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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정동영의 전략과 한계

‘안전 행보’로 실기(失期), ‘昌 기습’에 실지(失地)…‘3통 정치’로 마지막 승부수

상처투성이 정동영의 전략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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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에게 ‘안전 행보’는 毒?

정동영 대선 플랜의 제2단계인 ‘정동영 대 이명박’ 양자 대결구도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 이미지와 청계천 효과 등 서울시장 시절의 성과에 힘입어 지지율 50%를 상회하는 이명박 대세론이 워낙 견고한 데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등 소위 범여권에 실망해 등 돌린 민심이 정동영 후보에게 눈길조차 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별 없는 성장’과 ‘가족행복’을 슬로건으로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청계천 등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경제담론을 선점한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명박 대세론에 가로막혀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사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대선 구도가 ‘이명박 대 이회창’ 두 후보의 맞대결 구도로 재편되면서 정 후보는 3순위 후보로 밀리고 말았다.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범여권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데는 이명박 후보와의 맞대결 구도가 흐트러지면서 대선판 자체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정동영 후보 선대위 최재천 대변인은 “이미 자신을 심판한 국민을 무시한 극단적 권력욕망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역사의 시곗바늘을 차떼기 시대로 돌리는 철저한 반동”이라고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맹비난했다. 청와대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일”이라고 이회창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꿈쩍도 않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이회창 변수’에 하락하기 시작했다. 40%대로 내려가더니 11월 중순 조사에서는 30%대로 떨어졌다. 대선전에 뛰어든 이회창 후보가 2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로 뛰어오르는 사이 정동영 후보 역시 가까스로 달성한 20%대 지지율을 지켜내지 못하고 10% 중반으로 하락했다. 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이회창 쇼크’에 유탄을 맞은 면이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맞붙을 후보로 스스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데 더 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국민이 대통령후보에게 원하는 것은 매 시기 난관을 뚫고 나가는 돌파력”이라며 “후발주자일수록 안전한 행보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후보로 선출된 이후 정 후보의 소극적 대선 행보가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대선판을 정 후보 중심으로 주도하지 못한 상황에 이회창 돌출변수가 터져 나오는 바람에 한순간에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정치인으로서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을 정동영 후보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월30일 ‘정동영 후보의 약점’을 주제로 실시한 KSOI 조사(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7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에서 응답자의 33.6%는 ‘정치인으로서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을 정 후보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았다.

추상적 대립구도의 한계

정동영 후보측은 한때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맞서 ‘개성 동영 대 운하명박’의 대립구도를 제시한 바 있다. 개성공단을 만든 추진력을 앞세워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압도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렇지만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매개로 일부러 대척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명박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후보가 ‘국민성공’을 들고 나오자, 이번에는 ‘가족행복’으로 맞장구를 쳤다. ‘행복동영이 성공명박을 이긴다’는 구호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추상적 대립구도는 작위적일 뿐 아니라 국민 실생활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위 KSOI 조사에서 정 후보의 두 번째 약점으로 ‘정치적 성향과 정책노선이 불분명하다’는 응답이 24.8%로 뒤를 이은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기보다는 이명박 후보와의 맞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 지나치게 치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 번째 약점으로는 ‘국정에 실패한 범여권 후보라는 점’(22.5%)이 꼽혔다. 정 후보가 ‘뚜렷한 성과가 없고, 정책노선도 불분명한, 국정에 실패한 범여권 후보’라는 인식을 깨지 못하고 있는 사이 대선 국면은 ‘이명박 대 이회창’의 양자 대결구도로 재편됐다. 정 후보는 비록 원내 제1당의 대선후보지만, 지지율 3위 후보로 뒤처지면서 대선 주도권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이명박 후보와의 1대 1 구도를 만들려던 목표가 차질을 빚으면서 정동영 후보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패색’이 짙어가는 대선판을 흔들기 위해선 승부수가 필요했다. 정 후보는 고육책으로 민주당과 50대 50의 당 대 당 통합과 후보단일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개혁세력의 적자(嫡子)로서 범여권 단일후보로서 ‘이명박 대 이회창’의 양자 대결구도로 굳어가는 대선판을 3자 대결구도로 바꾸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인 셈이다.

원내 140석의 대통합민주신당과 원내 8석의 민주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것은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정 후보측은 “전통적 지지층 복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한 핵심참모는 11월12일 양당 합당 선언 직후 “모양과 격식을 따질 겨를이 없다. 이제 범여권을 한데 묶어 총력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대선은 해보나마나라는 인식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4인 회동을 통해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11월19일까지 ‘합당 절차’를 마무리하고, 두 차례 TV토론을 거쳐 11월23~24일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출됐지만, 정 후보에게는 범여권 최종 단일 후보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원내 8석의 이인제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논의해야 하고, 이 관문을 통과한다 해도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제2차 후보 단일화 여정이 남아 있다.

정동영 후보는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하나로 묶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 후보는 두 가지 전선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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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내일신문 정치부 기자 j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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