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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서울대는 금강석 받아 돌멩이로 내보낸 우물 안 개구리”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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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에 ‘경영대 전쟁’이 벌어졌다. ‘주먹’은 고려대 경영대가 먼저 날렸다. “하나 빼고 서울대보다 다 좋다”는 고려대 경영대의 신문광고가 명문 경영대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다. 껍질 아닌 알맹이 다툼에선 자신 있다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만났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그는 ‘쌈닭’이었다. 눈빛은 까칠했고, 목소리는 우렁찼다.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 그는 13시간30분 동안 경영진을 몰아세웠다. 그의 이름 석자엔 ‘저격수’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경영투명성을 확보하라고, 정관을 바로잡으라고 고함쳤다.

“참 아쉬워요, 내 인생을 돌아보면은. 훌륭한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학자로서의 자존심, 박사로서의 자부심도 강했죠. 그런데 그 꿈이 산산조각났어요.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에서 교수로 일할 때 무릎이 아프도록 공부했습니다. 학위를 받을 때보다 3배쯤 더 학문에 천착했죠.”

그의 이름은 장.하.성.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소액주주운동을 벌였다. 대기업의 곪은 곳을 후벼팠다.

“한국에 돌아온 뒤 주어진 현실을 피할 수 없었어요. 시민운동에 앞장서 뛰어들었죠. 그런데 세상은 대학교수란 놈이 애들 가르치기나 잘할 것이지, 왜 남의 잘나가는 회사 바짓가랑이를 붙잡느냐고, 온갖 나쁜 놈 놓아두고 뭣하러 제일 잘하는 삼성에 시비를 거느냐고, 삼성에 무슨 원한을 가졌느냐고 손가락질했죠.”

재벌 저격수



그런 그가 ‘고려대 경영대학장’으로서 또 다른 ‘싸움’에 나섰다. 거침없으면서도 치밀했다. 도발은 통했고, 경쟁자는 움찔했다. 고려대 경영대를 2015년까지 ‘세계 50위’로 키워놓겠단다.

“신문광고는 지난해 8월부터 준비했어요.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죠. 짧은 문구지만 마지막까지 자구 하나하나를 놓고 토론했어요.”

고려대 경영대가 일간지에 실은 2009년 정시모집 광고는 파격이었다. 이 대학의 각종 성과와 장학제도를 담은 이른바 ‘하나 빼고’ 광고는 신문지면을 좌우로 나눠 학부모와 교수, 수험생과 재학생이 질문을 주고받는 틀로 제작했다.

1편 : [교수님, 정말로 고대 경영이 서울대보다 더 좋습니까?] [어머님 하나 빼고 다 좋습니다]

2편 : [선배님, 정말로 하나 빼고 다 좋아요] [당연히 고대 경영이 서울대보다 더 좋아요! ]

“시리즈로 준비했다가 파장이 커서 중간에 접었어요. 수험생-재학생 다음에 또 다른 구도가 있었죠.”

▼ 광고를 두고 ‘품격 없다’ ‘경망스럽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대학은 점잖으면서 상아탑답고, 학자연해야 한다는 거죠. 천박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해요. 그걸 생각 못 했다면 내가 바보고요. 학교에서도 평가가 엇갈립니다. 학문체계에서 경영학이 선 위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도 의견이 다릅니다. 경영학은 마이크로해요. 시장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이번 광고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대학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고려대라는 브랜드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내실없는 브랜딩은 의미가 없어요. 포장을 뜯어보니 맹탕이더라는 평가가 나올 실력이면 그런 광고를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하고도 광고 내용을 가지고 논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진지하게 도전해온 학교가 단 한군데도 없더군요.”

‘고대 경영이 하나 빼고 서울대보다 낫다’는 카피는 그가 직접 만든 것이다. 라이벌 학교 연세대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서울대와 비교한 터라 서울대·연세대를 모두 자극했다. 한 언론매체는 서울대가 이 광고의 위법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커뮤니티엔 커다란 독수리가 작은 호랑이 위로 비상하는, 고려대를 꼬집는 패러디도 등장했다. 서울대·연세대는 언론을 통해 대응했다.

“어디가 더 좋은지에 대해 논쟁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두 군데 붙어 고려대로 가는 학생을 내가 본 기억이 없어요.”(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장)

“네거티브 선전은 학부모에게 잘못된 정보를 줍니다. 뒤진 것을 조금이라도 뒤집고자 단기 효과를 노린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날 겁니다.”(김태현 연세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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