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호

특집 | 대통령을 파면하다

野 요구 따라 ‘죽은 권력’ 서둘러 잡는다?

朴 체포·구속 결단 앞둔 검찰 내막

  • 특별취재팀

    입력2017-03-21 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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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의 대선 개입&야당 편들기’ 논란
    • “朴, 의혹의 장본인…구속돼도 할 말 없어”
    • “김수남 총장, 검찰의 오점 될 것”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검찰은 고무됐다. 대검찰청 핵심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문을 읽어보면 검찰과 특검이 밝힌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 관련 혐의 대부분을 ‘사실’로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았지만 수사가 ‘잘됐음’을 헌재가 인정해준 것”이라고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까지 수사는 외견상 풍성해 보였다. 우선, 구속자 명단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경희 전 이대총장 등 13명을 구속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 30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 수사에서 20명 이상을 재판에 넘긴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朴-崔 수사 잘했다’ 자평

    특검의 수사 기록도 방대하다. 압수수색이 46회, 계좌 확인이 5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이 22건,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자료 분석) 작업이 8.5TB(테라바이트) 분량이었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 작업 대상은 컴퓨터 및 저장매체가 554대, 모바일 기기가 364대였다. 특검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를 통해 최씨 소유의 추가 태블릿 PC를 확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차명 휴대전화를 통해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570회에 걸쳐 통화했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검은 3월 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별도로 99쪽 짜리 자료에선 수사 성과를 한껏 과시했다. 특검 내부 인사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로 잘했다”고 자평한다.



    “공소장에 빈틈 많아”

    그러나 일부 법조인은 “특검의 공격적인 수사 흐름으로 인해 공소장에 빈틈이 많다”고 말한다. 향후 형사재판에서 특검이 공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영선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한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이다. 우 전 수석은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이 제기한 혐의들을 조목조목 반박해 기각을 이끌어냈다. 박영수 특검은 “다시 우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청구하면 100% 영장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했다. 이에 대해 특검 주변에선 “특검 수사기간이 끝난 후 한 말이다. 영장기각에 따른 수사 부실 논란을 희석하기 위한 레토릭 같다”는 시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우병우 수사팀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우리한테 조사를 받고 나온 우병우 전 수석은 표정이 어두웠다. 특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우 전 수석은 표정은 밝았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이 본능적으로 특검 수사에 빈틈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도 “직접 주머니에 돈을 챙긴 게 없다. 민정수석에게 주어진 업무가 방대해서 어디까지 업무이고 직권남용인지도 불분명해 보인다. 재판에서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혐의 같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 결정문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을 질타했다. 특검과 검찰의 조사에 불응했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한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에 명분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한 법조인은 “박 전 대통령이 법에 보장된 권한을 행사한 것일 뿐인데 헌재가 이를 탄핵 사유로 적시했다. 헌재의 판단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특검 파견 검사들의 수사팀 합류는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충격적인 사건이긴 하지만 검찰과 특검을 오가며 수사가 수개월간 지속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윤석렬 검사 등 8명만 특검팀에서 수사팀으로 합류하게 됐다.

    검찰 수사는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 박 전 대통령 뇌물 혐의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리 의혹은 계속 파헤칠 예정이다. 삼성 이외 대기업 수사는 새롭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순실 씨 측에 70억 원을 건넸다 돌려받은 롯데와 최태원 회장 사면 및 면세점 로비 의혹을 받는 SK를 중심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 밖에 다른 대기업까지 확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앞선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당시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만큼, 검찰도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번 2기 수사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 때문에 수사가 늦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더 그래서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느냐”고 했다. 탄핵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들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요청에 거듭 불응하면 체포 등 ‘강제수사’ 카드를 꺼내 드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또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늘 권력의 편”

    출국금지 조치는 이미 내려졌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수수사에 밝은 한 검사는 “지금 상황에서 검찰은 욕을 먹지 않는 선을 지키며 수사해야 한다. 피의자로 입건된 박 전 대통령이 해외로 나갈 수 있게 한다면 여론의 분노가 검찰로 향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출금 조치를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여러 의혹의 장본인으로, 구속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움직임을 비판적으로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법조인은 “검찰은 늘 권력의 편에 서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이 살아 있을 때 검찰은 최순실 수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젠 검찰은 ‘죽은 권력’을 서둘러 잡으려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삼성동 사저 일대에 친박 단체가 집회신고를 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저 주변에선 “박 전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을 지키려는 친박 시민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한 법조인은 “야당과 촛불의 요구를 동력으로 삼아 검찰이 박근혜 총력 수사에 나설 것 같은 모양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러면 검찰의 박근혜 수사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켜서 보수진영은 선거를 해보나마나 필패할 것이다. 검찰은 대선 개입 및 야당 편들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97년 대선 때 김태정 총장의 검찰은 대선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관련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했다. 김수남 총장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대선에 개입한다면 그는 검찰의 오점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분노 폭발할 수도”

    한 전직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대선 후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면 그때는 누구도 검찰을 막을 명분을 갖지 못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타이밍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검찰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자마자 인신구속을 단행하고 이것이 대선 국면의 쟁점이 돼버리면 가뜩이나 대선에서 열세인 보수진영 일부의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은 협력에 나섰다. 최씨 측 법률대리인은 “최순실 씨가 본인 재판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걱정했다. 공소장을 비롯한 여러 설명 자료를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적어도 지금까지 법적으로는 공동 대응하는 것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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