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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治인가 法治인가… 말 많은 군 사법제도

“계급 앞에 무력한 군사법원 차라리 폐지하라”

軍治인가 法治인가… 말 많은 군 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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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 사법제도와 법무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군검찰관과 군판사가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수사와 재판은 지휘관과 법무참모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법논리보다 계급논리가 앞선 탓이다. 어차피 군 지휘체계상 독립이 힘들 바에야 군사법원 기능을 민간법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軍治인가 法治인가… 말 많은 군 사법제도
2002년 10월8일 참여연대는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창해 준장을 고발했다. 업무상 횡령, 직권남용 혐의다. 업무상 횡령 혐의는 군검찰 수사관들의 활동비(수사비)를 빼돌렸다는 의혹인데, 9월 하순 국회 국정감사 때 민주당 의원들의 폭로로 불거졌다.

참여연대와 국회 법사위·국방위 등에 따르면 김법무관리관은 육군 법무감으로 재직하던 2000년 4월부터 2002년 1월까지 22개월 동안 군검찰 수사관 45명의 활동비 1억6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동아’가 확보한 군검찰 수사관들의 증언과 진술서, 통장 입출금 기록 등 갖가지 증거자료에 따르면 김법무관리관은 수사관 개인의 통장으로 지급해야 할 활동비를 횡령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 몇몇 고참 수사관이 그로부터 돈봉투를 전달받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그가 수사비 일부를 전용(轉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는 군검찰의 수사과정과 군사법원의 재판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다. 고발장에 따르면 김법무관리관은 국방부 법무운영단장, 법무감 재직 당시 허아무개 준위의 군용물절도 사건과 관련, 군검찰관 법무참모 군판사 등에게 청탁 또는 압력을 넣었다. 또 자신의 육사 동기인 서아무개 중령이 군용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항소심에서 군검찰관 군판사 등에게 압력을 행사, 공소기각 판결을 이끌어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01년 11월 국방부 검찰단은 국방부 조달본부 시설부장을 지낸 이아무개 준장이 연루된 군납비리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국방부장관 지시로 수사권이 육군본부 검찰부로 넘어갔다. 장성급 수사는 국방부에서 하는 것이 관례였기에 뒷말이 많았다.



이씨가 2002년 1월 기소유예로 풀려나자 군검찰 안팎에서는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3개월 후 이씨는 엉뚱하게도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과정에 재구속됐다.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친구 김성환씨가 군납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대검 중수부의 수사과정에 육군 검찰부가 군납비리사건을 축소수사한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신동아’ 2002년 6월호 참조).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군납비리사건 수사권 이첩과 수사축소의 장본인이 바로 김창해 법무관리관(당시 육군 법무감)이라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당시 김법무감은 국방부장관에게 수사권 이첩을 건의해 국방부 검찰단이 손을 떼게 하는 한편 사건이 육군본부 검찰부로 넘어간 후에는 수사팀에 압력을 넣어 수사내용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고발

고발장을 접수한 국방부 검찰단은 2개월이 지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아 수사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발장이 법무관리관 책상에 뒹굴고 있다고 들었다.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발 내용에 대해 “제보자의 증언과 자료가 신빙성이 높고 관련자들한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군검찰 조사가 진행되면 제보자가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은 하고 있다. 담당 검찰관이 기록 검토중이다”며 수사의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참여연대 관계자를 조사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며 “충분히 검토한 후 필요할 경우 고발인을 부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껄끄러운 수사”라며 군 법무병과의 최고위직인 법무관리관을 수사하는 데 따른 곤혹스러운 심정을 내비쳤다. 한편 김창해 법무관리관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후속기사 참조).

참여연대가 김창해 법무관리관을 고발한 지 열흘 뒤인 2002년 10월17일 군법무관 출신 법조인 9명은 군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부분이 변호사인데 현직 판사 2명이 포함돼 있다. 10월22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들의 주장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군사재판이 더 이상 군이라는 장막 뒤에 숨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김창해 법무관리관 고발 사건은 군 사법체계의 문제점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금횡령 의혹은 어찌 보면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직권남용 의혹은 다르다. 이것은 법논리가 계급논리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군사재판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한 국방부 특조단 조사과정에 있었던 일이다. 특조단은 대부분 헌병으로 구성됐는데 군법무관도 3명 파견돼 있었다. 조사 초기 이들은 회의석상에서 허일병의 사인(死因)에 대해 각자 의견을 제시했다. 그 자리에서 군법무관 2명이 조심스럽게 “타살 의혹에 대해서도 한번 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호되게 경을 쳤다. 이후 두 법무관은 수사 중심에서 배제됐다. 계급이 법 위에 있는 군의 ‘특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도대체 군에서는 어떻게 수사가 이뤄지고 어떻게 재판이 진행되는 것일까. 군판사와 군검찰관은 민간 판·검사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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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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