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동 아이파크요? 제가 본 집 중에 최곱니다. 밤 조망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작업보다는 창밖을 내다보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애프터서비스나 업그레이드 때문에 몇 번 더 들렀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더군요.”
삼성동 아이파크는 2001년 9월 평당 1300만∼1700만원에 분양됐다. 청약 경쟁률은 10대 1 미만이었고 당첨 즉시 전매가 가능했다. 로열층 기준으로 전매 프리미엄은 55평형 5000만원, 73평형은 1억원 정도였다. 얼마 전, 분양가 10억원 남짓하던 73평형 아파트가 무려 50억원에 팔려 나갔다. 집 주인은 5년 만에 시세차익 40억원을 챙긴 셈이다. 한 집안의 CEO(가장)로서 그가 이렇듯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것은 정부 대책을 건건이 거스르는 데 필요한 ‘혜안’과 ‘인내심’뿐이었으리라.
삼성동 아이파크뿐만 아니라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도곡렉슬, 타워팰리스, 반포주공 등 강남권 블루칩 아파트들의 시세차익 상승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지난 5년여간 부동산시장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았다. 5년에 300~400%라면 상식의 범위를 초월하는 상승률이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중심도시 부동산도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200% 이상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 초강세의 원인은 주지하다시피 매우 복합적이다. 근원적인 이유라면 한국이 다른 나라와 달리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여서 가용면적이 좁고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끊임없는 수요’가 예정돼 있는 것. ‘부동산 신화’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 또한 시장가격을 유지해주는 강력한 버팀목이며, 한국에서 처음 겪은 ‘저금리’라는 금융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이미 국가정책으로 현실화됐고, ‘반값 아파트’에 관한 당국의 검토도 진행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종합부동산세, 대선, 집값 거품 같은 굵직굵직한 키워드가 부동산시장에서 화력을 더해가고 있다. 상실의 시대일 뿐 아니라 불확실과 불안의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실수요자는 냉정해야 한다. 미시적인 투자수익을 위해 ‘올인’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부동산시장을 좌우하는 큰 판을 읽고, 시장의 역사를 떠올려보고,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원칙과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곰곰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자
아파트 가격은 무자비하게 오르고, 그 오른 가격이 사회에 주는 파급효과는 너무나 크다. 전두환 정권이나 노태우 정권 때처럼 물량으로 밀어붙일 능력도 없고 생각도 부족한 듯 보이는 현 정부는 몇 년간 ‘공급부족론’을 부정하며 효과적인 공급대책 타이밍을 놓치더니 온갖 요상한 부동산정책을 다 내놓았고 결국은 마지막까지 대증요법으로 일관하는 듯하다. 그나마도 신선한 대증요법이라기보다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것에 불과한 인상이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 때로 돌아가보자. 불과 10년 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란 말이 회자됐지만, 그곳이 돈 빌려주고 비싼 이자 받는 데라는 것은 미처 몰랐을 때다. 1998년이 되고서야 국민은 비로소 IMF의 위력을 실감했다. 구조조정, 부동산 가격 폭락, 임금 삭감 등 그전 수십년간 겪어보지 못한 온갖 회오리바람이 그 한 해 동안 몰아쳤다. 가장 타격이 큰 업종 중 하나가 건설업이었다. 누구도 자신있게 부동산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한 데다, 대출금리는 20%에서 내려오는 데 한참 걸렸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지금이 바로 시장경제를 실현해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