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층 눈치 보는 張, ‘절윤 결의문’에도 불안
국힘 지역구 의원 73% ‘보수 텃밭’ 출신…중도층 외면
李 대통령 중도 확장 행보에 野 정권심판론↓
대통령 5명 배출한 TK 자부심에 ‘상처’
대구시장, 민주당에 빼앗기지 말란 법 없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5년 11월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대구 국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월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전한길 씨 등의 ‘부정선거 끝장토론’에 대해 언급하며 남긴 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휩싸였다는 비판이 많다. 엄밀히 보면 이들도 부정선거를 믿지는 않는 것 같다. ‘부실 선거’를 꺼내 드는 게 그 증거다. 확신했다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처럼 당당히 부정선거를 외쳤을 것이다. 부정선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니 애먼 선거 시스템에 딴지를 건다. 강성 지지층은 계속 안고 가고 싶은데 부정선거를 입 밖으로 꺼내긴 멋쩍나 보다.
강성층 눈치 보는 張, ‘절윤 결의문’에도 안심X
눈치를 본다는 건 종속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장 대표의 토론 관전평에 전 씨는 “우리는 이런 장 대표를 기다렸다”고 화답했다. 3월 3일 국민의힘이 진행한 ‘사법독립 헌정수호를 위한 대국민 호소 국민대장정 규탄대회’에도 “윤어게인”과 “부정선거”를 외치는 지지자들이 동행했다. 바늘과 실이 따로 없다. 3월 9일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12·3비상계엄에 사과하고, 이른바 ‘절윤 결의문’을 발표해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장 대표는 결의문을 직접 읽어달라는 동료 의원들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중도층을 잡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국민의힘이 이를 무시하고 강성 지지층 규합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건 대구·경북(TK) 지역 기반 덕분이다. 국민의힘 지역구 국회의원 89명 가운데 무려 25명(대구 12명, 경북 13명)이 TK 지역 의원이다. 부산·울산·경남과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로 확장하면 전체 지역구 의원 73%(65명)가 텃밭에 자리 잡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도 강성 지지층 규합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당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자신의 지역구는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동혁 대표는 당대표로는 이례적으로 정치 경력이 짧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처럼 팬덤을 구축한 것도 아니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탓에, 그는 강성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문제는 그게 선거에 조금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 국민의힘 안팎에서 “2018년 지방선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가운데 무려 14개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대구시장·경북지사 두 자리를 간신히 건졌을 뿐이다. 제주지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져갔으니 이를 범보수로 엮어도 3개에 그친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는 더 극적이다. 전체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에서, 자유한국당이 53곳에서 당선인을 배출했다. 특히 민주·진보 진영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영남에서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민주당은 부산 16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3개를, 경남 18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7개를 차지했다. 울산은 5개 기초단체장을 모두 싹쓸이했다.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 구미시장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이번에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미 전국 지지율은 두 배로 벌어졌다. 한국갤럽 정기조사(2월 통합)에 따르면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43%, 국민의힘은 23%로 나타났다(2월 중 전국 18세 이상 3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표본 크기별 신뢰수준 상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민주당 38% 대 국민의힘 26%로 격차가 벌어졌다.
TK 지역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앞서긴 한다. 민주당 26% 대 국민의힘 38%다.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TK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5%를 기록, ‘잘못하고 있다(41%)’는 응답을 넘어섰다. 대구는 지난해 대선에서 유권자의 24.1%만이 이 대통령에게 표를 준 지역이다(출구조사 기준). 그런 지역에서 1년도 되지 않아 대통령 지지율이 두 배로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 2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李 대통령 중도 확장 행보에 野 정권심판론↓
이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성격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을 거치며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출범했다. 그런데 임기 초부터 적폐 청산 수사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진보 진영이 예전부터 추진해 온 의제로, 보수 유권자들의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18년 지방선거 직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며 그간의 논쟁을 모두 덮었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단발성 이벤트로 지방선거 압승을 이끈 것이다.이 대통령은 반대 길을 걷고 있다. 강력한 안티 세력을 갖고 있던 그는, 적극적 중도 확장 행보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유연한 외교, 탈원전 노선 변경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개혁·사법개혁 논쟁에도 철저히 선을 긋는다. 이재명 정부가 아닌 민주당의 폭주 정도로 여겨진다. 한때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원성을 사기도 했으나 증시가 오르며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 대통령 재임 기간 치러지는 선거는 흔히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곤 하는데, 딱히 심판할 게 없으니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이 먹히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국민의힘이라는 당이 직면한 대내외적 요건도 2018년보다 불리해졌다. 지역 조직의 변화, 유권자 구성의 변화 측면에서 그렇다. 보수정당은 지방자치제 부활 이래 2018년 선거에서 처음 참패했다. 이때 부산·울산·경남 등 자신들의 안방을 크게 내줬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의석도 상당수 민주당이 가져갔다.
민주당도 열린우리당 시절이던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본진인 호남을 내주지는 않았다. 동교동계가 주축이었던 민주당과 분점했을 뿐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지역 조직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아마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처음 집권한 4년(2018~2022) 동안 불모지를 갈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지역 난도가 그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선 민주당이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2024년 총선에서 수도권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수도권 조직은 이제 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 그만큼 당 지도부로선 남는 여력을 다른 지역에 집중해서 투입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다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 된 것이다.
세대 변화도 간과해선 안 된다. 8년 전 자유한국당이 이른바 ‘탄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데도 TK를 수성할 수 있었던 건 보수 핵심 지지층인 중장년 및 고령층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세대 구성이 많이 변했고, 진보진영에 우호적이었던 4050이 이제 5060이 됐다. 60대 역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60대 46%가 민주당을, 28%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70대 이상에서도 민주당 39% 대 국민의힘 35%를 기록했다.
“대신 2030이 보수화하지 않았냐”는 반론이 따를 수 있겠다.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에서 20대가 가장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2030 보수층은 8년 전 고령 보수층과 성격이 다르다. 당시의 고령층은 산업화 세대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했고, 보수진영에 일종의 연대 의식이 있었다.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역구 아니었나. 지금의 2030은 보수진영과의 연대 의식, 지역감정, 특정인에 대한 부채감 같은 게 없다. 이들을 보수로 이끈 건 반민주당 정서다. 이들의 표심은 선거마다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지금도 2030의 절반가량이 무당층에 머물러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까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 민주당이 TK에 어떤 후보를 내세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적극 투표 의향도 청년층이 고령층보다 떨어진다. 이들에게 ‘투표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실제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는 지금의 여론조사보다 못할 수 있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도 2008년 총선에서 그렇게 졌다.
대통령 5명 배출한 TK 자부심 ‘상처’
국민의힘은 TK 지역에 자신을 대체할 세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런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김부겸 전 총리 등판설이 일찌감치 피어오른 건 그런 이유일 테다. 김 전 총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으로 출마해 40.3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낙선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갑에서 무려 62.30%의 득표율을 올리며 민주화 이후 첫 대구 지역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됐다. 민주당은 그때보다 더 강해졌고, 국민의힘은 더 약해졌다. 국민의힘이 대구시장도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한동훈 전 대표의 부상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그가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 대구는 유력한 출마 예상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무소속으로 신분으로 당선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와 한 전 대표를 맞이하는 서문시장의 온도가 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은 상징적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대구의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지지층 결집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말마따나 그간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심을 좇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외부적으로는 윤어게인 세력에 발목을 잡혔고, 내부적으로는 비당권파 징계에만 열을 올렸다. 민생 이슈로라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찮다. 대통령이 쏟아내는 이슈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일 지경이다. 2018년 구미시장처럼 대구시장도 민주당에 빼앗기지 말란 법은 없다.
뒤늦게나마 의원총회에서 당의 노선을 재정립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대통령을 다섯 명 배출한 지역이라는 TK 유권자의 자부심은 이미 상처 입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월 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의 대구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현장 분위기가 과거와 많이 다른 건 사실”이라며 “경북보다 대구가 조금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구에서도 져봐야 정신을 차릴까. 그때는 이미 늦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