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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수치 낮으니 무해하다’는 정부 설명은 거짓말!

‘방사능 수치 낮으니 무해하다’는 정부 설명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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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처음에 남의 일인 양 지켜봤다.
  •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 그러다 어느새 한 수렁에 빠진 것을 알아차리고 있다.
  •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주변을 포함해 전 지구의 대기와 바다로 흩어지고 있다.
  • 우리는 진심으로,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중(輕重)이 어떠한지 알아 보아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방사능 수치 낮으니 무해하다’는 정부 설명은 거짓말!

3월15일 일본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에서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고 있다.

일본 소식을 듣고 있자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 그 이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 3월11일 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다. 어느새 옛일이 된 듯하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갈피가 잘 잡히지 않는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하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새로운 소식이 매일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발전소에 끊긴 전력만 연결하면 일이 다 해결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방사능을 띤 오염수 1만1000t을 바다로 버림으로써 세계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일본, 세계를 황당하게 하다

세계가 사태를 오판한 것은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일본 정부는 별것 아니라는, 스스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세계는 그 말을 믿었다. 설마 체르노빌 사고 같은 재앙이 빚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 사이 일본은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있었다. 사실, 일부 전문가는 그들이 찔끔찔끔 발표한 내용만으로도 이미 상황은 체르노빌 수준까지 와 있었음을 추론하고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중국은 더 이상 바닷가에 원전을 짓지 않을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 사고가 난 원전 4~6개를 폐쇄하는 데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여파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체르노빌은 사람들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었다. 그러나 일본은 거기에서 별로 배우지 않은 것 같다.



1986년 4월26일 소련(지금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전이 폭발했다. 그것은 인재(人災)였다. 실험을 하기 위해 안전 조치를 다 해제했다가, 갑자기 원자로 온도가 상승하자 허둥지둥하는 바람에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사례였다. 원자로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폭발이 일어났고 방사성 물질이 섞인 연기가 1000m 이상 치솟았다.

폭발이 일어나고 불이 붙자 지역 소방대, 의사, 간호사 등이 허겁지겁 몰려들었다. 그중 일부는 고선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화상 등 급성 방사선 노출 증후군으로 10여 명이 숨을 거뒀다. 정부는 불을 끄고 온도를 낮추기 위해 모래, 흙, 붕산, 납, 돌로마이트 등을 수천t 넘게 쏟아 부었다.

하지만 불은 계속 탔다. 그러다 열흘쯤 지나자 방사능 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쯤 연료가 다 타버린 듯 보였다. 정부는 원자로 지하와 상공에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원자로를 일종의 콘크리트 무덤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반경 약 30㎞ 지역은 지금까지 인간의 접근이 통제된 구역으로 남아 있다.

소련 정부는 사고를 숨기려고 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세계에 알려진 것은 발생 이틀 뒤 스웨덴의 원전에서 대기 방사능 수치가 상승하고 있음을 밝히면서였다. 체르노빌 발전소 옆에는 프리피야트라는 대규모 주거 단지가 있었는데 그곳 주민들을 피신시키는 조치는 폭발 다음날 이루어졌다. 주민들에겐 원전 폭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 이들은 3일쯤 피해 있으면 된다고 해서 대부분 빈 몸으로 집을 떠났다. 그 뒤 프리피야트는 20년이 넘게 비어 있다.

폭발 때 치솟은 방사성 물질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현 러시아 연방 국가에 주로 내려앉았고 나아가 서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날씨가 건조하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방사성을 띤 구름은 더 오래 떠다니다가 흩어질 것이다. 단기적으로 주된 피해를 주는 방사성 요오드는 반감기가 약 8일이다. 즉 8일이 지나면 방사능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며 몇 개월이 지나면 거의 해를 입히지 않을 수준으로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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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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