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웅을 꿈꾸는 사회
검찰총장은 이 사건에 대해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피해자나 관련자들은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다. 위베스트, 디케이 등 공유마케팅 피해자 3개 모임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다단계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소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이유그룹 전국사업자협회도 “공정위, 국세청, 국정원, 검찰 등 국가기관과 언론이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 다단계 회사들의 기획 아래 진행하는 ‘제이유 죽이기’”라고 주장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심지어 사건 수습을 위해 주 회장을 몇 달간 풀어달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공판과정에서 주 회장은 증인으로 참석한 피해자들에게 “내가 언제 빚 얻어서 투자하라고 했나, 빚은 지지 말라고 했지 않나”라며 훈계까지 했다고 한다.
분명 수만명의 피해자가 있는데, 누가 잘못한 것인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조원의 돈을 투자받은 제이유의 주 회장, 국가기관, 아니면 빚까지 얻어 투자한 사람들, 도대체 누가 잘못한 것일까. 이런 모든 사건의 단초는 놀라운 화술과 흡인력, 또는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은 한 인간이 제공했다. 그런데 부유한 사람과 사회지도층 인사까지 몰려 있다는 것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사기 사건 이상임을 시사한다. 어떻게 ‘잘난 그들’까지 걸려들었을까.
이 사건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사기사건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아니, 요즘 온 국민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과도 일면 겹친다.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마치 신흥 종교 교주와 같은 구원의 복음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엔 하나같이 가해자가 분명치 않은 피해자의 심정이 됐다. 뭔가에 홀린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주수도 회장의 강의에선 영웅의 신화가 부활한다. 억만장자라는 현대의 영웅이다. 그 영웅은 앞에서 목이 터져라 강의하는 사람이다. 천재적인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또 월화수목금금금,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인물로 포장된다. 이것이 강의를 듣는 청중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영웅의 이미지다. 왜냐하면 강의 내용은 영웅신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황우석의 경우에도 이런 영웅신화가 동일하게 적용됐다.
영웅신화는 항상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고 고향을 떠나 세상으로 나온 어린 소년으로 시작한다. 눈물겨운 어려움과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초기에 약간 성공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좌절의 연속이다. 모두 배움의 과정이다. 영웅이 겪어야 하는 자기수련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영웅은 자신을 구원하고 또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복음을 전파하게 된다. 그 영웅이 바로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다. 영웅의 복음은 인간 삶의 이유이자 분명한 삶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