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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맨주먹, 맨몸 ‘3M 목회’의 기적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맨발, 맨주먹, 맨몸 ‘3M 목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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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성골, 진골도 아닌 해골…주린 배로 설교 맹연습”
  • ● 喪家, 사우나 돌며 “나를 만나면 운명 바뀐다” 선교
  • ● 신도 4명 개척교회에서 3만5000명 대형 교회로
  • ● 인생 스토리 담은 책, 한국 목회자 최초 중국 출판
맨발, 맨주먹, 맨몸 ‘3M 목회’의 기적
그에겐 미안하지만, 교회가 아닌 체육관에서 봤다면 역도선수라고 생각했을 거 같다. 170cm가 채 안 돼 보이는 단구(短軀)에 다부진 상체도 그렇거니와 화법 역시 직설적이다. 뒤끝 흐리는 애매한 대답이 없다. 만약 그가 인사청문회 대상자였다면 예스(Yes), 노(No)가 분명한 단답형 답변에 청문위원들이 무척 반가워했으리라.

1월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죽전로에 있는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소강석(53) 목사는 “나는 해골이요…‘붉은 여왕의 효과’ 아시나”며 입을 뗐다. 보잘것없던 개척교회를 신도 수 3만5000명이 넘는 대형 교회로 키운 비결을 물을 때였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효과’처럼 저는 남보다 2, 3배 더 뛰지 않으면 앞서갈 수 없었어요. 저는 기독교계에서 보면 성골(聖骨), 진골(眞骨)도 아닌 해골(骸骨)이었습니다. 그런 해골이 성골, 진골 출신 목회자들보다 앞서가려니 부지런히 뛸 수밖에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 많은데 제가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은 피흘림, 노력과 열정, 헌신 때문일 겁니다. 간단해요.”

▼ 왜 자신을 해골로 칭하는 겁니까.

“이른바 ‘빽’도 줄도 없었고, 교회 집안에서 난 것도 아니니까요. 스펙도 외모도 내세울 게 없었어요. 저는 전북 남원의 지리산 골짜기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산을 워낙 좋아해서, 지금도 산속에 살고 싶어요.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옴직한 여학생도 좋아해봤고, 싸움질도 해봤고…. 아버지께선 한학(漢學)을 하신 분이라 절대 교회는 다니지 말라며 ‘교회 다니면 쌍놈’이라고 하셨죠.”



“부흥회가 붕어 잡는 걸로 알고…”

▼ 유교적 가풍이 강한 집안에서 목사가 나온 거네요.

“초등학교 입학 전일 겁니다. 우리 동네 교회에서 ‘부흥회’를 한다기에 나는 ‘붕어 잡는다’는 줄 알고 ‘바케스’(양동이)들고 따라갔어요. 그런데 시골교회에는 붕어는커녕 사람들만 바글바글하고…. 어린 마음에 ‘교회는 못 믿을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후 남원에서 중학교 졸업하고 전북 군산으로 고교 유학을 갔습니다. 2학년 방학 때 한창 입시공부를 하고 있는데, 후배가 교회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 가풍과 ‘바케스’의 아픈 추억 때문에 거절했겠군요.

“그럼요. 한 대 쥐어박았죠. 그런데 후배가 그러더군요. 교회에 가면 예쁜 여학생이 많은데, 여학생들이 우리 학교(군산제일고)를 우습게 본다고. 영화 ‘친구’에 나오는 장면처럼 다들 데리고 가봤어요. 아 그런데, 가서 보니 정말 예쁜 여학생이 제가 그날 처음 왔다고 ‘형제님’ 하면서 성경책도 가져다 주고 찬송가도 알려주더라고요. 요새 아이들 말마따나 ‘뿅’ 갔죠.”

▼ 여느 청소년의 교회 입문 과정과 비슷하군요.

“유학 가서 외로울 때였으니까요. 여학생한테 잘 보이려고 성가대 활동도 하고 성경 공부도 참 열심히 다녔어요.”

▼ 혹시 그분이 지금 부인?

“아뇨. 제가 신학교 간다니까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 왜요?

“제가 일반 대학 진학해서 회사에 취직했다면 계속 교제했을 거예요. 목회의 길이 힘들잖아요.”

▼ 한학을 하신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을 텐데요.

“면사무소 가서 직원들에게 ‘막내아들을 호적에서 파내라’고 호통쳤어요. 그런데 그게 되나요. 성경책 하나 달랑 들고 집을 나왔어요.”

소 목사에게 신학대 진학은 ‘광야에서의 방황’,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당장 마땅한 거처도 생활비도 없어 입학 전부터 노숙생활을 했다. 대학 다닐 때는 죽어라 공부해야 했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 다닐 형편이 못 됐기 때문이다.

“하도 가난하니까 친구도 안 생기더라고요. 동기생 대부분이 목사나 장로 아들이라, 학비나 생활비 걱정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어요. 성골, 진골 틈에 나만 해골이었으니 기가 죽을 수밖에요. 도서관과 예배실을 오가며 공부와 기도만 했어요. 빈 예배실에서 고장 난 마이크 들고 설교와 찬양 연습을 하고, 예배실을 닫는 주말에는 인근 무등산 기도원에 가서 나무막대기를 들고 설교 연습을 했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가 교인들이고, 막대기가 마이크였던 셈이죠. 성골, 진골들이 라면 먹고 탁구 칠 때, 허기진 배를 안고 미래의 꿈을 꾸면서 깊고 푸른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를 갈았습니다.”

▼ 성골, 진골들이 배고픈 해골 친구를 외면했나요.

“아마도 ‘라면 내기’ 탁구를 했다면 라면은 나 혼자 다 먹었을 겁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꽤 잘했어요. 그런데 내가 피했어요,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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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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