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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축제’ 된 경주 방폐장 착공식

천재일우 기회 놓친 부안, 이제 반핵단체는 북핵을 보라

‘씁쓸한 축제’ 된 경주 방폐장 착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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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축제’ 된 경주 방폐장 착공식
설사 사일로가 파괴돼도 80~130m 두께의 흙과 암반이 덮고 있어 일반인은 방사선을 쬘 일이 없다. 경주 방폐장 착공식에 온 사람들은 대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지난 19년간의 소동이 더욱 허무하게 느꼈다. 그중에는 2003년 전북 부안 주민들이 벌인 반핵시위를 회고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 인사는 “김종규 당시 부안 군수가 방폐장 후보지로 제시한 위도는 반핵시위로 인해 1000년 만에 한 번 찾아온 발전의 기회를 잃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위도는 항구가 들어설 조건도, 리조트가 들어설 입지도 갖추지 못했다. SOC(사회간접자본)가 빈약해 공단은 아예 들어서기 힘들다. 아무 위험이 없는 방폐장을 유치하는 것이 위도를 발전시킬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다.

경주 방폐장 바로 옆에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 문무왕의 해중(海中) 왕릉인 대왕암이 있다. 방폐장이 들어섰다고 해서 대왕암이 훼손되겠나. 방폐장이 건설되면서 도로망이 확충되면 오히려 대왕암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다. 위도는 원불교의 성지다. 원불교의 성지와 방폐장은 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데 부안 주민은 그 기회를 놓쳤다.”

‘부안사태’에 깊이 관여했던 한 인사는 “경주 방폐장 착공식을 보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경주 방폐장이 착공되기까지 그 이면에는 주민들에게 뭇매를 맞아가며 지역발전을 위해 방폐장을 유치하려 한 김종규 당시 군수와, 반핵단체의 선동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부안 주민들의 희생이 깔려 있다”며 “정부가 이에 대해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처만 남은 부안과 전북



‘씁쓸한 축제’ 된 경주 방폐장 착공식
부안사태로 부안과 전북이 잃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혹자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소와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부안에 지어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러나 이 시설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두터운 암반층을 500~600m 뚫고 건설해야 한다. 부안 주변 서해안에는 이렇게 두꺼운 암반층이 없어 고준위 방폐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양성자 가속기는 방폐장보다 더 큰 성장동력이다. 방폐장 유치는 3000억원을 일시에 지원받는 효과를 유발하나, 양성자 가속기는 이 시설을 이용하려는 기업 덕분에 계속해서 지역 경제를 이끌어준다. 노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 양성자 가속기를 호남에 짓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 후 노 정부는 양성자 가속기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는 800억원으로 추산되는 건설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전북 익산시는 시유지를 팔아 800억원을 마련했으나 부안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양성자 가속기와 방폐장을 묶기로 해 익산은 양성자 가속기 유치 기회를 상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군산이 주민투표에 도전했으나 경주에 패배했다.

이에 대해 ‘전라일보’ 11월10일자 사설은 “방폐장 건설은 파란과 곡절이 많았으나 그 가운데서도 전북 부안과의 악연은 각별했다. (중략) 전북은 상처만 남았고 과실은 경주가 누리게 된 것이다. 지역발전은 정부나 남이 이뤄주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지도층의 몫이고 책임이라는 교훈이다”라고 지적했다.

경주 방폐장이 착공된 지금 반핵단체의 선동으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부안 주민을 배려하는 것은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지름길이자 소련식으로 건설된 북핵 시설의 위험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우리 핵에 대해서만 과장된 위험을 전파하는 반핵단체를 정상화하는 길일 수 있다.

신동아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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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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