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호

유전자 진단 원천기술 개발한 천종윤 (주)씨젠 대표

“AI, SARS, 암 정복도 멀지 않았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7-02-07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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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은 일찍 발견하면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암뿐만이 아니다. 지금 당장 딱 떨어지는 치료약이 없더라도 질환에 대한 진단만 빨리, 그리고 손쉽게 이뤄지면 불치의 병이란 없다. (주)씨젠의 천종윤 대표는 이런 상식을 현실화하고 있는 한국 바이오업계의 희망. 잘나가던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진단기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자 진단 원천기술 개발한 천종윤 (주)씨젠 대표
    모든 질병은 진단이 정확하게 이뤄져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 진단이 잘못되거나 늦어지면 그만큼 병세는 깊어지고 생명도 위협받는다. 병원체가 몸에 들어와 장기(臟器)를 파괴하는 단계(각종 장비로 검사가 가능할 시점)에 이르면 이미 치료시기를 놓쳐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의학계에서 ‘조기 진단’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암을 매일 집에서 검사할 수 있는 진단법이 개발된다면 암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진단기술은 오히려 치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적은 비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또 쉽게 할 수 있는 진단법의 개발은 곧 해당 질환의 정복이 멀지 않았음을 뜻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과 연구자들은 신약개발이나 줄기세포 연구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질병 치료의 시초라 할 진단 영역에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주)씨젠의 천종윤(千鍾潤·50·이학박사)씨는 기존 유전자 증폭기술(PCR)의 한계를 극복한 획기적 질환 진단법을 개발해 세계 유전자업계와 진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와 하버드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후(포스트닥) 과정을 거친 그는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0년 유전자 전문 벤처기업인 씨젠·씨젠생명과학연구소를 세워 연구에 몰두해왔다.

    벤처 창립 1년이 채 안 된 2001년 초, 천 대표는 감염성 질환 진단, 범죄자 추적 등 각종 유전자 연구에 폭넓게 사용되는 PCR의 비효율성과 부정확성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시료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업체들은 그의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아우성쳤고, 유전자 관련 학계와 진단의학계에서는 천 대표가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PCR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세기적인 연구의 결과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인공지능 유도 미사일’



    천 대표가 개발한 기술의 핵심을 이해하려면 우선 PCR과 그 기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PCR은 세포 내 유전물질인 DNA 중 특정 부분의 DNA 한 가닥을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숫자로 대량복제하는 방법으로, 어떤 유전자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1983년 미국의 뮬리스 박사가 개발한 PCR은 이후 유전자와 연관된 모든 연구실과 진단업계에서 필수적인 기술이 됐으며, 뮬리스 박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년 이상 사용되어온 PCR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소량의 유전자에서 특정 유전자를 증폭하려면 ‘프라이머(올리고)’라는 미세한 DNA를 증폭기계에 넣어 연구자가 복제하고자 하는 유전자와 정확하게 결합시켜야 하는데, 이 프라이머가 원치 않는 유전자와 결합함으로써 엉뚱한 실험결과를 빚어내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A형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알아내려면 환자의 타액이나 객담 등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프라이머가 A형 독감 바이러스의 DNA와 결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감기 원인 바이러스를 진단할 때까지 수많은 오류가 발생하고 프라이머를 새롭게 디자인해 반복 실험을 거듭하게 됨으로써 실험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했다.

    천 대표는 특정 유전자 부위에만 결합하도록 설계된 특수 구조의 프라이머를 개발함으로써 PCR의 이런 한계를 일거에 해결했다. 이 프라이머는 원하는 유전자에 대한 정보만 제공하면 실험자가 찾고자 하는 유전자의 DNA와 정확하게 결합해 증폭을 시작한다. 위치만 입력하면 자신이 알아서 목표물을 오차 없이 폭격하는 인공지능 유도 미사일을 개발한 셈이다. ‘ACP’라고 이름붙여진 이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최근에는 원하는 유전자 DNA 수십 종류를 단번에 찾아 증폭할 수 있는 기술(DSO)에 다다랐다.

    천 대표는 “시간과 장소, 연구자의 숙련도, 온도, 첨가되는 효소의 상태와 같은 외부적 조건에 관계없이 원하는 DNA만 증폭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실험, 진단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거의 99%까지 올라가고 비용과 시간은 대폭 줄었다”고 밝힌다. 진단의학계에서는 그의 신기술에 대해 “유전자를 연구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 원천기술이며 유전자 연구에 새로운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35개국 특허 출원

    2002년 교수직을 그만둔 천 대표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 35개국에 신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2004년 1월에는 세계적 바이오 기업인 시그마-알드리치사에 10년 동안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고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고 있다. 시그마사는 연 매출 12억달러의 시약(試藥) 생산 기업으로 씨젠의 원천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탐색키트를 만들어 시판했다. 천 대표는 “다른 기업에도 로열티를 받고 넘길 수 있지만 원천기술 보호 차원에서 이를 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 12월에는 미국의 VWR 인터내셔널사와 미국시장 공동 마케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해 미국 내 과학자들에게 신기술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2006년 5월에는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제품(NEP) 인증을 받았다. 같은 해 7월에는 과학기술부로부터 제1회 신기술(NET) 인증마크를 획득했다.

    씨젠은 이 기술을 이용해 각종 감염성 질환에 대한 세계 최초의 진단법을 개발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독점 기술이다보니 이 기술을 알게 된 진단 의학자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씨젠은 이 기술을 알리기 위해 국내외에서 수백 차례의 기술 세미나를 열었고, 그 결과 국내외 논문 105편에 이 기술이 인용됐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도 씨젠의 기술이 각각 5회, 1회 인용되는 성과를 얻었다.

    천 대표는 감염성 질환 진단분야에서 감기 바이러스를 찾는 데 이 원천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그는 2005년 12월 12종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한 번의 유전자 증폭만으로 검사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로써 감기의 원인도 모르고 증상완화제만 투약하던 치료 관행에 일대 변화가 기대된다.

    지금껏 감기 원인 바이러스를 찾아내려면 환자 1명당 수십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진단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진단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감기가 저절로 수그러지거나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돼 있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 진단 키트 덕분에 간편하고 신속하게 감기 원인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원인이 밝혀지면 감기 치료는 쉽다. 감기를 일으킨 원인 바이러스를 죽이는 치료제를 투입하면 각종 증상은 바로 사라지므로 쓸데없는 약을 처방해 오남용할 우려도 없다.

    새로운 감기 바이러스 진단법은 현재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독감 바이러스 감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표준방법으로 채택돼 사용되고 있다.

    독점적 지배 기술의 위력

    2005년 5월 천 대표는 신기술을 이용해 순천향대 박준수·김창진 교수팀, 국립보건연구원 정윤석 박사와 공동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흡사한 증세를 보이는 메타뉴모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했다. 2001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견된 이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는 사스와 동시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80∼90%에 이르러 세계 의학계가 주시해오던 병원체. 실제로 홍콩에서 발생한 사스 사망자를 조사한 결과 사스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는 10%뿐이고 나머지는 메타뉴모 바이러스에 함께 감염된 경우였다.

    천 대표의 신기술은 조류인플루엔자(AI) 진단에도 이용되고 있다. 천 대표는 2006년 5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AI(H5N1) 진단제품 개발 및 AI 치료제인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 진단 키트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2005년 11월 이미 AI 진단 시제품을 자체 개발한 뒤 환자 바이러스 샘플을 못 구해 발을 구르던 그는 조류인플루엔자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옥스퍼드대 드용 박사를 알게 됐고, 드용 박사가 씨젠의 진단 키트를 이용해 AI 환자 샘플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효과가 검증되자 바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씨젠은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250여 차례의 기술 세미나를 개최했고,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국립암센터, 원자력병원, 수의과학검역원, 서울대 수의대 등 국내 유수 병원과 정부기관, 해외에서는 미국 보스턴 의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 수십 개의 병원, 제약·시약업체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뎅기열 환자들의 희망

    유전자 진단 원천기술 개발한 천종윤 (주)씨젠 대표

    자신이 개발한 진단 키트를 들어 보이는 (주)씨젠 천종윤 대표.

    천 대표는 PCR의 정확성과 민감성을 높인 신기술로 세계 뎅기열 환자의 희망이 되고 있다. 말라리아처럼 이집트 숲모기와 같은 모기류를 매개로 전염되는 뎅기열은 전세계적으로 연 1억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서인도제도, 남아메리카 등 무더운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1998년에는 미얀마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타이 등지에서 40만명이 감염되어 8000명이 사망한 바 있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모기에 물린 환자가 숙주가 돼 또 다른 사람에게 질환을 전파하는 까닭에 격리 치료가 필요하지만 진단법이 부실해 전체 환자 통계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형편이다. 근육통과 오한, 발열, 인후염 등 감기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 발생 초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사율이 아주 높다.

    문제는 모기에 물린 뒤 잠복기(3일)와 발현기를 거쳐 5∼7일 후에야 증상이 드러나기에 기존의 항원항체 검사법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오류율 60%), 진단이 된다 해도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돼 있는 점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항원항체 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진단용 시약들이 뎅기열이 완치된 사람에게서 양성반응(감염)을 보이거나 뎅기열에 걸린 사람에게서 음성반응을 보이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런 잘못된 검사가 사망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항원항체 검사법은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할 뿐 아니라 검사가 가능한 시점이 되면 치료가 어려우며, 4가지 뎅기 바이러스의 혈청형(型) 구분이 어려워 중복 감염 및 2차 감염 여부를 밝혀내지 못한다. 더욱이 항원항체 검사법은 치쿤구니야나 말라리아와 같은 모기를 매개로 한 다른 바이러스 감염 질환을 뎅기열로 오진하는 등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WHO가 “PCR을 이용한 분자진단 검사가 가장 효과적이며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PCR 분자진단 검사에도 맹점은 있다. 진단 결과는 정확하지만, 4가지의 뎅기 바이러스를 구별하고 중복 감염 여부를 검사하려면 여러 번 검사를 반복해야 하기에 한 사람의 환자를 진단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제약사나 진단업체는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검사법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더욱이 뎅기열이 번지는 나라는 대부분 저개발 국가라 소득 수준도 낮은 게 현실.

    씨젠의 신기술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씨젠의 신기술 DSO는 한 번의 검사로 원하는 유전자를 필요에 따라 정확하게 증폭할 수 있어 뎅기열의 유형구분과 치쿤구니야와 같은 모기 매개의 다른 바이러스 감염여부 검사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더욱이 감염 초기(모기에 물린 즉시)나 증상이 없는 잠복기나 발현기에 검사해도 감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천 대표가 뎅기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해 뎅기열의 천국인 말레이시아의 말라야 의과대학(WHO 자문연구소)으로부터 뎅기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부터이다.

    당시 그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야자유 병원균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던 중이었다. 시쳇말로 ‘돈은 안 되지만’ 뎅기열의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그 후 몇 개월 만에 뎅기열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4가지 유형의 뎅기열을 감염 초기에,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300명의 환자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 이 검사법은 60%대에 달하던 항원항체 검사법의 진단 오류율을 1% 미만으로 떨어뜨렸다. 말라야 의대 사즐리 학장은 “씨젠생명과학연구소의 독창적인 PCR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뎅기 바이러스 진단 기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다수의 병원체를 검사해 뎅기열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고 뎅기열 오진에 따른 격리비용 등 치료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공헌할 것”이라며 “이 기술은 뎅기열뿐만 아니라 호흡기 바이러스 등 감염성 질병의 정확한 조기 진단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검증된 검사법은 금세 소문이 퍼져나갔다. 천 대표는 이후 인도로 향했다. 인도는 2006년 한 해만 7000건 이상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진단과 치료만이 뎅기열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린 인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천 박사팀을 뉴델리로 초청해 진단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정부 인사와 함께 인도의학협회, WHO 관계자, 국공립병원과 임상검사센터 등 여러 의료 관계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시료(바이러스, 박테리아)만 있으면 에이즈, 조류인플루엔자 가릴 것 없이 감염성 질환 여부를 세계에서 가장 값싼 가격에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모두 검사할 수 있습니다. 진단법 개발은 한 달 안에 끝날 수 있고, 진단의 정확성은 씨젠이 책임집니다. 문제는 진단법을 개발하려는 의료계와 정부의 의지지요. 진단의 중요성을 너무도 모릅니다.”

    성병 검사의 신기원

    천 대표는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놀라운 얘기를 들려줬다.

    “한 번에 여러 개의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는 우리의 신기술을 실험하기 위해 성병(性病)이 의심되는 670명에 대해 성병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기존의 2종 성병검사로는 19%만이 감염 환자로 나왔지만 우리의 검사법으로는 82%가 감염환자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성병 환자 10명 중 6명이 다수의 성병 원인균에 중복 감염돼 있었는데, 기존의 검사로는 이를 알 수가 없었지요. 당시 6가지 성병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검사한 성병 병원체의 종류를 10개 이상으로 늘렸으면 그 이상의 감염 수치가 나왔을 겁니다. 성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불임이나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니 충격적인 결과였죠.”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임산부가 찾아오면 소변검사를 통해 성병 검사를 하는데, 대표적인 성병인 매독과 임질에 대해서만 진단을 한다. 하지만 성병의 종류는 6가지가 넘고 소변 검사만으로 확인되지 않는 성병도 있다. 이 때문에 매독과 임질이 아닌 성병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진단기술로는 매독과 임질 외의 성병을 검사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씨젠이 2006년 2월 내놓은 성병 병원체(STD) 진단 검사 키트는 바로 이런 점에 착안했다. 기존 진단법보다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한 번에 6가지 성병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이 검사법은 8개월 만에 전체 성병 검사시장의 80% 이상을 대체하는 효과를 거뒀다.

    천 대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고 불임을 막을 수 있다는 보람이 더 크다”며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벤처 기업을 설립한 것도 진단의 이런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B형 간염 라미부딘 약제내성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법도 개발했다. 간염 바이러스는 투입되는 약제에 반응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내성을 키우는데,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는 검사에서 정확히 가려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한 기존의 검사법과 달리 한 번의 검사로 결핵성, 비결핵성 등 각각의 유형까지 구별할 수 있는 결핵균 검사법도 개발했다.

    천 대표는 인간 질환 외에도 돼지 설사병, 감자·박·고추·난 채소류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까지 진단할 수 있는 동·식물 바이러스 진단법도 개발해 판매에 나섰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정부와 14만달러 규모의 식물병원체 진단제품 개발 계약을 맺었고, 추가로 수백만달러 규모의 바이러스 진단제품 개발에 관한 제안을 받았다.

    “세계적 독점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하고 돈도 벌게 됐지만, 제 꿈은 유전자 기술로 인류에 공헌하고 싶은 것입니다. 임신진단 시약처럼 약국에서 진단 키트를 사서 자신이 직접 매일 암을 체크하고, 질환 여부를 살필 수 있는 세상이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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