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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무현 정부 ‘3년차’에 부쳐

대결은 이제 그만, 국민에너지 결집해 재도약 이뤄내야

  • 글: 오연천 서울대 교수·행정학 ycoh@snu.ac.kr

노무현 정부 ‘3년차’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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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와 쇄신의 기치를 내건 노무현 정부는 지난 2년간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의욕적으로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하지만 개혁은 의지와 선언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는 이제 개혁 수행을 위한 역량의 한계를 냉철히 돌아보고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노무현 정부 ‘3년차’에 부쳐

1월4일 노무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노무현정부의 탄생과 출범은 1980년대 이후 한국정치사에 가장 뚜렷한 획을 그은 전환점이었다. 집권 3년째를 맞은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바람직한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선출과정은 사실상 지역 패권주의의 틀에서 민주화 기여도를 다툰 정당 보스들 간의 ‘제한적’ 경쟁이었다. 이 시절의 정권 경쟁은 기득권 정치세력 내에서 국정 최고지도자의 예측 가능한 선택에 좌우됐던 만큼 후보간 또는 대통령간 정책 차이를 찾기 힘들었다. 따라서 국정운영 기조의 뚜렷한 변화가 기대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대선은 그 양상이 사뭇 달랐다. 정치권의 중심축에서 벗어나 있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따지기에 앞서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가능케 한 동력원이 무엇이었는지를 반드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노 대통령은 비록 소수파로 출발했지만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며 도덕적 우위를 다짐으로써 다수를 제압하는 행동지향형 지도자다. 아울러 지적 호기심이 매우 강하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사회의 각 영역에서 아직 중심권에 진입하지 않은 운동형 신진인사, 또는 비(非)기득권 인사로 구성된 노 대통령 참모 그룹은 개발연대 산업사회의 퇴조와 시민사회의 출현에 따른 한국사회의 권력이동과 변화욕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셋째, 노무현 캠프는 그 동안 단선적(單線的)이었던 영·호남간 지역대결구도를 영남권 내의 대결구도로 바꾸는 한편, 세대간, 소득계층간, 이념간, 그리고 기득권의 향유 정도에 따른 개혁 대 반개혁이라는 다층적 대결구도를 이끌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과감한 지역균형발전 공약을 제시함으로써 외연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정국 이끌어가는 역량의 한계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로 표현되던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타파를 뜻하는 것이었다. 과거 정권에서 통치수단의 양칼로 간주되던 검찰권과 선별적 세무조사권에 집착하지 않고, 여당 영수로서 정치자금을 조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국회의원 공천권을 마다한 것 등은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

노 대통령과 참모그룹의 특성, 지지계층의 성향, 그리고 대선 공약의 파격성과 진보성향의 선거전략에 비춰 국정운영 패러다임의 획기적 변화와 주요 국가정책의 불연속성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정국을 이끌어가는 역량의 한계였다.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가능케 한 탈권위주의적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시대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참여정부의 산적한 개혁과제를 밀고 나가는 데 필요한 권위와 역량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달라진 국정운영 패러다임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상징적 자원이 부족했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는 힘든 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참여정부 초기의 상당수 개혁과제는 기존 정치, 행정, 경제질서를 영 기준(zero-base)에서 바꿔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의 저항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설득작업을 병행해야 했다.

과거 정부들의 예를 봐도 지지기반의 결집이 견고하지 않은 정권 초기에 국정 최고지도자는 선거유세 당시의 쇄신정책이나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은 개혁정책을 곧바로 밀어붙이지 않고 추진속도를 조절함으로써 권위의 공백을 메우고 힘의 결집을 도모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실익 없는 언론매체와의 전쟁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도덕적 우월주의를 앞세워 시민사회의 개혁적 에너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기득권층과의 괴리에 따른 힘의 공백을 메우려 했다. 이념적 스펙트럼의 완충을 시도하지 않았고 애초 설정한 정책기조의 색깔을 더욱 명확히 드러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개혁기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시민사회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주문이 쏟아졌으나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소화해낼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집권측은 자신들의 주장만 강변하는 특유의 수사법과 독선적으로 비치는 의견집약 방식을 통해 정치적 반대자나 비판적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다.

가령 후보 시절 노 대통령이 유력 언론매체를 공격한 것은 선거전략상 또는 자신의 이념 성향을 국민에게 선명하게 알리는 방편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집권 후에도 몇몇 유력매체와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운 것은 전선의 외연만 넓힐 뿐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일반인의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더욱이 유력 매체의 사주나 편집자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매체의 애독자들은 대통령이 이해하고 감싸야 하는 국민의 일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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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연천 서울대 교수·행정학 yco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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