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급변하는 대선구도로 인해 각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증권시장에서 이른바 ‘대선 테마’에 투자한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주식과 관련된 후보가 당선되면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증시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5년마다 반복되는 국가적 ‘빅 이벤트’가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증권 분석가들은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각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가정해 증시 전망과 업종별 호재 및 악재를 분석한다.
외국계 맥쿼리증권은 지난 8월20일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주택시장 규제 완화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이례적인 리포트를 발표하며 건설업종에 대한 ‘비중확대’를 권했다. 실제로 증권시장의 건설업종 지수는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튿날 강세를 보였다.
이런 경우처럼 과거엔 대선 때마다 각 후보의 집권 후 정책 예상에 따라, 혹은 대선 이벤트 자체로 ‘대선 수혜주’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그러나 올 대선을 앞두고 최근 1년간 증시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관련 종목들은 대선 수혜주라는 용어 대신 ‘대선 테마주’라고 불린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장 실적 등 수치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2년 이상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실제 모멘텀이 존재하는 주제를 통상적으로 ‘테마’라 부른다. 그만큼 대선 관련 종목군이 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테마주는 일단 테마가 형성되고 나면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이에 편승해 급등하는 종목이 다수 등장하는 특성이 있다.
‘대선 테마’의 등장
과거의 단골 대선 수혜주는 제지와 광고주였다. 각 캠프가 미디어와 인쇄물을 통한 홍보전을 벌이면서 제지업체와 광고업체에 특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매년 배당 시즌을 앞두고 9~10월에 ‘배당주 테마’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두고는 항상 이들 업체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때는 전통적인 대선 수혜주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선 수혜주라며 증권사들이 추천한 종목 중 LG애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하거나 상승률이 크지 않아 “이제는 대선 특수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선거홍보 비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고, 선거전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특수(特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처음으로 ‘대북지원 수혜주’가 떠올라 ‘대선 테마’의 원조가 됐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단골 대북지원 품목인 사료와 비료 업체 주식이 수혜주로 분류됐지만 근거가 빈약했던 만큼 선거 이후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2002년 대선은 북핵 문제 등 다른 이슈로 인해 선거 자체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전통적인 수혜주도 수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대선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한 데다 각 후보의 공약에 따른 수혜주가 불분명해 대선 수혜주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