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호

특집 | 이제는 대선이다 - 안철수 살아 있네

올드보이(김종인·김무성·박지원) 규합 ‘安vs文 구도’ 시동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3-21 15: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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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의원은 2012년의 ‘안철수 현상’ 시절을 그리워한다. 지금은 강철수와 약철수를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안철수의 지지율이 완만히 오른다. 안철수는 반색한다. ‘60일 대선’에서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알아봤다.
    다시 기회가 왔다. 지난해 봄 민주당을 탈당해 창당을 결행할 당시 강철수로 불린 그다. 총선에서 38석을 획득했을 때만 해도 전도유망했다. 하지만 선거비용 리베이트 사건으로 일격을 맞은 뒤 지지율은 속락했고 반전의 계기를 좀체 찾지 못했다. 이때 최순실 게이트로 촛불 정국이 펼쳐졌다. 분명 기회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누구보다 앞서 탄핵을 주장하며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일종의 여론 편승 전략이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와 호남 민심 쟁탈전을 벌이려면 진보 선명성을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본 듯하다. 리베이트 사건 이후 호남에서 문재인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오히려 지지율의 추가 하락을 불렀다. 패착으로 보였다. 실상은 안철수의 기대와 반대로 흘러갔다. 문재인과 민주당이 오히려 지지세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진보 정통성이 부족한 때문이다. 안철수는 학생운동 경력이 없다. 이념 성향도 중도보수에 가깝다. 본인의 정체성과 다른 주장은 누가 보더라도 낯설다. 결국 지지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참혹한 지경에 이르렀다.  



    본인 전공으로 돌아오자 회생

    위기 국면에서 안철수가 찾은 돌파구는 4차 산업혁명이다. ‘새 정치’를 거쳐 ‘교육혁명’을 돌아 심지어 ‘진보 선명성’까지 거친 뒤에야 찾아낸 것이다. 결국 본인의 전공으로 돌아온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 기조를 유지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그는 의사 출신에 성공한 IT 벤처 사업가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주력했어야 했다. 돌고 돌아 원래의 자리로 오자 안철수의 기량은 살아나는 듯했다. 안철수는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공약을 쏟아내는 중이다. 자신감이 엿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 분야에서 한계를 노출한 점도 자신감 상승의 배경이다.



    문재인은 차기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대통령직속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풀뿌리에서부터 분출하는 까닭에 방향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약속으로 비쳤다. 안철수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1970년대 박정희식 발상이라고 지적함으로써 문재인에게 ‘의문의 일패’를 안겼다. 때 맞춰 문재인이 내놓은 또 다른 야심만만한 공약, 131만 개 일자리 창출도 안철수의 먹잇감이 됐다.



    문재인에 의문의 일패 안겨

    이 공약에 대해선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애초에 나왔다. 특히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비효율적인 공공 분야에 국가재정이 너무 많이 투입돼 바람직하지 않다는 혹평을 불렀다. 우리나라는 이미 공무원이 100만 명으로 충분히 많다는 것이다. 안철수도 물론 이런 비난에 적극 가담했다.

    안철수는, 문재인과 대비되게,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신규 인력으로 청년과 장년 전문가 10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이런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으로 거듭 잽을 날린 결과,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살아날 조짐이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합류해 경선을 치르기로 한 것도 외연 확대와 흥행 측면에서 안철수에게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런 와중에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가 탈당했다. 김 전 대표는 개헌을 매개로 비패권연대를 완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것이 결국 본인의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에게는 또 다른 경쟁자의 출현을 의미한다.

    반면 개헌론과 제3지대론에 다시 힘이 실리면서, 안철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김종인 전 대표는 손학규와 회동했다. 손학규는 국민의당에 입당해 있으므로 안철수와도 연결될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만났고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만날 예정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개헌과 경제민주화 그리고 패권정치 종식 차원에서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태다.

    김종인-박지원-김무성 삼각편대는 빠른 속도로 연대구조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누구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냐다. 안철수로서는 비패권연대의 단일후보로 본인이 낙점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려 제3지대 대선주자 가운데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힌다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한 가지 걸림돌은 안철수가 개헌을 매개로 한 정치적 이합집산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생각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도 안철수에게 호재다. 여론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시기에는 찬반 양측의 세 대결이 정국을 주도했다. 당연히 양측의 강경노선에 지지가 모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탄핵이 이뤄진 이후에는 국론 결집에 대한 열망이 커질 수 있다. 당연히 중도 곧 제3지대 후보군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탄핵 정국에서 진보 선명성을 보이고자 노력했지만, 안철수는 예나 지금이나 중도개혁으로 인식된다. 안철수의 진보 선명성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안철수의 그러한 변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중도개혁이 힘을 받는 국면을 의식한 듯, 안철수는 최근 우향우 행보를 보인다. 사드 배치에 대해 처음엔 차기 정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엔 태도를 바꿔 국가 간 협약을 다음 정부에서 뒤집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유엔 제재안 때문에 당장 재가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친박근혜계와 민주당 친문재인계는 대선 국면에서도 세 대결을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우파와 좌파 혹은 보수와 진보의 양강 구도로 끌고 가길 원할 것이다. 반면 안철수는 이번 대선이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는 것을 원한다.

    본인이 원하는 대선구도를 만드느냐는 결국 본인의 정치력에 달렸다. 안철수의 결정적 단점은 당세가 약하다는 것이다. 38석으로는 집권을 하더라도 국정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국민 모두가 그것을 안다. 그래서 지지에 주저하는 것이다.



    ‘압도적 그림’ 필요

    이것을 타개하려면 인위적 정계개편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오히려 3당 합당이나 DJP연합을 만들어낸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 큰 발상이 필요하다. 정치공학이라는 비난조차 잠재울 수 있는 ‘압도적 그림’이다. 김종인-박지원-김무성 삼각편대가 만드는 판에 편승할 것인지 아니면 주도해나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연정 제안은 안철수 전 대표가 내놓았어야 했다. 역시 안철수는 정치력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연정 제안으로 당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처지로 몰린 까닭이다.

    제안과 실행은 별개의 문제다.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이 제안에 머물러 있는 사이 누군가 대연정을 성사시키면, 그 과실은 그 사람의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가 우선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이다. 호남과 영남의 대연정이자 진보와 보수의 대연정이다. 바른정당과 합당하면 의석수가 일단 68석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엔 못 미치지만 적지 않은 규모다. 이것으로 중도세력의 결집도 활발해질 것이다. 경선의 주목도도 높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바른정당 입당이 임박한 정운찬 전 총리를 경선 리그에 끌어들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연이어 안철수가 추진할 만한 일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분당을 유발하는 것이다. 즉, 민주당 비문계와 자유한국당 비박계를 흡수 통합하는 절차다. 민주당에서 30여 명, 자유한국당에서 30여 명만 합류해도 안철수의 당은 원내 1당에 오른다. 여기까지 이뤄낸다면 명실상부 대연정을 완성한 셈이다. 대선 투표일까지 60일도 남지 않았다. 그사이 이 모든 것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번에도 안철수에게 기회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보수는 구심점을 상실했다. 자유한국당이 인명진 체제에서 당명까지 바꿔가며 변신을 꾀했지만 아직 여론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후 친박 핵심이 탄핵 반대 집회의 중심에 서면서 반전을 꾀했다. 이 또한 반향이 작다. 무엇보다 다시 지지를 보낼 명분이 부족하다. 무주공산 상태인 것이다. 역으로, 누군가 깃발을 제대로 꽂는다면 보수는 빠른 속도로 재결집할 것이다. 안철수가 극적인 반전을 꾀한다면 바로 이 일을 해내야 한다.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언 말고, 실행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개헌을 매개로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이 대선에서 연대해 안철수를 단일 대선주자로 세운다면? 안철수는 속으로 이런 그림까지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되면 안철수는 문재인을 꺾고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종인 전 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몸을 푸는 중이다. 박지원 대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명진 위원장도 여차하면 뛰어들 기세다. 이들은 일단 개헌론으로 군불을 땔 것이다. 어차피 비패권연대를 만들어야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개헌 방향은 양수겸장이 가능한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내각제 개헌으로 곧바로 가려고 할 것이다. 둘 가운데 어느 경우이건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직을 끝내 포기하더라도 킹메이커를 거쳐 실세 총리가 되기에 용이한 구조다. 대통령이 되길 원하는 안철수는 분명 이런 구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올드보이들의 불타는 욕망

    여기에서 선택을 잘해야 한다. 모 아니면 도로 갈 것이냐, 권력 분점까지 수용할 것이냐다. 가능하면 전자로 가려고 시도하겠지만, 지지율 상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후자도 고려해야 길이 보일 것이다. 사실 이런 선택이 안철수에게만 강요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도 이제 개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도 국회에서 단독 과반 의석에 한참 못 미친다. 올드보이들의 불타는 욕망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살아난 안철수가 풀어야 할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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