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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차 이명박 정부 리더십

혁신과 통합의 ‘피플 프렌들리’로 경제·정치 위기 돌파하라

집권 2년차 이명박 정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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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는 박정희 시대의 ‘발전국가론’과 세계화 시대의 ‘신자유주의’가 결합한 신자유주의적 발전주의(neo-liberal developmentalism)로 이름 지을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발전주의는 국부(國富)를 겨냥하는 발전주의의 목표에 국가 기능의 축소, 민영화 및 탈규제,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결합하려는 발전전략이다.

구체적으로 2007년 대통령선거 과정부터 논란을 빚은 대운하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발전주의적 특성을 상징한다면, 각종 탈규제와 민영화 정책들은 신자유주의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수적 관점에서 보면 ‘신자유주의적 발전주의’는 발전국가론이라는 우리 산업화가 갖는 경로의존성을 고려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한국적 변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먼저 주목할 것은 최근 ‘4대강 정비 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토건국가적 기획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건국가란 호주의 동북아시아 전문가 개번 매코맥(Gavan McCormack)이 사용한 개념이다. 정부가 건설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자하지만, 이면에는 정치권과 건설업자 간의 제휴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토건국가의 매력은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서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운하 또는 4대강 정비를 포함한 일련의 국책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토건국가적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일본 사이타마대 우종원 교수는 일본에서 “공공사업의 ‘약발’이 떨어졌”으며, “빚만 눈덩이처럼 쌓였다”고 주장하고, 그 결과 2007년 현재 일본 정부의 채무 잔액이 국내총생산의 175%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중앙일보, 2007년 6월14일). 우리 사회가 일본 사회의 길을 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도 논란거리다. 거시적으로 보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다른 국가들의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그 명암이 분명한 전략이다. 긍정적 시각에서, 기업에 대해 규제완화를 단행하고 노동시장에 대해 유연성을 높이며 감세를 포함한 최소국가를 지향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기가 다소 활성화되며 성장률은 어느 정도 높아질 수 있다.

비교사회학적으로 볼 때,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는 프랑스 사르코지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독일 메르켈 정부의 실용주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집권 1년을 돌아볼 때 이명박 정부는 ‘중도적 실용주의’가 아니라 ‘시장친화적 전략’의 성격이 두드러졌다. 경제정책은 물론 복지정책과 교육정책을 포함한 사회정책까지 철저하게 시장원리를 특권화하려는 방향으로 나아 갔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지난해 가을부터 가시화된 세계적 금융위기와 맞물려 고조됐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확산되기 전부터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일자리 창출, 소득분배 개선, 사회통합 제고 등과 같은 문제들을 결국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고, 시민사회로 부담을 이전하더라도 복지 수준은 정체하거나 후퇴하며, 결과적으로 정부와 대기업을 한 축으로 하고 진보적 정치조직 및 사회운동조직들을 다른 축으로 하는 새로운 대립구도 속에서 사회통합적 자원들은 고갈된다는 예견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바로 이런 예견을 현실로 옮겨놓았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금융위기도 가을을 지나면서 실물경제 위기로 이동했으며, 그 결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최저점에 도달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올 한해 경제 전망이 몹시 어둡고, 이것이 다시 세계경제의 불황과 맞물려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예측이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경제정책과 더불어 지난 1년간 큰 논란을 빚은 것이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우리 사회의 정치적 리더십은, ‘그림 1’을 참조해 보면, A 유형에서 B 유형으로 이동해왔다. 다시 말해,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리더십은 ‘집권적 권위주의’에 가까웠는데, 이 리더십은 대통령이 마치‘계몽군주’처럼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는 동시에 권력이 소수에 집중된 것으로 특징 지어졌다.

‘집권적 권위주의’ 리더십

이어 노무현 정부의 리더십은 ‘집권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초기에는 D 유형인 ‘분권적 자유주의’를 지향했다. 하지만 분권과 자율, 토론과 타협을 중시한 노무현 대통령의 ‘탈(脫)권위주의 리더십’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B 유형인 ‘집권적 자유주의’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은 바로 이 ‘집권적 자유주의’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인수위원회 시절에 ‘실용’ 또는 ‘경쟁’을 강조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적 집권주의와 시장적 자유주의가 결합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현실로 드러난 것은 ‘집권적 권위주의’였다. 특히 ‘쇠고기 사태’를 경유하면서 이 리더십은 민주화 이전 군부권위주의 시대의 리더십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으며, 민주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갖게 했다.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단히 비판적이다. 예를 들어, 진보적 정치학자 손호철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 대해 “1%의 ‘강부자’를 위한 종부세 완화정책, 이미 위험수위에 이른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루스벨트식의 ‘일 국민정책’이 아니라 점점 잘사는 소수와 점점 못사는 다수로 분열시키는 ‘두 국민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한국일보, 2008년 10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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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kimhok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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