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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의 이 사람

서강대 떠난 철학자 최진석

“짜릿하다. 앞으로 펼쳐질 삶이 기대된다”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서강대 떠난 철학자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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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人爲腹不爲目

1998년부터 재직해온 서강대 강단을 떠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철학자 최진석. [조영철 기자]

1998년부터 재직해온 서강대 강단을 떠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철학자 최진석. [조영철 기자]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기’만을 생각하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까.
 
“도로 위 차선을 한번 생각해보라. 얼마나 허약한가. 가느다란 줄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것이 차선이 되는 순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람들은 나와 상대 모두 그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믿고 시속 100km 이상 속도로 도로를 질주한다. 그게 사람이다. 정해놓은 것을 그렇게 잘 따르면서, 동시에 정해지지 않은 것을 추구한다. 경계 안에 머물면서 그 밖을 꿈꾼다. 그런 각자가 모여 있는 곳이 이 사회다. 구성원 모두가 ‘자기’를 생각하는 게 결코 사회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 자신 앞에 진실해지고, 자신의 욕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노자의 ‘도덕경’ 중에서 ‘자신의 몸을 천하만큼 아낀다면 (그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다’는 대목이 떠오른다. 

“그렇다. 공자는 ‘살신성인’이나 ‘극기복례’를 중시했다. 나의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멸사봉공’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봤다. 노자는 다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도덕경에는 ‘성인은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않는다(聖人爲腹不爲目)’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배(腹)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며, 바로 여기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배가 부르거나 고플 때 어떤 이념 체계를 근거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느낄 뿐이다. 반면 눈(目)은 밖을 향한다. 무엇인가를 보려면 필연적으로 그것과 다른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 준거로 기존 관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책상을 식별하려면 책상이라는 이미 형성된 관념에 바탕을 두고 책상을 책상이 아닌 다른 것들과 격리해야 한다. 노자는 이런 행위를 느낌보다 오히려 낮게 봤다. 노자 사상을 대표하는 말 중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라’가 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 뜻이다. 노자가 버리라고 한 ‘저것’은 공고히 구조화된 이념적 가치 체계 혹은 이성이고, 취하라고 한 ‘이것’은 개별적 신체성, 달리 말하면 개인의 욕망이다.” 

‘자기에게 진실해라’ ‘별처럼 살아라’ ‘배를 위하라’가 모두 하나로 통한다. 

“그렇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우리는 저 멀리 걸려 있는 낡고 보편적인 이념을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지금 이 시대, 바로 나 자신에게 맞는 이념을 ‘생산’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개별적으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진실하게 대면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기가 사는 시대 전체를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자기 욕망은 시대의 문제와 당연히 맞닿게 된다. 

나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세상이 변했는데도 새로운 언어가 생기지 않는 것, 다시 말하면 과거의 틀 안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비전이 없다. 지금처럼 과거의 언어로 현재를 계속 다뤄서는 결코 미래를 열 수 없다. 돌아보라.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위대한 것, 창의적인 것 가운데 고유하지 않은 것이 하나라도 있나. ‘따라 하기’를 통해서는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 나는 한국이 계속 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치욕을 다시 당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알았을 때 철학자가 할 일이 무엇일까. 사회에 경고음을 울리고 행동하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까 나 자신을 가장 위하는 길이, 궁극적으로는 이 시대의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라는 말인가. 

“노자가 ‘자신의 몸을 천하만큼 아낀다면 (그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다’고 한 게 바로 그런 의미다. 나는 지금 내가 이 시대에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여긴다. 눈보다 배를 위하는 사람, 철 지난 언어와 신념에서 벗어나 자기 언어와 자기 비전을 가진 사람, 그것을 바탕으로 이 시대를 성찰하고 시대의 병을 고치고자 나서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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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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