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특집 | 위기의 암호화폐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주인은 누구?

  • 입력2018-03-0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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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화폐 가격이 널을 뛴다. 시세에 따라, 판단에 따라 누구는 벌고 누구는 잃는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다르다. 시세가 얼마든 투자자가 몰려드는 한 거래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지난 한 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익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개시한 뒤 빠른 속도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거래량을 제친 무서운 ‘신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업비트가 ‘매일’ 70억 원의 수수료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한다. 하루 거래대금 7조 원에 수수료율 0.05%를 적용한 결과다(7조 원×0.05%×2, 수수료는 사는 쪽과 파는 쪽 둘 다 지불한다). 

    3월이 되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매출 규모가 보다 구체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국세청이 거래소의 순익에 법인세 최고세율(22%)을 부과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어서다. 연간 소득을 기초로 산정되는 과세표준이 200억 원을 초과할 경우 22%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업비트에서 보듯 주요 거래소의 과세표준은 200억 원을 가뿐하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광풍 속에서 엄청난 돈을 ‘흡수’하고 있는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들은 수익만큼 커진 책임에도 충실할 자질을 갖췄나.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4대 국내 거래소의 창업자와 지분 구조 등을 살펴본다.


    빗썸 | 실소유주 감추고 전수용을 전면에

    전수용 신임 빗썸 공동대표

    전수용 신임 빗썸 공동대표

    빗썸을 운영하는 회사는 비티씨코리아닷컴.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그마저도 외부에 공개돼 있지 않다. 일부 지분 매각을 계기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주요 주주는 비티씨홀딩컴퍼니(前 엑스씨피·76.0%), 비덴트(10.6%), 옴니텔(8.4%)이다. 여기에 비덴트란 회사가 비티씨홀딩컴퍼니(10%)와 옴니텔(6.0%)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다. 비덴트는 HD디지털 방송용 디스플레이 개발·제조·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는 중소기업. 비덴트의 최대 주주는 비트갤러리아 1호 투자조합(14.5%)이다. 



    시장은 빗썸의 실소유주로 김재욱(48)이란 인물에 주목한다. 그는 비티씨코리아닷컴과 비덴트의 대표이사이며, 비트갤러리아 1호 투자조합의 지분 46.3%를 소유한다. 또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 비티씨홀딩컴퍼니의 사내이사로도 등기돼 있다. 비티씨홀딩컴퍼니의 대표이사는 이정아(40) 비티씨코리아닷컴 부사장. 지난 1월 9일 엑스씨피는 비티씨홀딩컴퍼니로 사명을 바꿔 등기하며 ‘자회사에 대한 투자와 자회사의 경영 및 지배’란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향후 빗썸이 지주사 체계로 개편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재욱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2016년 이정재, 정우성이 공동대표로 설립한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의 대표로 알려졌는데, 현재는 그가 아닌 김병선(48)이 대표를 맡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해 8월 정우성, 이정재 등이 빗썸과 밀접한 비덴트의 전환사채에 각각 10억 원씩 투자했다는 것이다. 이 전환사채는 2년 후 비덴트의 주식을 주당 4115원에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 있다. 이 전환사채에는 비티씨코리아닷컴(20억 원)과 아티스트컴퍼니(5억 원), 핑클 출신 성유리의 남편 안성현(5억 원)도 투자했다. 비덴트 주가는 최근 빗썸 효과로 수직 상승하다시피 해 2월 9일 종가 기준 1만 7500원이다. 

    빗썸 측은 ‘신동아’의 김재욱 대표 약력 및 사진 요청에 대해 “준비된 것이 없다”며 최근 공동대표로 선임된 전수용 전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의 약력과 사진을 대신 보내왔다. 김재욱 대표는 지금까지 공개된 자리에 나선 적이 전무하다. 각종 토론회 등 대외 활동에는 이정아 부사장이 나서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빗썸이 대형 포털에 매각을 추진한다는 설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업비트 | 이석우 영입으로 ‘카카오’와 더 밀접
    창업자 송치형은 ‘새로운 도전’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

    업비트는 스타트업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고, 두나무의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판단된다. 두나무의 주요 주주는 카카오(8.8%), 카카오의 100%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13.3%), 카카오청년창업펀드(3.1%)다. 카카오청년창업펀드는 카카오가 지분 33%를 보유한다. 벤처캐피털 우리기술투자도 두나무에 대한 지분 7.6%를 보유한다. 창업자 송치형(39) 두나무 이사회 의장의 지분은 알려진 바 없다. 

    송 의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경제학부 출신으로 2012년 두나무를 창업했다. 처음 개시한 사업은 블록체인과는 멀었다. e북 플랫폼과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있는 뉴스를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한다. 이후 주목한 것이 모바일 증권 앱. 이때부터 카카오와 인연을 맺었다. 두나무가 내놓은 ‘카카오스탁’은 후발주자로 시작해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증권 앱으로 성장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 32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두나무는 카카오스탁의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해 지난해 10월 업비트 서비스를 개시했다. 서비스 개시 2개월 만에 회원 수 120만 명, 일평균 이용자 100만 명, 하루 평균 거래량 5조~10조 원을 달성했다.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2월 중순 현재 업비트는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18.62%를 차지하는 세계 1위 거래소다(2월11일 기준). 빗썸이 12.5%로 그 뒤를 잇는다. 지난해 12월 두나무는 대표이사를 창업자 송치형에서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로 교체했다. 송치형은 이사회를 이끌며 신규 사업에 주력한다. 

    업비트의 고속 성장은 카카오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두나무가 카카오에 200억 원가량의 지분법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최근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방침에 따라 업비트의 향후 존속 여부나 거래액 추이에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코인원 | 옐로모바일이 최대주주…‘블록체인’ 중심으로 사업 재편 중

    차명훈 코인원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코인원은 ‘화이트해커’로 유명한 차명훈(29) 대표가 2014년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소로, 업비트와 빗썸에 이어 국내 3위 규모의 거래를 자랑한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차 대표는 2009년 데프콘 CTF 세계해킹대회에서 3위를 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한 것을 보고 오히려 사업 기회를 봤다”며 “해킹 문제만 해결하면 되겠다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코인원은 ‘스타트업 연합체’ 옐로모바일(대표 이상혁)의 일원이다. 옐로모바일은 피키캐스트, 여행박사 등 120여 개 스타트업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자회사 데일리금융그룹을 통해 75%의 코인원 지분을 보유한다. 차명훈 대표 역시 코인원 지분을 일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정확한 지분율은 공개돼 있지 않다. 

    옐로모바일 최대주주는 이상혁(47) 대표(28.7%). 이 대표는 삼성데이터시스템즈(SDS),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을 거쳐 2012년 옐로모바일의 전신인 아이마케팅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는 “연합한 벤처들끼리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벤처 얼라이언스(alliance·동맹)’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 

    옐로모바일의 2016년 매출액은 4428억 원. 그런데 지난해 코인원의 매출만 7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1년 사이 암호화폐 거래량이 100배가량 뛴 덕분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옐로모바일은 기존 5대 사업군(쇼핑·미디어·디지털마케팅·여행·O2O)을 블록체인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에 나섰다. 최근 인수한 코스닥 상장 정보기술(IT)업체 (주)아이지스시스템의 상호를 ‘데일리블록체인’으로 바꾸고, 신규 사내이사로 차명훈, 이상혁 대표를 비롯해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옐로모바일 관계자는 “앞으로 블록체인을 비롯해 핀테크, 헬스케어 중심으로 사업 분야를 재정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빗 | 넥슨 측에 912억 원에 인수돼…“현재는 내실 기하는 중”

    유영석 코빗 대표

    유영석 코빗 대표

    지난해 9월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사 엔엑스씨(NXC)가 유영석(37) 코빗 대표 및 벤처캐피탈의 지분 65.19%를 912억 5000만 원에 인수한 것은 큰 화제였다. 넥슨 창업자 김정주(50) 회장 일가는 엔엑스씨 지분을 70%가량 보유한다. 이 인수로 유영석 대표가 가진 코빗 지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 대표는 현재도 코빗 대표직을 맡고 있다. 엔엑스씨 관계자는 “인수 조건으로 유 대표가 계속 남아 있기로 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본인이 블록체인 사업에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코빗은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다. 2013년 유 대표와 김진화(42)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가 공동 설립했다. 유 대표는 미국 쿠퍼유니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 금융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뒤 유엔 우주사무국에서 근무한 바 있다. 2010년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하는 업스타트를, 이듬해는 고산 우주인 후보와 함께 창업투자회사 타이드인스티튜트를 공동 설립했다. 코빗은 그가 설립한 세 번째 회사다. 

    엔엑스씨에 인수된 후 코빗은 이렇다 할 새로운 ‘확장’을 보여준 바 없다. 암호화폐 거래 폭증으로 수익이 증가했으나 여타 거래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 폭은 적은 편. 코인힐스 기준 암호화폐 거래량도 전 세계 19위(2월 11일 기준)에 그친다. 엔엑스씨 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 발전 가능성을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인수한 것이지, 당장 넥슨과 사업적 연계를 할 계획은 없다”며 “우선은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피해 구제 어떻게?
    “규제하지만 화폐는 아니다” 
    소송밖에 답 없어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전산장애 피해자 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빗썸 본사 앞에서 피해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전산장애 피해자 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빗썸 본사 앞에서 피해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암호화폐 광풍을 둘러싼 주요 이슈 중 하나는 피해 구제 문제다. 해킹과 전산장애 등 투자자 입장에선 불가항력적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 빗썸은 두 차례 해킹을 당했고, 11월 12일엔 한 시간 반가량의 전산장애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소규모 암호화폐 거래소인 ‘유빗’은 지난해 12월 해킹으로 17%의 코인을 도난당했다며 일방적으로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을 중단시켰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로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혀 투자자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소송에 나선 상황.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준우 변호사는 “빗썸 전산장애 피해자 640여 명이 120억 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유빗 피해자 일부도 민·형사 소송에 들어갔다. 최우석 법무법인 정동국제 변호사는 “50여 명의 피해자가 모였다”며 “은행과 달리 중개 업무를 하는 거래소가 해킹으로 일부 피해를 봤다고 투자금 반환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도 각종 암호화폐 관련 피해 신고가 쌓이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까지 109건의 상담, 30건의 피해 구제가 접수됐다. 황기두 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해킹을 이유로 환전을 못하게 한다거나, 시스템 오류로 인한 피해 등 내용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다 피해를 입은 경우 현재로선 소송 이외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거래소 약관도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빗썸 이용약관 제25조(손해배상)는 ‘회사는 본 약관에서 규정한 매매 규칙을 벗어난 거래를 통해서 발생한 일체의 사고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해놓았다. ‘6개월 이상 접속하지 않는 투자자의 암호화폐를 당시 시세로 현금화해 보관할 수 있다’는 항목(제19조)도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에 나섰지만 적극적인 피해 구제 방안 마련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 규제에 그치고 있다”며 “이러한 어정쩡한 상황에서 투자자 피해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다.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국을 두고 금융 투자자 피해 구제를 돕는다. 금융기관의 내부적인 전산장애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투자자는 법정으로 가기 전 금융감독원을 통해 피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로 인·허가받은 회사를 감독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그 거래 규모가 얼마가 됐든 금융감독원의 관할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인허가권 가진 중재기관 필요

    현재 정부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하는 노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심사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보안 점검 정도다. 공정위는 각 거래소 약관 심사에 착수한 상태. 공정위 약관심사과 배현정 과장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들 위주로 심사하는 중”이라며 “늦어도 3월에는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최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암호화폐 거래소 8곳에 정보통신법 위반에 대한 과태료 1억 4100만 원을 부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보고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는 이상 피해 구제보다는 예방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출범한 암호화폐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자율규제위원회 산하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거래소와 투자자 간 분쟁을 조정하기로 했다. 분쟁조정위원장을 맡은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고소·고발로 가기 전에 거래소와 투자자가 합의로 조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안을 만드는 단계”라고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활동을 개시한다. 

    김경환 변호사는 “민간단체의 중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인허가권을 가진 기관이 중재를 해야 거래소 내부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우 변호사는 “거래소 전산장애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스마트폰 화면을 캡처하는 등 본인의 거래 의사가 있었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해놓는 것이 향후 소송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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