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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기관, 투시·예시로 소련 잠수함 찾아내다

예언과 예지

美 정보기관, 투시·예시로 소련 잠수함 찾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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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자 플라톤은 “예감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부정했다. 수많은 학자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본다는 뜻의 예지, 예감, 예지몽을 연구했다. 누구는 예지가 가능하다고, 누구는 그런 건 없다고 주장했다. 미래에 아플 것을 미리 알고 지금 운다면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몇몇 실험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美 정보기관, 투시·예시로 소련 잠수함 찾아내다

과학 실험에서 재현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철학자 칼 포퍼.

지난해 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례적으로 “지구 종말은 없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이른바 ‘마야 예언’때문에 지구촌이 한바탕 몸살을 앓는 가운데 나온 발표였는데, 오히려 많은 사람이 공포에 떠는 역효과만 낳았다. ‘마야 예언’은 “고대 마야 달력의 장주기가 끝나는 2012년 12월 21일 지구가 종말한다”는 것이다.

고대 마야인들은 현대의 달력에 버금갈 정도로 정확한 달력을 고안해 사용했다. 그들의 천문학이 매우 발달했음을 보여준다.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고대 마야인들이 미래를 예지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었다는 가정을 동원해 지구 종말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구 종말은 오지 않았다.

1999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해 7월에 지구 종말이 온다고 했다. 그때도 종말은 오지 않았다. 당시 종말론은 16세기 중반 프랑스의 예언가였던 노스트라다무스가 쓴 4행시로 구성된 ‘예언집’에 근거했다. ‘예언집’은 노스트라다무스가 밤에 최면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환상을 보고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예견 또는 예감(divination)은 신이 내린 축복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상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예견은 모든 사람에게 잠재된 능력이지만 평상시에는 발현되지 않다가 어떤 신성한 영감에 사로잡히는 순간 나타난다. 하지만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꿈을 통해 발현된다고 알려진 예견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확신해서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수면 중이나 최면 상태에서 환상을 보고 앞일을 예견했다는 기록은 구약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사야서에는 아시리아의 왕 센나케리브가 막강한 군대를 이끌고 유대를 침략했다가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해 패퇴하는 장면을 선지자(先知者) 이사야가 환상 속에서 봤으며 나중에 실제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실현됐다는 기록이 있다. 구약은 이런 예지력을 ‘유대인들을 무사히 이끌도록 종교 지도자에게 신이 내려준 특별한 능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 예루살렘 법원의 법관을 지낸 저명한 학자 제이콥 바작은 그의 저서 ‘유대주의와 심령현상’에서 “구약성서에 나오는 성스러운 예견이 오늘날 초심리학 분야에서 이미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도 부정한 예지

예지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1888년 영국 심령연구학회 창립 멤버인 엘리너 시드윅이 일상생활에서 수집한 사례들을 분석한 ‘예감의 증거에 관하여’를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그녀가 수집한 사례 중 3분의 2 정도는 예지몽(豫知夢)과 관련돼 있으며, 나머지는 여러 형태의 환각적 체험과 연관돼 있었다. 특히 환각적 체험은 몇 시간 또는 며칠 후 자신이 겪을 일들을 미리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수집한 사례들이 앞으로 예지의 가능성을 저울질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국 심령연구학회 회원 모두가 예지의 존재를 인정한 건 아니었다. 옥스퍼드대 그리스학 교수로 1915~1916년 영국 심령연구학장을 지냈고, 엘리너 시드윅으로부터 당대 최고의 텔레파시 능력자로 인정받았던 길버트 머레이 박사는 “예지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예지가 가능하다면, 죽거나 다칠 것을 미리 알고 미리 우는 등의 아주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가 원인에 선행할 수 없다’는 인과율에 어긋나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예지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1900년에 쓴 ‘꿈의 해석’에서 “꿈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두 소망 성취와 관련되어 있으며, 미래를 내다보는 기능은 없다”고 단언했다. 예지몽의 가능성을 부정한 것이다. 점쟁이들의 초능력을 인정한 저서 ‘정신분석의 새로운 입문 강의’(1933년)에서도 그는 “점쟁이들은 텔레파시를 통해 점을 보러온 사람들의 소망이나 욕구를 읽어내 예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카를 융은 고전적 의미의 인과율을 따르지 않는 또 다른 질서를 고려함으로써 예지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정신이 때때로 시공간적 인과율을 넘어서 작용한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시간과 공간에 관한 우리의 관념과 인과론은 모두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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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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