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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사유, 위험한 오용

‘비유’라는 양날의 칼

창조적 사유, 위험한 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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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

나아가 맹자는 사단을 사람이 사지(四肢), 곧 팔다리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누구나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이 명료함! 어떤 점에서 보면, 이 명료성을 포착해 새로운 유학을 집대성한 주자(朱子)가 놀랍다. ‘맹자’라는 책이 소외되다 ‘4서(書)’의 하나로 경(經)이 된 데는 주자의 공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약 1500년 뒤의 일이다. 탁월한 비유 능력에 더해 호연지기(浩然之氣)로 표현되는 기상을 갖췄던, 맹자의 늠름함을 용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맹자 이야기를 이쯤에서 그치는 게 아쉬워 맹자의 말 한 마디를 인용하고 가야겠다. 대장부(大丈夫)에 대한 맹자의 정의다.

천하의 넓은 집에 거처하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큰 길을 간다. 뜻을 얻으면 백성과 함께 도리를 행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리를 행한다. 돈이나 귀함이 마음을 방탕하게 하지 못하고, 가난과 천대가 절개를 바꾸게 하지 못하며, 위세와 권력이 지조를 굽히게 할 수 없는 사람, 이런 사람을 대장부라 부른다(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 與民由之, 不得志, 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

AX:BX=AY:□



위에서 본 탁월한 비유에도 불구하고 맹자는 적절하지 않은 비유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고자(告子)라는 학자와 벌인 ‘식(食)과 색(色)이 본성인가’에 대한 논쟁이 그것이다. 이것까지 여기서 다룰 여유는 없지만, 비유나 유비가 엄격한 눈으로 볼 때는 전혀 정확한 설명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나 학문 연구에서도 유비는 널리 쓰이고, 또 그만큼 유용함엔 틀림이 없다.

비유란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물이 어떤 한 측면에서 일치하면 다른 측면에서도 일치할 수 있으리라고 추론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기초적인 형태는 수학시간에 배운 방정식이다.

A가 X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B를 닮았다.

A는 또 Y라는 속성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B도 Y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추론한다.

식으로 나타내면 AX:BX=AY:BY가 된다.

추론하기 전까지 BY는 미지수다. BY는 앞의 두 명제에서 추론해 얻은 값이다. 신비하기까지 한 지적 창조의 과정에서 볼 때 비유의 추론은 중요할 뿐 아니라 필수불가결하다. 비유는 어떤 생각을 표현할 때 유용성도 있으면서 수사적인 포장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내적으로 보면 한 사상가의 머릿속에서 비유를 통해 무의식적이고 불완전한 추론이 뭔가의 합리성 영역으로 진입하는 작용이 일어난다. 뿌옇게 생각되던 것이 이미 알고 있던 무엇과의 비유를 통해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비유는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 비유는 합리적 논쟁을 유려하게 창출한다. 비유를 통해 제시하고 설득하며, 정보를 주고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소통하고 논의를 명료하게 만든다. 비유는 활용도가 높고 효율적인 교육수단이다.

역사학자들도 경험을 탐구할 때 발견 도구로, 또 가르칠 때 설명 도구로, 글로 쓸 때 수사학적 도구로 비유를 널리 사용한다. 종종 이런 비유는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이러한 비유 없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창조적 사유나 소통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아예 생각하기도 어렵다.

계몽 vs 암흑시대

그렇지만 비유의 다양한 쓰임새는 비유의 남용에서 발생하는 악영향을 수반한다. 비유의 오류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상투적으로 쓰는 비유인데 그 자체가 오류다. 이는 ‘상투적 비유의 오류’ ‘무의식적 비유의 오류(the fallacy of the insidious analog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오류는 저자의 언어, 독자의 마음속에 전혀 의도하지 않은 비유의 추론이 담겨 있을 때 나타난다. 잠재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인식된다기보다는 강하게 경험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오류는 단순하다. 그러나 영향은 심각하다. 왜냐하면 비유는 역사적 사유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내용을 구성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보자.

냉전(冷戰), 암흑시대, 계몽주의, 건국의 아버지, 르네상스, 모국(母國), 쇄국(鎖國)정책, 햇볕정책, 축(軸)의 시대, 실학(實學), 마르크스주의, 케인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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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항녕 │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hallim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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