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호

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개가 꼬리 치는 진짜 이유 알고 보니…

“꼬리 치며 반갑다고 멍멍멍” 절반은 거짓!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전문가

    dvm.seol@gmail.com

    입력2019-03-0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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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는 대부분 지독한 근시다. 보통 사람보다 시력이 떨어진다. 반면 움직임에 대한 민감도는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개는 대개 꼬리를 움직여 의사를 전달한다. 행복할 때, 상대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때 개는 꼬리를 흔든다. 반면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때, 또는 상대에게 경고를 표시할 때도 꼬리를 흔든다. 이 차이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아주 생소한 나라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나라에 적응하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그 나라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개와 생활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개라는 동물과 조화롭게 살려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혹자는 ‘왜 우리만 개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알고 보면 개들은 이미 우리 언어를 이해하려고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 그들 능력 한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다. 이제는 훨씬 더 똑똑한 우리가 그들 언어를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다.

    개의 꼬리가 크고 탐스럽게 진화한 까닭

    물론 반려견 보호자 대부분이 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잘못된 상식이 그 마음의 실현을 방해한다. 개의 꼬리 언어에 대한 오해가 한 사례다. ‘꼬리 치며 반갑다고 멍멍멍’이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 상당수는 이 노래 때문인지 개가 꼬리를 흔들면 반갑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외국에도 비슷한 오해를 하는 이가 적잖다. 이 ‘착각’이 많은 개물림 사고의 원인이 된다. 

    반려견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미국에서도 사람이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 ‘소송의 나라’답게 재판 과정에서 반려견 행동전문가를 찾는 일도 많다. 미국 연수 중 현지 수의대 교수님이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 자리에 동석한 일이 있다. 이웃집 개에게 물렸다는 내담자는 교수님께 “그 개가 꼬리를 흔들어 예뻐해주려 하니 갑자기 물었다”고 하소연했다. 

    그 개는 과연 내담자가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 개의 꼬리 흔들기가 사람의 언어처럼 다른 대상에게 특정 의사를 표현하는 신호임은 분명하다. 사람이 혼자 있을 때 말을 잘 하지 않는 것처럼 개도 혼자 있을 때는 거의 꼬리를 흔들지 않는다. 문제는 꼬리를 통해 개의 의사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의 시력은 일반적으로 사람에 못 미친다. 개는 적녹색맹(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별하지 못하고 세상을 노란색, 파란색 계열로 본다)인 데다 심한 근시로 멀리 있는 물체를 잘 식별하지 못한다. 가끔 보호자들 중 자신이 반려견을 알아본 뒤에도 반려견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서운함을 표하는 이가 있는데 이는 개의 본질적 특성 때문이다. 



    반면 개의 시각은 움직임에 대한 민감도 면에서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다. 따라서 ‘움직이는 꼬리’는 다른 개들에게 훨씬 잘 인식되고, 의사소통 수단으로 아주 유용하다. 일부 개는 의사소통에 유리하도록 꼬리 끝부분에만 어둡거나 밝은 털이 난다. 움직일 때 눈에 확 띄게 하는 것이다. 꼬리가 훨씬 더 잘 보이게 푹신하고 큰 모양으로 진화한 견종도 있다.

    꼬리를 세워 위협하는 강아지들

    개들은 바로 그 꼬리를 움직여 의사를 표현한다. 행복할 때, 상대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때 개는 꼬리를 흔든다. 반면 두려움, 불안을 느낄 때, 또는 상대에게 경고를 표시하고자 꼬리를 흔드는 경우도 있다. 이걸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개의 꼬리 언어를 분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요소는 꼬리 위치, 특히 높이다. 꼬리가 중간 높이에 있을 때는 개가 편안하고 안정적인 감정 상태인 경우가 많다. 꼬리 위치가 높이 올라가는 것은 개가 점점 위협적이 돼가는 징후로 볼 수 있다. 꼬리가 수직으로 치솟는 건 보통 넘치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신호다. 사람 언어로 하면 ‘나는 이 구역을 지킬 거야’ 또는 ‘지금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다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개꼬리 높이가 낮아지는 것은 개의 불안, 두려움을 보여주는 지표다. 극단적으로는 개가 다리 사이로 꼬리를 숨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큰 두려움을 보여준다. 꼬리 언어를 통해 상대방에게 ‘제발 나를 해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꼬리 위치를 보고 개의 감정을 파악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개마다 꼬리 위치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언어 세계에서도 같은 단어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개도 그렇다. 진돗개와 비글종, 그리고 많은 테리어종 개의 경우 애초부터 수직형 꼬리를 갖고 있다. 꼬리가 바짝 서 있는 것이 일반적 모습이다. 그레이하운드 또는 그와 비슷한 종류 개의 꼬리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매우 낮은 위치에 있다. 이러한 견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꼬리의 일반적 위치를 기준으로 삼아 ‘저 개는 화가 나 있군’ 혹은 ‘저 개는 겁을 먹었군’이라고 해석하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엔 보호자의 미용에 대한 욕심으로 꼬리를 짧게 잘라낸 개도 많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 개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개들 간 의사소통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이 개의 꼬리 언어를 해석할 때는 꼬리 움직임 속도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꼬리를 흔드는 속도는 개가 얼마나 흥분한 상태인지 보여준다. 개는 즐거울 때뿐 아니라 화가 났을 때도 흥분한다. 꼬리를 빠르게 흔들 때는 매우 반갑거나, 매우 화가 난 상황일 수 있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폭을 양자의 구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데, 보통 폭이 넓을 때 긍정적인 감정, 폭이 좁을 때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일 경우가 많다. 위 내용을 조합하면 아래 표와 같은 통역이 가능하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와 같이 개꼬리 위치와 움직임, 속도를 통해 개의 언어를 해석했다. 최근 새로운 연구를 통해 꼬리 언어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추가됐다. 바로 개가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때는 일반적으로 꼬리 뒷부분이 오른쪽으로 더 많이 흔들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때는 왼쪽으로 더 치우친다는 것이다.

    “대화가 필요해”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대(University of Trieste) 신경과학자인 조르지오 발로 티 가라의 연구에 따르면, 개들이 주인을 볼 때 꼬리가 몸 오른쪽으로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볼 때도 꼬리가 오른쪽으로 다소 움직이긴 하지만 주인을 볼 때만큼은 아니었다. 또 공격적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다른 개를 보면 꼬리가 몸의 왼쪽으로 흔들렸다. 

    사실 이 연구가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과학자가 사람, 원숭이, 조류, 개구리 등 많은 동물의 좌뇌가 안정적이고 평온한 감정을 담당한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사람의 좌뇌는 사랑, 애착, 안정감, 침착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과 연관돼 있으며 심박수를 낮추는 등의 생리적인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반면 우뇌는 두려움, 우울 같은 감정, 심박수를 높이고 소화 기능을 낮추는 기능 등과 연관돼 있다. 왼쪽 뇌가 신체 오른쪽을 제어하고 오른쪽 뇌가 신체 왼쪽을 제어하기 때문에 동물 대부분이 긍정적인 감정은 신체 오른쪽에서 나타나고 부정적인 반응은 신체 왼쪽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병아리는 먹을 것을 찾을 때 주로 오른쪽 눈을 사용하고 맹수의 공격을 감시할 때는 왼쪽 눈 사용을 선호한다. 인간의 경우 얼굴 오른쪽 근육이 행복을 반영하고, 얼굴 왼쪽 근육은 안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은 특성이 개 꼬리 언어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분명한 건 개가 꼬리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 꼬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해도 꼬리만 보고 개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예단해서는 안 된다. 개들은 꼬리뿐 아니라 눈, 입, 귀, 표정, 그리고 몸의 자세 등을 통해서도 자기 의사를 전달한다. 우리가 그들 언어에 대해 좀 더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반려견과 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사람 사이에서처럼 개와 사람 사이에서도 대화가 필요하다.

    1. 좁은 폭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꼬리 : 조심스러운 반가움의 표현
    “안녕하세요, 나 여기 있어요.” 

    2. 큰 폭으로 움직이는 꼬리 : 친근감의 표현
    “나는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이지 않아요.” 

    3. 엉덩이까지 춤추듯 같이 움직이는 꼬리 : 매우 큰 즐거움과 기쁨의 표현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해요.” 

    4. 중간 정도 높이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꼬리 : 두렵지도, 자신감이 넘치지도 않는 불확실한 감정 표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지켜보고 있어요.” 

    5. 좁은 폭으로 아주 빠르게 진동하는 꼬리 : 도망 또는 싸움 등 특정 행동을 준비하는 징후
    “(속으로) 지금 달아나야 할까, 상대에게 덤벼야 할까.” 

    6. 높게 유지된 상태에서 좁은 폭으로 아주 빠르게 진동하는 꼬리 : 최고 위협의 표현
    “지금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다쳐.”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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