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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털, 네이버·다음 압도”

용틀임하는 중국 인터넷 미디어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중국 포털, 네이버·다음 압도”

  • ● ‘글로벌 미디어’로 급성장
  • ● 막강 자본 앞세워 문어발 확대
  • ● 콘텐츠 뛰어난 한국 시장에 군침
중국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터넷 산업에서 한국을 앞서지 못했다. 엄청난 인구에 따른 성장 가능성은 대단했으나 한국이 기술력 등 많은 부분에서 우위에 있었다. 적어도 인터넷, 정보통신에서만큼은 그 후로도 한국이 중국에 뒤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므로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디지털 百家爭鳴

그런데 2016년의 현실은 이런 예상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산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한국과 대등한 수준에 올랐다. 특히 중국 인터넷 미디어는 한국 인터넷 미디어보다 훨씬 빠르게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금 비관적으로 전망하자면, 향후 수년 내 중국은 한국을 멀찌감치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한국이 중국에 종속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인터넷-정보통신 업계의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은 질적으로는 몰라도 양적으론 한국을 압도한다. 일단 인터넷 사이트의 수에서 한국은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저명한 정보통신 전문가 저우잉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에서 나온 인터넷 사이트가 몇 개인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에 대해선 솔직히 우리 같은 전문가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국가기관도 정확한 통계를 내지 못한다. 대략 수백만 개에 달하지 않나 추산할 뿐이다.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百家爭鳴, 수많은 학자가 사상을 자유로이 논쟁함)에 빗대어, ‘디지털 백가쟁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면 이런 상황은 피부로 체감된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수많은 중국인이 모바일로 인터넷을 즐긴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는 중국인은 7억1000만 명에 달하며 이중 92.5%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예컨대 부동산 관련 사이트나 취업 관련 사이트는 많은 중국인이 찾는다. 전국적으로 수백여 개의 관련 사이트가 영업 중인데, 부동산 분야에선 ‘나는 내 집이 필요하다’는 중국어를 숫자와 알파벳으로 조합한 ‘5i5j.com’이 특히 유명하다. 매일 1000만 명이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오프라인 사업에도 진출해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미디어 분야에선 3인방으로 불리는 ‘신랑(新浪)’ ‘써우후(搜狐)’ ‘왕이(網易)’가 독보적 위상을 확보했다. 각각 ‘sina.com.cn’ ‘sohu.com’ ‘netease.com’이라는 주소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셋 모두 미국 뉴욕 나스닥에 상장돼 있을 정도로 최근 들어 급성장했다. 구글, 야후 등의 외국 유명 인터넷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서 나가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은 중국에서 고작 2%의 시장점유율을 가졌을 뿐이다. 중국 토종 ‘알리바바닷컴’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알리바바닷컴’과 중국 정부 사이의 밀월관계는 유명하다. 인터넷 미디어 분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중국 정부가 네티즌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대신 자국 인터넷 미디어를 노골적으로 밀어준 덕분이다.

‘신랑’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포털 사이트답게 부동의 업계 1위로 꼽힌다. 트래픽(오고가는 데이터의 양) 순위로 중국 4위, 글로벌 14위를 자랑한다. 하루 페이지뷰만 약 1억5000만 건에 달한다. 당연히 회원 수도 엄청나다. 지난해 말 6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수년 내에 회원 1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랑’은 처음엔 뉴스와 검색 위주로 출발했다. 지금은 소셜미디어 분야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微博)’가 단연 발군이다. 중국의 웬만한 유명인사는 대개 웨이보 회원이다. 판빙빙(范氷氷) 같은 연예인은 100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린다고 한다. 적지 않은 한류(韓流) 스타도 웨이보를 통해 중국 팬과 접촉한다. 이 때문에 ‘신랑’은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포털 사이트라 할 수 있다.



“네이버, 다음이 초라한 느낌” 

1998년 설립된 ‘써우후’는 여러모로 ‘야후’를 닮았다. 이름도 야후와 비슷하다. 이름의 의미는 검색엔진답게 ‘여우를 찾아라’이지만, 영문 주소는 업계 선두인 ‘sina’와 ‘yahoo’를 조합해 지었다. 한때 ‘짝퉁 야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야후를 압도한다.

‘써우후’는 지난해 20억 달러 전후의 매출을 올렸다. 나스닥의 주가도 올해 1분기에 60달러 안팎을 꾸준히 유지했다. 인터넷 본고장인 미국 업체들과도 경쟁이 되는 수준이다. 지금은 뉴스, 검색에서 단문서비스(SMS), 동영상, 온라인게임, 모바일 분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설립자인 장차오양(張朝陽)은 우울증에 걸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복귀했다. 한국에도 ‘써우후코리아’ 지사를 두고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1997년 탄생한 ‘왕이’도 만만치 않다. ‘신랑’과 ‘써우후’의 틈바구니 속에서 특색 없는 사이트로 전락할 위기도 있었으나 결국 살아남아 3대 포털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 요즘은 e메일 서비스, 온라인 게임, 온라인 교육, 전자상거래, 음원 서비스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음원 서비스에선 신랑과 써우후를 압도한다. 은둔의 경영자 딩루이(丁磊)는 ‘왕이’의 성공 덕에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의 부를 거머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이들 3대 포털은 한국 양대 포털인 네이버(NAVER)와 다음(Daum)을 이미 추월한 것일까. 몇몇 정보통신 전문가는 규모, 영향력, 국제적 인지도 측면에서 “그런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다음은 내수(內需) 기업으로 전락하는 인상이다. 중국 기업과 비교하면 초라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 인터넷 미디어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마어마한 인구가 발판

더욱 주목할 점은 세계에 내놓을 만한 중국 인터넷 기업이 신랑, 써우후, 왕이 말고도 더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인터넷 산업은 가히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것 같다. BAT, 즉 ‘바이두(百度)’ ‘알리바바’ ‘텅쉰(騰訊)’은 어느덧 세계 디지털 산업계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검색엔진이 주력인 ‘바이두’는 ‘중국의 구글’로 불린다. 2001년 중국의 첫 번째 검색엔진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초라한 초창기를 보냈다. 직원은 후에 ‘중국의 빌 게이츠’가 된 창업자 리옌훙(李延宏)을 포함해 달랑 둘뿐이었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매출을 늘려가 사업 시작 3년 만에 흑자를 실현했고, 이후 2년여 만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바이두’는 지금 중화권에서 평균 70%의 검색 서비스 점유율을 기록한다. ‘신랑’도 경쟁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매출은 배너 광고 수익인데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계속 유지해 2015년엔 100억 달러에 육박했다.  

바이두의 홈페이지 초기 화면은 구글의 판박이다. ‘구글의 짝퉁’임에도 성공한 가장 큰 비결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어마어마한 인구다. 중국어 검색 서비스 시장을 독점했으니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바이두는 검색 결과를 다양화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콘텐츠 중 83%는 웹페이지로 돼 있지만 바이두는 44%에 불과하다. 바이두에서 검색하면 ‘커뮤니티’ ‘이미지’, 네이버의 ‘지식iN’과 비슷한 ‘즈다오(知道)’ 등에서 자료가 대거 올라온다. mp3 파일을 검색해주는 것도 성공 비결로 알려진다.



“넘치는 돈 주체 못해서…”

바이두는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초심을 잃지 않고 검색엔진에 특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 나선다. 백과사전, 정부 정보 검색, SNS, 특허 검색, 게임, e커머스 플랫폼 같은 60여 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머신러닝(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이 분야 권위자인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영입했다. 이외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도 바이두의  관심 대상이다.

중국 경제계의 ‘괴물’로 통하는 마윈(馬雲)이 1999년 창립한 ‘알리바바’는 ‘바이두’만큼이나 국제적 명성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거래되는 플랫폼’이라는 말을 듣는, 1등 전자상거래 업체가 됐다. 매일 1억 명이 이곳을 찾는데,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 짝이 없는 싱글들이 쇼핑하는 날)’ 바겐세일 땐 912억 위안(17조 원)에 달하는 매출이 발생했다. 광군제는 미국의 전국 규모 할인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넘어섰다는 말이 나오는데, 전체 소비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모바일 기기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외에도 온라인 결제, B2B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마윈은 넘치는 돈을 주체 못해 엉뚱한 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을 종종 듣기도 한다. 그가 온라인 시장을 그만큼 도전적, 공격적으로 개척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승원 전 네이버 중국지사장은 “알리바바가 초창기에 비하면 ‘문어발’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의 속성은 궁극적으로는 돈을 버는 것이다. 전망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텅쉰’은 1998년 시작한 온라인 게임 서비스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무료 인스턴트 메시징 컴퓨터 프로그램 ‘텐센트 QQ’의 성공으로 입지를 다졌다. 창업자 마화텅(馬化騰)이 실질적으로 이끄는 이 회사는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2011년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인 한국 ‘라이엇 게임즈’의 대주주가 됐다. 이듬해 한국 ‘카카오’에 720억 원을 직접 투자해 일거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이러브커피’ 개발사 한국 ‘파티게임즈’에 20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2011년 한국에 설립된 ‘텐센트코리아’는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한다.

중국의 인터넷 미디어와 정보통신 회사들은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굴기’는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이며 이웃 한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삼을 게 분명하다. 지금 중국의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 대부분은 한국에 지사를 내거나 직·간접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정보통신 업체 관계자는 “세계적 정보통신 강국으로 통하던 한국이 어쩌다 중국에 밀려 중국 기업들의 각축장 신세가 됐는지 모르겠다.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안이했다”고 탄식한다.   

눈여겨볼 것은 인터넷과 불가분의 관계인 한국의 연예·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이들 중국 자본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1세대 음원업체인 한국 ‘소리바다’가 직면한 운명은 한·중의 뒤바뀐 위상을 상징한다. 국내 최고(最古), 최대 음원업체이던 소리바다는 지난 1월 헐값이나 다름없는 100억 원에 중국 국영업체 ISPC에 매각됐다.  



“한국 진출은 트렌드”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한류를 이끄는 한국의 대표적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 원, SM엔터테인먼트에 350억 원을 투자했다. 한류의 사업성을 보고 베팅했겠지만, 중국의 인터넷 회사가 한국의 콘텐츠 업계를 깊숙이 파고드는 것이라 예사롭지 않다. 중국의 ‘쑤닝(蘇寧) 유니버설미디어’가 한류 아이돌그룹 씨엔블루, 걸그룹 AOA가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에 330억 원을 투자한 것이나 중국의 ‘러스(樂視)’가 한국 1위 음원업체 로엔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중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몇몇 한국 연예계 인사들은 “중국 인터넷 회사들은 한국 콘텐츠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 두드러진다. 대형 게임 회사 ‘룽투(龍圖) 게임즈’는 ‘룽투코리아’를 통해 지난해 말 한국의 개인방송업체 팝콘TV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초 코스닥 상장사인 용현BM도 사들였다. 역시 게임 회사인 ‘쿤룬(崑崙)’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대상 업체의 구체적 이름도 나오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함구하고 있다. 다음은 중국 ‘랑진(朗金)게임’의 리톈닝(李天凝) 대표의 말.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의 정보통신 기업들은 자본에 관한 한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졌다. 좋은 투자처만 있으면 어디든 돈을 싸들고 간다. 그런데 한국처럼 가까운 나라에 콘텐츠가 뛰어난 업체들이 있다. 그런 한국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중국 인터넷·정보통신 업계의 한국 진출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산업은 고작 20여 년 만에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됐고 양적으로는 한국을 넘어섰다. 한국에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규모의 자금이 돌아다닌다. 이렇게 급성장한 중국의 인터넷 공룡들이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신동아 2016년 9월 호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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