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뜻하는 바가 바로 이것일 터다. 아쉬운 것은 시작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1년이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촛불집회를 경유하면서 20~30%대로 떨어진 국정운영 지지율은 다소 증감이 있었으나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전망 역시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노무현 정부 답습
오히려 적지 않은 사람은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유사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가 통치의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대체적으로 2006년 지방선거 이후다. 어떤 정부라 하더라도 국민의 3분의 2에 가까운 사람이 지지를 철회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허탈감과 그에 짝하는 성마른 비판이 커지게 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이 구조화되면 집단적 무기력과 분노 또한 구조화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일종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지지가 취약한 정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책을 조급하게 내놓게 되며, 그것이 성급하게 추진되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소홀히 하게 되고, 통합이 소홀해지는 만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과 비판은 다시 커지게 된다. 이 과정에 권력은 갈수록 오만한 것으로 비치며, 국민의 마음속엔 권력 심판의 욕망이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된다.
투표를 통해 집권한 정부로서는 권력의 위임을 정당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국민은 그 위임이 선거라는 한 번의 과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책 추진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 속에 이뤄지는 법이다. 이른바 정당성의 위기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2년 전 겨울, 노무현 정부를 심판해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켰지만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는 바로 정확하게 노무현 정부의 길을 따라왔다는 점이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지만, 최고 정치지도자 개인에 의존한 정치 동원체제인 ‘위임 민주주의(delegative democracy)’의 딜레마를 이명박 정부 역시 그대로 안고 있다.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지난해 6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이했을 때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을 ‘집권적 권위주의’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때의 논의를 참조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성격,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과 거버넌스(governance·통치), 그리고 국정운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리 지적해두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는 올해 1년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지방선거를 치르며,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관심사는 자연스레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가 올해 1년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와 같은 만성적인 정당성 위기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신자유주의적 발전주의’
먼저 주목할 것은 지난 1년간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성격이다. 노무현 정부의 성격은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노 전 대통령이 규정한 바 있다. 좌파 신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좌파적인 사회정책의 결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지구적으로 관찰할 때 좌파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영국 블레어 정부나 독일 슈뢰더 정부의 ‘제3의 길’을 ‘신자유주의 좌파’라고 명명한 바 있으며, 이들 정부 역시 신자유주의에 경사된 경제정책을 추진하되, 여기에 좌파의 복지국가 정책을 결합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