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보수가 영원히 권력 장악해야”

‘자유주의 이데올로그’ 복거일

“보수가 영원히 권력 장악해야”

4/5
“보수가 영원히 권력 장악해야”

복거일 씨는 포퓰리즘을 막으려면 의원내각제보다 대통령제가 낫다고 여긴다.

▼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과제 중 하나는 중국의 부상을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어떻게 봅니까.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우리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아요. 우리가 레버리지를 갖지 못해서입니다. 핵무기는 사실 우리 정부 힘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중국 레버리지를 잘 활용했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보다 중국에 먼저 가서 미국과 소원해지고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했어요.

우리가 중국에 힘을 쓰려면 우리의 역량, 동맹국 미국의 힘, 일본과의 관계를 합쳐야 합니다. 만약 한미관계가 긴밀하지 않고 한일관계가 최악이면 중국이 우리를 신경 쓸 이유가 없어요. 중국을 움직이려면 대일관계 개선이 필요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 기지에서 미국 해병대가 출정하려면 일본 정부 양해를 얻어야 한다’고 한 것은 일종의 협박입니다. 일본과의 관계는 안보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민이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해요. 한일관계에서 대담하게 나가면 좋겠습니다.”

“촛불 하나로 세상 못 밝혀”

▼ ‘자유주의대상’ 수상 연설문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선생께서 연설문에서 언급한 분류에 따르면 중국은 ‘민족사회주의’ 국가라고 하겠습니다. 486세대 가운데 민족사회주의에 대한 향수 혹은 정서를 가진 이가 적지 않습니다.



“이념을 바꾸는 게 힘듭니다. 순교자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자유주의의 실상을 끊임없이 얘기해줘야 생각을 되돌리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첫 전향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전 대통령께서 동유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상당히 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취했습니다. 대통령의 참모들은 자유주의를 못 깨우쳤는데, 대통령만큼은 실상을 깨달은 겁니다. 제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위대한 분이다’ ‘통찰력이 있다’고 얘기해온 건 그 때문입니다.

자유주의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눈에 보이는 것을 당신은 왜 못 보느냐’고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촛불을 하나 켜놓으면 놀랍게도 10리 밖에서도 보입니다. 하지만 촛불 하나로 세상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 내가 옳은 생각을 가졌다고 세상을 밝힐 수는 없는 거예요. 촛불 하나로 세상의 어둠을 거둬내려는 것은 지적 오만이에요. 촛불의 수가 늘어나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무임 승차자가 많은 게 문제입니다. 기업이 좌파 시민단체에 돈을 대줍니다. 기업이 작은 이익을 구하다 큰 이익을 놓치는 것이죠. 무임 승차자가 하루빨리 실상을 깨우치는 게 국가 미래와 관련해 중요합니다.”

▼ 선생은 민족사회주의를 극복하는 이념으로 자유주의를 제시합니다. 자유주의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이사야 벌린은 조국 이스라엘의 역사적, 지정학적 조건을 고민하면서 ‘자유주의적 민족주의’를 제안했습니다. 주지하듯, 민족주의는 한국에서 역사적으로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습니다. 민족과 관련한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할 때 자유주의만으로는 답을 주는 데 한계가 있을 듯싶습니다. 벌린의 자유주의적 민족주의와 관련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벌린은 자유주의를 깊이 고민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나 역시 그에게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기에 알게 모르게 그분 생각을 따르지만, 민족주의는 본질적으로 이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념보다는 정신, 심리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족주의는 민족이 억압받을 때 유효합니다. 일제강점기에 ‘민족주의’는 자유주의가 민족주의 형태로 발현한 거예요. 광복 직후 ‘민족진영’ ‘공산진영’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자유진영’이라는 말 대신 ‘민족진영’이라고 한 것이죠.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민족주의가 아닌 박애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유주의 사상가 하이예크가 말한 대로 전체주의는 특정한 계층과 결합해 인간이 보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이 늘 국제주의를 주장했으나 러시아만 보더라도 실제로는 자기 민족만 따졌습니다. 우리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민족이라는 낱말에 대한 본능적 친밀감을 오히려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은 도덕심”

▼ 한국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발전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삼아 성장했지만, 부패와 연결됐다는 오명을 얻었고 권력 획득을 위해 지역주의를 악용하는 행태도 보였습니다. 한국의 보수는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요.

“어느 사회에나 보수가 있습니다. 정설(定說)을 지키려는 이들과 이설(異說)을 실현하려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오소독시(Orthodoxy·정설)는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입니다.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이 오소독시인 반면 자유민주주의가 헤테로독시(Heterodoxy·이설)고요.

보수는 정설을 지키려는 태도 또는 세력을 뜻합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정설로 삼았으니 보수는 그것을 지켜내야 합니다. 정설보다 더 매력적인 이설이 나타나는 것도 막아야 하고요. 좌파는 보수가 부패, 무능하니 자기네가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보수는 그런 좌파에 대응해 더 나은 패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혁신이 필요하고요. 게임이론은 더 나은 카드를 내놓으면 체제가 계속 유지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어떤 대안보다도 낫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보수가 영원히 권력을 장악하는 게 옳습니다.

보수가 체제를 지켜낼 때 가장 필요한 게 도덕심입니다. 자본주의가 매정하다고 비판하는데, 인간은 도덕심 덕분에 서로 돕습니다. 세월호 사고도 단계마다 도덕심 없는 사람이 역할을 해서 발생한 겁니다. 도덕이 기본이라는 것을 ‘위’가 잘 모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쪽 분이니까 논외로 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입에서 도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도덕은 국제관계에도 적용됩니다. 약소국의 무기예요. 인민을 억압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을 대우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중국에 말해야 합니다. 우리 지도자가 도덕을 외쳐야 해요.”

4/5
대담·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정리·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목록 닫기

“보수가 영원히 권력 장악해야”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