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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매 맞는 ‘막장’ 학교…공교육 살릴 길은 교권입국(敎權立國)”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교사가 매 맞는 ‘막장’ 학교…공교육 살릴 길은 교권입국(敎權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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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정치활동’은 해야

▼ 예전에는 교원이 교권을 남용한 측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점을 반성하자는 게 전교조의 참교육 운동이었어요. 학교를 숨도 못 쉬게 하는 권위와 권력에 대한 항거였죠. 그런데 그 바람에 촌지가 어느 순간부터 돈봉투가 됐어요. 학부모와 투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촌지 근절운동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어요. 물질만능주의를 없애고 학교를 정화하는 데 기여했으니까요.

문제는 그걸 일회성으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계속 끌고 가면서 소명감 있는 교사들까지 매도한 거예요. 촌지를 상징적으로 내세워 교사들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타락한 부류로 만들어버렸잖아요. 전교조가 교원의 자존심과 권위 회복운동도 함께 했어야 해요. 더구나 종북(從北) 사상까지 들고 나오는 건 심각한 문제예요. 절대적 지식을 가르쳐야 할 교사가 검증되지 않은 것을 강조하고 불법적인 정치활동을 하니 사회적으로도 지탄받는 거고요.”

▼ 교원의 정치활동이 잘못이라는 말씀인가요.



“이제는 교원이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합법적인 정치활동 말이에요. 지금은 사회와 가정에서 학교를 보호하지 않아요. 학교가 가장 정치적인 집단이 됐습니다. 선거 기지가 됐어요.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시의원·구청장이 와서 돈 쥐고 교원 흔들고, 축사하고, 학부모를 알게 모르게 조직화해서 동원하고…. 이런 거 모르셨어요? 아주 심각한 수준이에요. 언론이 그걸 때려야 해요. 학교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쳐야 해요. 교원들은 학교를 지키고 싶어도 속수무책입니다.”

안 회장은 “교육감 직선제야말로 가장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자 민주주의의 오만”이라며 “교육감을 직선제로 뽑으니 교육감이 막강한 권한을 쥐고 멋대로 칼을 휘두른다. 더구나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빌미로 교육감을 정치인과 같이 뽑으니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뽑는 ‘깜깜이 선거’, 기호 1, 2번 받으면 당선되는 ‘로또선거’가 됐다”고 꼬집었다.

▼ 교원이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역설적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학교를 정치권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은 학부모나 정치가도, 사회나 국가도 아니에요. 헌법 제31조 4항에 따르면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데 선출제가 이를 위배하게 하고 있어요. 교육감은 교육 전문성을 고려해서 별도로 선거를 해야 교육자치가 가능하고요. 학교의 한 구성원인 학부모를 주체로 여겨 교육감 투표권을 주고 있는데 학부모는 엄밀히 말하면 한시적 주체예요. 영속적 주체는 교원입니다. 교원이 학교를 지켜야 하는 주체로서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러기 힘들어요. 2014학년도부터는 교육감 후보 자격에 교육 경력도 없어져요. 막말로 교육대학원 나온 깡패가 기호 1, 2번 달고 후보로 나와 돈 뿌리면 당선됩니다.”

▼ 그렇게까지야….

“2014년에도 정치인 선거와 같이 하기 때문에 어떤 후보인지도 모르고 뽑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예요. 정치인은 걸인의 손도 붙잡고 애환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직선제로 뽑는 게 맞아요. 그러나 교육감은 임명제가 맞아요. 그래야 권력을 분산시켜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어요. 직선제로 뽑으면 이해(利害)에 따라 교육을 재단해요. 교육감은 교육의 파수꾼이어야 하는데 교원의 손발을 묶어놓고 교육자의 길을 포기한 사람만 교육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신체적 구속’은 훈육상 필요

▼ 그럼 누가 교육감을 뽑아야 한다는 건가요.

“대통령이 뽑아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권력이 한쪽에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면 임명제로 하는 것이 타당한데,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국회의원선거나 자치단체장선거와는 별도로 실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교육의 안전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우리가 계속 추구해야 하는 가치니까요. 아울러 교육감의 권력을 분산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사권 분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예요. 교장과 교사 인사권을 다 쥐고 있어서 공교육이 기를 못 펴는 거예요. 교육이 권력보다 강해져야 합니다.”

▼ 교권이 추락한 근본 원인도 교육감 직선제에서 비롯했을까요.

“사실이지 않나요? 그동안 선출직 교육감들이 학생인권 내세워 자기네 마음대로 조례 만들고 그걸로 공교육을 좌지우지하려다 보니 경기도 교육이 다르고 강원도 교육이 다릅니다. 그게 자치인가요? 교육의 근본 원리는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교육이 완전한 나라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성공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아왔어요. 근데 지금은 교육감 직선제로 서구의 공교육 실패를 답습하고 있어요. 세계적인 국가들은 지금 교육개혁과 교육의 질을 논하면서 교원의 질 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어요. 학생의 자유를 강요하지 않아요. 영국 교육부 장관이 2010년에 ‘이제 노터치(No Touch)는 없다’고 선언했어요. 아이들에게 손을 못 대게 했더니 학교가 엉망으로 돌아가니까 훈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거죠.”

▼ 훈육이라 하면 체벌을 말하는 겁니까.

“체벌은 안돼요. 신체적 고통의 정도가 문제인데 구속은 필요해요. 가학(加虐)은 안 되고요. 왜 구속이냐? 한 선생이 교실 안에서 40명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구속 없이는 지식을 전수하기가 힘듭니다. 그 시기에는 강제성이 동원돼야 해요. 학교 안에서도 쉬는 시간에는 자유를 주잖아요. 그 자유를 학교 안에서 권리로서 향유하면 돼요. 윤리 기준과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수준에서요.”

▼ 원래 꿈이 선생님이었습니까.

“어릴 적 꿈은 군인이었어요. 교육자가 됐으면 하는 부모님 뜻에 따라 꿈을 접었죠. 그런데 군인과 교육자가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맥락이에요. 국가를 지탱하는 양대 축이라는 점에서요. 국민의 4대 의무가 뭡니까. 국방, 납세, 교육, 근로의 의무잖아요. 그중에서도 국방과 교육은 국가를 방어하고 구성원을 내적으로 성장시키기 때문에 의무이자 권리예요. 양성 평등 시대이니 이제 여자들도 이스라엘처럼 군대를 가야 합니다. 남자 교사를 더 양성하고, 국방의 의무를 여자가 나눠 져야 진짜 양성 평등인 겁니다.

저도 교육대학원 교수지만 초등학교 교사의 85~90%가 여성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성비를 반반으로 맞출 순 없지만 제도적 보완이 절실합니다. 교장을 비롯해 모든 교사가 여성인 학교도 있어요.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남학생 관리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여선생이 많아요. 교육에야말로 양성평등 정책을 도입해야 해요. 그래야 여성과 남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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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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