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후 그가 나타났다. 반갑게 악수를 청하더니 생수병을 따서 기자의 잔에 따른다. 이어 자기 잔에 따른다. 그 모습을 보니 일본에서 원전 폭발 후 생수 품귀현상이 일어난 일이 연상됐다. 그에게 일본의 재난에 대한 감상부터 물어봤다. 그와의 인터뷰에선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질문하거나 말꼬리를 계속 잇거나 논점을 왔다갔다 해도 된다. 사실 그게 사람들이 일상에서 대화하는 방식인데 그는 이런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단한 나라 아닌가요? 중국에서 지진 나고 일본에서 지진 나도 우린 안 나니까. 굉장히 지금 감사하죠”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 경기소방을 포함해 120명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본에 가서 가장 늦게 나왔어요. 경기도 공무원들도 3500만원을 모금해 드렸고. 이런 성숙한 모습이 자랑스러워요”라고 했다.
아무것도 없어요. 연금도, 현금도…
▼ 이재민들을 보니 안타깝던데요. 특히 나이 든 분들이나 아이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의 노인복지나 공교육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나라 복지 중에 가장 큰 문제가 노인복지죠. 우리나라 노인의 70%가 빈곤층입니다. 또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입니다. 이들이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을 성공한 나라로 만들었는데, 세계에서 공이 가장 많은 사람들인데 자살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국민연금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시 봐야 합니다. 공무원들은 자살하는 사람이 많지 않죠?”
▼ 아마 그럴 겁니다.
“공무원 중에 자살하는 사람, 난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공무원 연금 아까워서라도 안 죽지. 선진국을 보면 나이가 들면 행복도 커져요. 연금으로 충분히 생활이 되고 주변에서 존중해주면 안 죽습니다. 반면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기다려지는 게 없어요. 살기 힘들고, 거기에다 질병에 걸리고, 또 자식이 사업에라도 실패했다, 이러면 차라리 죽자 이렇게 되는 거죠. 이걸 막으려면 국가가 국민연금이나 노인연금을 조금 강화해줘야 하겠죠.”
▼ 도지사께선 노후대책이 어떠한가요?
“나는 아무것도 없어요. 나이가 들어가니까 조금 두려워지기는 합니다. 겁도 좀, 솔직히. 나는 연금도 없어요. 연금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재산도 없고 현금도 없고.”
▼ 성장이냐, 복지냐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죠. 복지를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 같네요.
“나는 재산이 별로 없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 보면 내 주머니 있는 것 다 내줬어요. 나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런 정신이 정책으로 현실화된 것이 바로 ‘무한돌봄’이죠. 대한민국 대표 복지브랜드가 되고 있어요.”
▼ 다른 복지사업과 어떻게 다르죠?
“보통 급식, 진료, 주거 이런 것들이 따로따로 되어 있잖아요. 우린 이를 통합해 한 개인이 전반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제공해주는 거죠. 공공예산뿐만 아니라 민간의 기부와 참여를 통해서요. 무한돌봄은 우리나라가 가야 할 복지의 이상모델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계속 발전 중이죠.”
이어 그는 공교육을 강하게 비판한다. “내가 (대통령) 하면 싹 바꿔버려요”라고 했다.
“지금의 초중고교 교육이 선생님 위주죠. 선생님이 편한 교육입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는 퇴근 안 하는데 아이에게 오후 1시만 되면 집에 가라고 해요. 그럼 어디 가나요? 학원가를 전전하거나 혼자 지냅니다. 대신 선생님은 자기 마음대로 다녀요. 이걸 고쳐야 해요. 내가 (대통령) 하면 완전히 대혁명이 일어나도록 할 겁니다. 볼 것도 없이 아이들 위주로 가야 해요. 도청도 바꿨어요. 공무원들이 죽을 판이지만 시민이 원하면 밤에도 여권 만들어 줘요. 학교도 못할 게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