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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라이 아냐? 이런 글 무심코 올렸다간 낭패 본다

너 또라이 아냐? 이런 글 무심코 올렸다간 낭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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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치과병원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인터넷에 “OO치과 가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려 모욕죄로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정리해보자면 기분 상하는 말을 했다고 항상 모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명예감정을 해칠 만한 표현을 해야 모욕죄가 된다고 하겠다. 욕설은 명예감정을 해치는 대표적인 표현에 해당한다.

모욕적인 표현의 원문을 퍼 나르는 경우에도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을까. 인터넷의 폐해가 더 심각한 이유는 ‘퍼 나르기’나 ‘링크 걸기’를 통한 강력한 전파력 때문이다. 따라서 최초로 글을 게시한 사람만 처벌하고 전파한 사람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명예훼손죄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5년 9월 이미 공표된 정보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그러한 정보가 있는 웹사이트를 소개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바로 명예훼손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원문 기사를 실질적으로 이용·지배함으로써 원문 기사 등과 동일한 내용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도 “인터넷에서 무료로 취득한 공개정보는 그 내용의 진위가 불명확하고 출처도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인터넷 카페의 자료를 사실관계의 조사나 확인이 없이 적시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퍼 나르기도 형사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대법원은 음란물 사이트에 링크 걸기를 해둔 사건에서 “실질에 있어서 음란 영상을 직접 전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되는 일정한 조건하에 ‘링크 걸기’를 한 것만으로도 음란물을 전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취지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사이트에 링크 걸기를 한 것만으로도 모욕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지난 5월 강용석 의원이 여자 대학생들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라고 한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쳐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특정 직업군을 지칭했더라도 집단에 소속된 개개인에 대한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사례다.

그러나 아나운서들이 강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은 “강 의원의 발언은 맥락상 아나운서 개개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원고 아나운서 개개인에게 피해를 줬다고 할 수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강 의원은 집단모욕죄를 인정한 것이 대법원 판례에도 없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명예훼손죄의 경우 대법원은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쉽게 상처 받는 세상

현대사포럼이라는 단체의 대표는 2008년 1월 강연회에서 4·3항쟁 피해자 1만3564명에 대해 이들은 폭동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4·3항쟁 피해자들은 집단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제주지방법원은 “4·3 희생자 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1만3564명을 폭동 가담자로 표현한 것은 희생자들을 일일이 거명하지 않았더라도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봐야 한다”면서 4·3항쟁 피해자인 원고들에게는 각 30만원씩, 그 가족인 원고들에게는 각 2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례를 종합하면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집단 전체를 특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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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모욕적 행위가 쉽게 전파될 수 있고 피해가 과거에 비해 극심해져 그 회복 또한 쉽지 않다”며 모욕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합헌임을 확인한 바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모욕죄는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범죄 유형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사람의 감정이 쉽게 상처 받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신동아 201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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