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러운 봄바람이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목련 꽃을 피우던 4월1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문화부 집무실에서 만난 정 장관은 호주 시드니 출장 준비로 무척 바빠 보였다. 이날 저녁 7시 비행기를 탈 예정인데, 현안 보고받느라 여장을 채 꾸리지도 못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취임 뒤 “답은 현장에 있다”며 부지런히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번 시드니 방문도 시드니 한국문화원 개소식에 참가하는 것뿐 아니라 현장에서 한국문화원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문화원은 선진국 중심 행정을 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것은 사실 파급효과가 별로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문화가 열악한 나라에 우리 문화원이 나가 있으면 선진문명을 받아들이려는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그것을 통해 국가 간 교류도 확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로 인해 우리의 국가 브랜드 가치도 향상될 수 있고요. 산업적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공관 개념이 강했던 한국문화원을 복합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키고자 합니다. 단순히 행정뿐 아니라 전시관, 도서관, 전용극장, 전통 음식점, 액세서리 가게, 오디오 가게 등을 마련해서 현지 시민들도 문화원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파격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취임한 지 갓 두 달이 지났지만 그는 이처럼 베테랑 장관의 면모를 보인다. 2000년 의원 배지를 달자마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를 지원했고, 11년 동안 같은 상임위를 고수했던 덕분이다. 그는 실제로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갖췄다. 서울과 시드니에서 여러 차례 한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는 문화부 현안과 정국에 대해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특히 현재 한나라당의 위상과 관련한 질문에서 그는 “한나라당이 개혁하지 않으면 재집권은 어렵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동아’는 문화부 장관으로서의 그와 정치인(그는 여전히 경기 양평·가평 지역구 국회의원이다)으로서의 그를 나눠서 들여다봤다.
이번 인터뷰는 취임 뒤 잡지매체와 하는 첫 공식 인터뷰다. 올해 11월호로 창간 80주년을 맞이하는 ‘신동아’에 대해 그는 “대단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잡지에 대한 그의 관심은 특별하다. 1차 인터뷰에서 잡지진흥정책에 대해 설명할 때 그는 일주일 뒤 발표할 내용을 기자에게 미리 브리핑했다.
잡지 진흥 5개년 계획 마련
“잡지가 위기를 맞이했고, 사양산업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어요.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매체환경이 빅뱅이라고 할 정도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잡지뿐 아니라 종이신문도 아주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부문이 없어진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특히 잡지와 관련해서는 저희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관계자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잡지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4대 과제 16대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이번 계획에 따라 문화부는 5년간 ‘잡지산업 진흥 인프라 구축’에 44억원, ‘잡지 콘텐츠 품질 제고 및 디지털화 지원’에 240억원, ‘유통구조 개선 및 독자 저변확대’에 77억원,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71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 공연장에 자주 가는 것으로 아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는지요?
“공연이라면 다 좋아합니다. 또 그게 일이기도 하고요. 특히 연극을 좋아하지만, 연극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 장르를 막론하고 현장에 가는 것을 즐깁니다. 전람회에 가는 것도 즐겨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시간을 내지요. 외국 출장을 가면 그 지역의 박물관도 빼놓지 않고 들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