들의 분석이다. 또한 대부분의 스커드미사일이 지하갱도에 보관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재배치는 북한의 지하군사시설 건설이 전방뿐 아니라 후방에도 상당부분 진척되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유사시 즉각 스커드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는(관계기관들은 북한이 생산할 수 있는 스커드 미사일이 연간 100여 기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시설 및 장비도 이미 후방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미국의 신형 패트리어트미사일(PAC-3) 구매 계획을 공개하고 나선 것에는 이러한 북한측 전력배치의 변화가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차영구 정책실장은 지난 6월10일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자체 방어능력 확보가 시급하고, 이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MD(미사일방어체제)에 한국 국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동참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관련장비 구매를 서두르는 것에는, 유사시 사전타격이 어려워진 스커드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방어망을 서둘러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군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전력 후방 재배치로 위협이 증가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
경남대 북한대학원의 함택영 교수는 “전방에 있었을 때도 우리측에서 포로 공격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고, 후방으로 옮겼다고 해서 전폭기를 이용한 야간 폭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재배치로 인해 사전공격이 어렵다는 분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미 결정돼 있는 PAC-3 도입을 합리화하기 위한 우리 정보기관의 ‘의도 섞인’ 해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