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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엔 대형 호재 한반도 군사충돌 위험 고조

‘유가(油價) 전쟁’의 정치·경제학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한국 경제엔 대형 호재 한반도 군사충돌 위험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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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의 경우 저유가는 경제 활황의 불쏘시개가 된다. 감세 효과를 내고 소비를 진작한다. 주택 가격은 저점 대비 30% 상승해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가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월 20만~3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실업률도 크게 하락했다. 저유가 덕택에 물가도 잡혔다. 미국 경제의 체질이 강화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미국은 인명 손실이나 군사비 지출 없이도 저유가를 통해 반미 성향 산유국들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처지에서 저유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부 자국 에너지 기업이 피해를 보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태세다.

특히 미국은 저유가가 러시아에 독약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러시아가 남의 나라 영토를 제멋대로 병탄하고 합병해도 미국이 손놓으면 러시아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아랍에서 미국을 밀어낼지 모른다. 미국으로선 러시아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앞으로 수년간 저유가로 러시아를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가 팍스 아메리카나를 살려놓았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은 저유가로 큰 어부지리를 얻게 됐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은 유가가 80달러만 돼도 GDP의 0.15%가량인 5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중국 중앙은행이 추가 경기 부양을 진행하는 데도 부담을 덜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원가 경쟁력이 확보되고 수출 물류비용도 줄었다. 중국 상품의 대외 경쟁력이 높아졌다.



일부 국제정치 전문가는 저유가가 수년 혹은 10년 정도 지속되면 동북아에서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힘의 균형이 중국 쪽으로 완연하게 기울 것으로 본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를 적극 지원한다. 러시아가 무너지면 미국의 다음 타깃은 자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1500억 위안(약 26조 원)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앞으로 러시아의 우량 자산이 헐값으로 나오면 중국은 이를 적극 인수할 것이다. 중국은 자국민의 러시아 출입 비자 발급조건이 완화되기를 원한다. 러시아가 중국 자본이 필요해 이를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 북동쪽 러시아의 연해주는 중국 동북3성과 국경을 맞댄다. 인구 600만의 연해주에 중국인 수천만이 물밀 듯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이곳은 청나라 때까진 중국 땅이었다.

미국은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를 걱정한다. 러시아를 잡으려다 자칫 가상 적국인 중국을 너무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러시아에 심대한 타격을 주면서 중국의 성장도 견제할 절묘한 저유가 정책’을 미국에 요구한다. 매우 어려운 고차방정식임에 틀림없다. 미국은 이번 석유전쟁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끌고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경제엔 대형 호재 한반도 군사충돌 위험 고조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풍선효과

일본의 경우 저유가는 제조업의 원가 절감 등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는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겪는 상태라 저유가가 중국만큼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북한은 일상적으로 에너지난에 시달려온 만큼 저유가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이 워낙 나빠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반면 미국과 러시아가 저유가로 인해 갈등을 빚는 상황은 북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이 한국과 가까워지자 그 반작용으로 북한은 러시아에 접근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반대하지만, 이와 별개로 2013년 9월 연해주 하산에서 북한 나진항에 이르는 54km 구간의 철도를 현대화하는 공사를 완공했다. 지난해 3월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평양을 방문해 1억1200만 달러 수준의 북한-러시아 교역량을 2020년까지 10억 달러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한 달 뒤엔 소방차 수십 대를 북한에 기증하기도 했다.

북한의 김정은은 친중파인 장성택을 처형한 후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틈새를 메우기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원자재, 식량을 공급받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를 얻고자 한다.

러시아의 처지에서 미국 주도의 저유가에 버텨내려면 미국을 압박할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러시아가 “우리는 핵무기를 많이 가졌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러시아가 그나마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곳은 현실적으로 동유럽과 북한밖에 없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이외의 동유럽에서 추가로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너무 벅차다. 결국 러시아는 북한에서 활로를 찾으려 할 수 있다. 북한도 ‘군사대국 러시아의 개입으로 한반도 문제가 복잡해지는 게 나쁠 게 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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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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