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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자유’도 ‘특별함’도 없어 외면당하는 ‘동북아 첨단 거점’의 꿈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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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대 국정과제에서 제외…국가적 관심 미흡”
  • 151층 인천타워, 국제학술연구단지 등 수도권 규제로 난항
  • 외국의료기관 유치하고도 설립기준 없어 ‘동작 그만’
  • 승인 받으려면 36개 법률 65개 사항 협의…평균 160일 소요
  • “사회주의적 형평성, 국수주의적 태도 넘어설 수 없나”
  • “경제자유구역 담당하는 대통령비서관 신설해야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서해안을 마주보는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흙으로 바다를 메운 곳이다. 1994년부터 매립공사를 시작해 383만평의 새로운 땅을 확보했고, 390만평을 더 넓히는 중이다. 앞으로 838만평을 추가로 매립한다니 총 1611만평의 서쪽 바다를 흙으로 가두는 것이다.

흙으로 물을 막는다면 주역(周易)의 64괘 중 사(師)괘에 해당한다. 땅(坤, ) 밑에 물(坎, ). 숱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 주역의 괘를 이렇듯 단순하게 적용해도 되는지는 모르지만, 재미 삼아 사(師)괘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숭실대 철학과에서 ‘정이천의 주역 해석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최근 ‘주역,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는 책을 펴낸 심의용씨는 이렇게 풀이했다.

“사(師)는 전쟁터에서 군대를 지휘하는 군사(軍師)를 뜻한다. 땅의 한가운데 물이 모이는 모양을 상징하는데, 이는 사람을 모으고 군대를 일으켜야 전쟁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전쟁에 나서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모이고, 군사를 일으킬 수 있다. 전쟁과 정치는 다르다. 다급한 전쟁 상황에서 왕은 비록 최고권력자이지만 군사(지휘관)에게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위기의식’ ‘무기력’

흥미로운 해석이다. 송도국제도시를 취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들은 얘기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한국에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겠다던 명분이 희미해지자 송도국제도시를 일으킬 핵심요소, 외국 기업이 외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경제자유구역청에 전권을 위임하지 않아 개발사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한국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지방정부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바다 위에 거대한 땅은 만들어놨지만, 군사를 일으키지 못한 채 주저앉아 있는 꼴이다.



서울과 가깝기도 하고, 새로 태어난 도시가 궁금하기도 해서 해마다 한두 번은 송도에 다녀왔다. 갈 때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바뀌어 있어 놀랐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앞에는 거대한 컨벤션센터 공사가 한창이었고, 그 옆으로 65층 무역센터가 터를 닦고 있었다.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인 곳으로 차를 몰았는데,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이 뻗어있다. 그 뒤 6·8공구엔 국내 최고층인 151층짜리 인천타워가 세워질 예정이다. 영종도와 송도, 제2·제3경인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인천대교 자리엔 어느덧 교각이 세워졌고 곧 상판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 앞에서 태국 출신 노동자가 오가는 차량을 안내하는 광경도 인상적이었다. 머지않아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우리와 섞여 새로운 기업을 일구고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는 지난해 말 개발계획을 변경, 재경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20만평의 부지에 외국대학 캠퍼스와 연구시설, 대학 캠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도 대기 중이다. 서울대 의대 등 국내 7개 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설립할 의료단지는 싱가포르의 바이오 폴리스, 영국 케임브리지의 바이오 클러스터보다 규모와 실력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 국무조정실이 이곳을 첨단의료단지로 선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직원들은 덕분에 3년 만에 이렇듯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화려하고 웅장하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선 특이한 기운이 감지된다.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지휘하는 경제자유구역청 안에는 어찌된 일인지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때론 무기력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열심히 뛰고 있지만 앞으로 내달리지 못해 답답해하는 눈치였다. 질문 하나에 수십 가지 답변을 하는 것으로 봐서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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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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